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IM Interview] 배우/가수 정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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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_ IM Interview] 배우/가수 정진운

이슈메이커 2026-02-12 09:54: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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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믿음’이 아닌 ‘틀’을 깬 도전, 영화 ‘신의악단’

“첫 촬영이 영하 39도였고 다음 날은 영하 40도였어요.” 정진운은 영화 ‘신의악단’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온도부터 말했다. 몽골의 설원, 사방이 하얀 눈으로 막힌 공간, 그곳에서 총집을 차고 코트를 입은 채 30분 넘게 걸었다고 했다. 그러다 결국 코트를 벗었다. “너무 덥고 답답해서요.” 그 순간을 떠올리며 그는 웃었지만 그 장면은 영화 속 한 컷이기 이전에 배우 정진운이 스스로를 마주한 시간이었다. ‘신의악단’은 종교를 소재로 삼았지만 그가 붙잡은 것은 믿음보다 먼저 ‘답답함’이었다.

 

ⓒ미스틱스토리
ⓒ미스틱스토리

 

“한쪽 이야기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정진운은 작품을 고를 때 자신의 신념보다 ‘거리’를 먼저 본다고 했다. 본인 역시 기독교인이지만, 색채가 지나치게 짙은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닫힌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 이야기가 과연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가. 그는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때 한쪽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들은 최대한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취향이 아니라 태도에 가까웠다. ‘신의악단’ 역시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던 작품은 아니었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이거 너무 신앙 얘기 아니야?”라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고 털어놨다. 종교적 색채가 강한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공감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거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까지 읽고 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이건 양쪽을 다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기독교라는 소재가 전면에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은 종교 바깥에 있었다.


  정진운이 이 작품에서 발견한 핵심은 ‘믿음’이 아니라 ‘틀’이었다. 신을 통해 무엇을 믿게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틀을 깨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 그는 “소재는 소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작품을 특정 종교의 영화로 규정하고 싶지 않았다는 뜻이다. 촬영을 이어가며 그는 오히려 이 이야기가 “신앙 얘기가 아니라, 내 인생에 필요한 이야기”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이 영화가 기독교인만을 위한 작품으로 읽히지 않길 바란다. 지금까지는 종교를 가진 관객들이 먼저 시사를 봤지만, 개봉 이후에는 “나 자신을 깨고 싶거나, 왜 이렇게 답답하지 느끼는 분들”에게 더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종교 유무가 아니라, 삶의 어떤 지점에서 막혀 있느냐가 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모두가 다 볼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며, 소재 때문에 관객이 갈라지는 순간을 가장 경계했다고 말했다.

 

ⓒ미스틱스토리
ⓒ미스틱스토리

 

영하 40도 설원에서 체득한 ‘공포’와 ‘진심’
영화 신의악단에서 정진운이 연기한 김태성은 북한 보위부 대위다. 목적은 단순하다. 최대한 빨리 반동분자를 찾아내는 것. 인간적인 관계나 감정은 필요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 단단한 목적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따라간다. 정진운은 이 변화를 “사랑으로 시작해서 진심을 더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거짓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진심이 되어버리는 감정의 이동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공포’였다. 그는 “데이터베이스가 없는 공포”라고 표현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 옆에서 사람이 죽어도 눈 하나 깜빡일 수 없는 세계는 상상할 수는 있어도 체험해본 적이 없다. 그는 “상상을 정말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상상을 구체화해 준 건 현장에서 북한말을 가르쳐주던 선생님의 설명이었다. 방의 구조부터 사람들의 시선, 숨소리까지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가 김태성의 긴장을 만들어냈다.


  ‘광야를 지나며’를 부르는 장면 역시 그런 체험의 연장선이었다. 처음 감독이 “광야로 가자”고 했을 때 그는 반대했다. 눈 연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감정을 굳이 비주얼로 확장하는 것이 과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설원에 섰을 때 생각이 바뀌었다. 총집을 차고 30분 넘게 눈밭을 걷다 보니, 영하 30도인데도 “덥고 답답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그는 코트를 벗었고, 사방에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내가 살면서 느껴왔던 답답함을 벗어 던지는 느낌이 이거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몽골 로케이션은 몰입을 더했다. 구소련 시절의 공산주의 건물, 덧칠되지 않은 페인트 색채, 옆에서 계속 들려오는 총기 소리, 북한말로 이어지는 지시. 그는 “처음엔 가짜 총인 줄 알았는데, 진짜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첫 촬영이 영하 39도, 둘째 날이 영하 40도, 평균 영하 29~30도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영하 20도면 할 만하지”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게 느껴질 정도로 환경이 인물과 맞닿아 있었다고 강조했다.


  영화가 끝난 뒤 정진운에게 남은 질문은 단순했다. “나는 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그는 연말이나 크리스마스라는 시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이 자신에게 한 번쯤 같은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담백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도 반복했다. 큰 구호보다,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질문 하나. 〈신의악단〉은 정진운에게 그렇게 남았다. 믿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다운 선택을 할 용기에 대한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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