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초 차로 갈리는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의 세계에서 결국 승패를 가르는 건 출발과 첫 코너다.
‘빙속 여제’ 김민선(의정부시청)은 그 본질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그가 바라보는 곳도 단 하나, 주 종목 여자 500m 시상대다.
그리고 그 출발선에 서기 전, 1천m는 철저한 ‘예행연습’이었다.
김민선은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1천m에서 1분16초24를 기록했다. 순위 자체는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기록표를 뜯어보면 의미는 달랐다.
첫 200m를 17초83, 전체 5위로 통과했고 600m까지도 45초33, 9위권을 유지했다. 올 시즌 내내 발목을 잡았던 스타트와 초반 가속이 분명히 살아난 레이스였다. 단거리 스페셜리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구간에서 ‘그린라이트’를 확인한 셈이다.
특히 세계 최정상권 선수들이 올림픽 신기록을 연이어 경신하는 흐름 속에서 얻은 수확이라 더 값지다. 김민선은 불필요한 힘을 줄이고 스트라이드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코너 탈출 속도를 끌어올렸다.
1천m 후반 체력 저하로 순위가 밀렸지만, 이는 500m에선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구간이다. 오히려 500m를 위한 최적의 레이스 시뮬레이션에 가까웠다.
김민선에게 이번 올림픽은 세 번째 도전이다. 평창과 베이징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고, 월드컵 시리즈에선 이미 세계 1위를 찍어본 검증된 자원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투어에서 수차례 금메달을 쓸어 담으며 ‘포스트 이상화’라는 수식어를 얻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큰 무대에서의 운영 능력과 레이스 감각, 그리고 압박을 버텨내는 멘탈까지 갖춘 완성형 스프린터다.
결전은 16일 오전 1시3분 열리는 여자 500m.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단판 승부에서 김민선은 초반 100m 폭발력과 코너 진입 각도를 승부처로 잡고 있다.
스타트만 제 궤도에 오른다면 메달 경쟁은 충분하다. ‘대관식’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빙판 위에서 김민선이 중심을 잡는다면, 아이스링크 다른 쪽에선 차준환(서울시청)이 한국 피겨의 새 역사를 노린다.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92.72점으로 상위권을 유지한 그는 14일 오전 3시 프리스케이팅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쿼드러플 점프의 완성도와 예술점수 상승세가 뚜렷해 역전 여지는 남아 있다.
기술과 표현을 모두 끌어올린 ‘올림픽형 프로그램’이 강점이다. 한국 남자 피겨 최초의 시상대라는 목표가 현실로 다가왔다.
설상 종목에서도 희망의 불씨가 이어진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이채운(경희대)은 예선에서 82점을 받아 9위로 14일 오전 3시30분 열리는 결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과감한 연속 4회전과 안정된 착지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 밟는 결선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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