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모친과 여동생들이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유효하게 성립했고 기망행위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구광현)는 12일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배우자 김영식 여사와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회복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2018년 5월 구본무 전 회장 별세 이후 이뤄진 상속재산분할협의의 효력을 둘러싼 분쟁이다. 원고들과 구 회장은 2018년 11월 1일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했다. 협의서에 따르면 ㈜LG 주식은 구 회장이 1512만2169주, 구연경 대표가 346만4000주, 구연수씨가 87만2000주를 상속했고, LX 주식 97만2600주는 구 회장이 전부 상속했다. 현금성 자산은 구 회장과 김 여사, 구연수씨가 나눠 상속하는 내용이었다.
원고들은 2023년 2월 소를 제기하며 협의서가 무효이거나 기망에 의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언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경영권 관련 재산을 구 회장에게 넘겼으나, 실제로는 법적으로 유효한 유언이 없었다는 점을 뒤늦게 알았다는 취지다. 통상적인 법정상속 비율인 배우자 1.5, 자녀 각 1의 비율에 따라 재산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쟁점 중 하나는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 도과 여부였다. 민법 제999조에 따르면 상속권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구 회장 측은 상속 절차가 2018년 마무리된 만큼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상속권의 침해를 안 날이란 단순한 의문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한 상속인임을 알고 상속에서 제외된 사실까지 안 때를 의미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원고들이 2022년 이전에 상속권 침해 사실까지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척기간은 도과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상속재산분할협의 자체는 유효하다고 봤다. 재무관리팀이 원고들의 위임을 받아 보관 중이던 인감도장으로 협의서에 날인한 사실은 다툼이 없고, 원고 A와 B가 여러 차례 상속재산 내역과 분할에 대해 보고를 받고 협의를 진행했다고 인정했다. 최초 협의서 내용이 일부 변경된 점 등을 들어 개별 상속재산에 관한 구체적 의사표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기망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상속인이 '경영재산은 구 회장이 승계한다'는 취지의 유지를 남겼다고 볼 만한 자료가 있고, LX 주식과 관련 예금재산을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재산으로 관리한 점 등을 들어 기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설령 일부 기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상속재산분할협의와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상속회복청구권의 기산점과 가족 간 상속재산분할협의의 효력 범위를 둘러싼 법원의 판단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