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유산] 천년을 울리는 고려의 소리, '청녕 사년명 동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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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N유산] 천년을 울리는 고려의 소리, '청녕 사년명 동종'

뉴스컬처 2026-02-12 09:54: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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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녕 사년명 동종.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청녕 사년명 동종.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상품리에서 출토된 청녕 사년명 동종은 고려 초기 범종 양식의 중요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유물이다. 통일신라 범종의 전통적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고려시대 고유의 조형적 특징을 담아내, 한국 범종사 연구에 있어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이 종은 종으로서의 기능을 넘어 종교적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청녕 사년명 동종의 용뉴는 기존 통일신라 범종과 비교할 때 세밀하고 역동적인 조형으로 주목된다. 용의 머리는 천판에서 떨어져 정면을 바라보며 입에는 보주를 물고 있고, 목은 S자형으로 굴곡을 이루어 긴장감 있는 움직임을 표현했다. 갈기와 비늘까지 정교하게 새겨진 점은 고려 초기 장인들의 세련된 금속세공 기술을 보여준다. 특히 다리 앞에서 뿔처럼 길게 뻗어 음통에 부착된 새로운 형태는 이 종만의 독창적 특징으로 평가된다.

음통은 가늘고 길게 뻗어 있으며, 연주문 띠로 구획되어 연당초문을 얕게 표현하였다. 이는 장식적 요소를 넘어 음향적 효과와 시각적 안정감을 함께 고려한 설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음통의 세부 조형은 고려 범종의 초기적 특성을 보여주며, 통일신라의 전통적 양식과 고려적 변화의 접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청녕 사년명 동종.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청녕 사년명 동종.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상대 위 천판의 외연부에는 입상화문대가 장식되어 있다. 입상화문대는 고려 후기 범종에서 주로 나타나는 장식양식으로, 인물상을 조각하는 것을 넘어 천판과 결합하여 입체적 장식 효과를 극대화했다. 청녕 사년명 동종에서는 이 장식이 비교적 초기 형태로 나타나, 고려 범종 양식의 발전 과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하대 위 당좌의 구성 또한 이 종의 특징 중 하나이다. 기존 통일신라 범종에서는 3개의 당좌가 일반적이었던 것과 달리, 이 종에서는 당좌가 4개로 늘어났다. 이는 고려 중기 범종에서 나타나는 양식적 변화로, 종 전체의 안정감과 구조적 균형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미적 기준을 제시한다.

연곽과 연뢰는 통일신라 범종의 양식을 계승했으나, 세부 조각에서 고려적 특징이 나타난다. 곡선 처리와 장식적 반복 패턴은 이전보다 더욱 세밀하고 자연스러운 형태를 보여, 종의 전체적 완성도를 높인다. 보살상과 같은 조각적 요소 역시 장식적 의미를 넘어 종교적 상징성을 강조하며, 당시 불교 신앙과 예술적 감각을 동시에 담고 있다.

청녕 사년명 동종의 전체 높이는 83.2cm, 음통 높이는 62cm로, 비교적 큰 규모의 범종에 속한다. 이 크기는 사찰 의식에서 종의 중요성과 위상을 반영하며, 금속 제작 기술의 수준과 제작자의 예술적 역량을 동시에 보여준다. 특히 동합금을 사용한 정교한 주조와 세밀한 세공 기술은 고려 초기 금속공예의 정수를 담고 있다.

청녕 사년명 동종은 통일신라 범종의 전통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고려시대 고유의 조형적 실험과 변화를 보여준다. 용뉴의 역동적 표현, 음통의 구조적 변화, 입상화문대와 당좌의 확장 등은 기능적 변화가 아닌 고려 불교 미학의 정착과 발전을 시사한다. 이러한 특징으로 청녕 사년명 동종은 유물 이상의 문화사적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된다.

출토지가 여주라는 점은 고려시대 중부 지방 불교 문화의 활발한 전파와 사찰 기반의 발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여주 일대 사찰에서 사용된 범종으로서, 종교적 실천과 예술적 표현이 결합된 사례라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 청녕 사년명 동종은 고려 초기 불교 예술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표적 유물이다.

보물로 지정된 청녕 사년명 동종은 역사적, 예술적 가치는 오늘날까지도 한국 문화유산 연구자와 일반 관람객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통일신라와 고려의 미적 접점, 종교적 의미, 기술적 성취가 결합되어 한국 불교 미술사의 중요한 이정표로 자리매김한다. 청녕 사년명 동종은 시대적 변화와 문화적 전승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그 의미와 가치는 앞으로도 꾸준히 조명될 것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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