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머신과 무인자판기 렌탈을 둘러싼 금융 피해 논란이 제도 공백 문제로 번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통사나 렌탈사가 '무자본 창업' 모델을 내세워 계약을 유도하고 이후 렌탈 채권이 금융사로 이전되면서, 기기 미설치나 업체 잠적 이후 채무가 개인에게 넘어가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표준계약서와 약관 체계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렌탈 상품 구조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기존 제도로는 분쟁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런 표준약관 공백 논란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업종별 제정 원칙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금융 렌탈 사기와 같은 사안은 표준약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추가 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번 입장은 본지가 진행한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공정위는 불공정 약관 심사 제도를 통해 일정 부분 구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도 제도 공백 논란에 대해서는 내부 협의를 거쳐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피해자들 "계약 구조 몰랐는데 채무만 남아"…전문가들 제도 공백 지적
현재 피해자들은 렌탈 계약 구조와 채권 양도 방식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계약이 진행됐고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는 금융채무만 떠안게 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계약 형태가 개인사업자 거래로 분류되면서 소비자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신종 렌탈·팩토링 결합형 계약이 기존 제도 틀 안에서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외형상 사업자 간 거래로 보이더라도 실제 계약 과정과 영업 방식은 소비자 대상 판매와 유사한 경우가 많아 현행 체계만으로는 피해를 충분히 막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업종별로만 표준약관을 만드는 방식이 빠르게 등장하는 렌탈 상품 구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공통 기준이나 예방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한 사후 분쟁 해결이 아니라 계약 단계에서부터 위험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공정위 "표준약관은 업종별 원칙…본지와 통화서 종합 대응 필요성 언급"
본지가 표준약관 공백 문제에 대해 질의한 데 대해 공정위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78개 업종에 표준약관이 운영 중이며 렌탈 분야도 일부 품목에는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품 구조가 다양한 렌탈 서비스의 경우 아직 표준약관이 마련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표준약관은 업종별 특성을 반영해 제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위약금 규정이나 피해 유형이 업종마다 달라 모든 업종을 포괄하는 일률적인 기준을 만드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공통적인 판단 기준은 약관 심사 지침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등 일반 법령 체계를 통해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본지는 새로운 렌탈 상품이 계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품목별 표준약관만으로는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제기했다. 특히 계약 과정에서 주요 사항이 충분히 고지되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제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도 함께 전달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렌탈 사기 등과 관련해 계약서 조항이 과도하거나 불공정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불공정 약관 심사를 청구해 시정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면서도 "최근 제기된 금융 렌탈 사기와 같은 사안은 표준약관 제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차원에서 대응이 가능한지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추후 답하겠다"고 말했다.
렌탈·팩토링 구조를 둘러싼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는 가운데 업종별 표준약관 체계의 한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공정위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 보완 논의에 나설지 주목된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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