## 내 얼굴에서 하관을 갸름하게 만들고 귀 뒤 사각턱의 존재감을 없애 '빗살무늬토기' 얼굴형을 만든다. 이후 광대뼈와 콧볼을 축소한 후 눈 크기를 조절한다. 뽀얗고 분홍빛이 도는 보정 필터를 클릭하니 맨얼굴에 자연스럽게 씌워진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틱톡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무료 디지털 성형'이다. 원하는 필터를 고르고 실시간으로 신체 보정을 할 수 있다.
성형수술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시대, '디지털 성형'도 유행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사진으로 연예인이나 캐릭터 사진을 올려두는 차원이 아니라 보정 기능과 필터를 사용해 본인의 모습을 '성형'해 내건다. 영상을 성형하기도 한다.
'지브리 프사'처럼 재미있는 놀이이지만, 일각에서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디지털 성형 과몰입'이 일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렇게라도 내 멘탈을 지켜야 해. 인간승리로"
지난 8일 방송인 홍진경(49)과 딸 김라엘(16)의 대화가 청소년의 디지털 성형 문제를 쏘아올렸다.
홍진경은 인스타그램에 '#김라엘실물 #보정전 #보정후 #가짜의삶'이라는 해시태그로 게시물을 올렸다. 그에 앞서 김라엘이 SNS에 올린 근황을 두고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형 의혹이 제기되자 급히 진화에 나선 것이다.
홍진경은 딸의 사진을 봤냐고 묻는 지인에게 "그거 다 보정"이라고 해명하면서 "지 사진 도배가 되고 있는데 연락이 안 된다"고 한탄하는 DM(다이렉트 메시지) 캡처본을 공개했다.
이후 딸과 연락이 닿았다며 올린 게시물에는 "네 인생 자체가 가짜야 지금", "그냥 네 생얼 자체를 좀 인정하고 너 자신으로 살아야 해" 등 딸을 걱정하는 메시지들이 담겼다.
그러자 김라엘은 "엄마 그냥 우리 손잡고 나가자. 가짜의 삶. 홍진경 모녀 편 하나 만들어달라고 해", "이렇게라도 내 멘탈을 지켜야해. 인간승리로" 등 장난스레 응수했다.
이어 "그래도 이 세상에 사는 수많은 메이투(보정 앱) 유저들을 조금 존중해줘"라고 했다.
이들 모녀의 대화에 "라엘이에게 어떤 필터 어떻게 사용했는지 공유 좀 해달라고 해주세요", "메이투 절대 못버려. 사랑해", "그 나이엔 자연스러운 놀이임" 등 김라엘을 '옹호'하는 댓글이 달렸다.
반면 "보정 전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애기가 자연 모습 그대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있는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 등 보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원래 얼굴보다 보정한 얼굴이 더 좋다"
보정 앱은 얼굴이나 몸을 인식해 눈을 키우거나 다리 길이를 늘이는 등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신체를 보완할 수 있게 한다.
사진은 물론이고 영상에도 어색하지 않게 적용된다.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보정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과하게 하지 않는 이상 보정을 했다는 사실도 쉽게 알아챌 수 없다.
지난 10일 목동 학원가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모두 보정 앱을 애용한다고 밝혔다.
중학교 2학년생 A양은 "셀카를 찍으면 오이현상(오이처럼 얼굴이 길어보이는 현상) 때문에 실물이랑 다르게 나와서 보정이 필요하다"며 "눈·코·턱 등은 기본적으로 만지고 얼굴 크기를 줄이거나 후면으로 전신을 찍었을 경우에는 다리도 가늘게 보정한다"고 말했다.
각종 SNS에서 제공하는 '필터'도 인기다. 마음에 드는 분위기의 필터를 적용하면 사진이나 동영상에 해당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된다. 필터에 자연스럽게 턱을 깎거나 눈을 키우는 기능이 들어가 있어 별도 보정이 필요하지 않다.
서모(16) 양은 "옛날에는 손으로 보정했다면 이제는 틱톡에서 필터를 사용한다"며 "필터를 걸어둔 얼굴 앞에 물건이나 손이 지나가면 보정이 풀리게 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릴스에 뜨는 인플루언서 영상도 다 보정됐다는 걸 알지만 볼 때는 그런 티가 안 나니까 실제 얼굴 같아서 저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토로했다.
권모(15) 양도 "턱이 둥글지 않고 각져 있다고 생각해서 턱을 안 줄이면 사진을 올리기 꺼려진다"며 "원래 얼굴보다 보정한 얼굴이 더 좋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애들끼리 장난스럽게 '외모 정병' 왔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외모 정병'은 '외모 정신병'의 줄임말로, 외모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얼굴'과 '권태기'의 합성어인 '얼태기'라는 단어도 사용된다.
"외모 강박, 비교·경쟁 심한 한국서 심해질 수밖에"
누리꾼들은 SNS가 디지털 성형을 부추기고 '외모 정병'을 심화한다고 지적한다.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외모정병은 인스타나 틱톡을 좀 끊어야 함"(bo***), "인스타 지우니까 외모정병 -50됨"(l3***), "인스타 틱톡 지우니까 사회성은 떨어졌지만 외모에 대한 생각이 많이 줄어듦"(le***) 등의 댓글을 볼 수 있다.
지난 8일 엑스 이용자 'am***'이 "틱톡 보정 다 빼기'·'인스타 그만 보기" 등 '외모 정병'을 고치기 위한 실천 방안을 적은 글에는 하트 5천400여개가 달렸다.
하지만 "틱톡 보정 다 빼면 그건 내가 아닌데?"(se***), "틱톡 보정 다 빼면 외모정병 고쳐지는 게 아니라 더 정병 도짐"(Ev***) 등의 반응도 달렸다.
두 딸을 둔 이서진(48) 씨는 "요새 SNS를 안 하는 학생이 없는데 많은 학생이 외모를 가지고 (SNS에서) 계속 남들이랑 비교하다 위축될 수 있어 그게 좀 걱정된다"며 "애들은 죄가 없고 외모에 신경 쓰게 만드는 사회가 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외모 강박은 비교와 경쟁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며 "적당히 호기심을 해결하는 정도면 괜찮지만 그걸 넘어 보정한 모습에 집착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소년과 관련해 "정체성 측면에서나 뇌 발달의 영역에서나 20대 중반까지는 말랑말랑하게 형성되는 과정"이라며 "보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단순히 외모뿐만 아니라 본인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자기 인식'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SNS나 미디어에 노출되는 콘텐츠가 충분히 문제가 된다"며 "최근 해외에서 시행하고 있는 SNS 금지 조치 등도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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