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수당은 '아편'이라는 정치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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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수당은 '아편'이라는 정치인들에게

프레시안 2026-02-12 08:58:30 신고

3줄요약

나는 서울에서 청년정책의 시작 시기부터 중심과 주변에서 정책을 기획하거나 실행해왔다. 지금은 경기도에서 청년정책 실행조직에서 일하는 중이다. 서울에서 청년기본조례를 만드는 과정, 청년수당이라는 정책의 지평을 넓힌 사업을 실행한 경험, 청년정책 전달 체계를 연구하고 실행했던 경험까지. 청년정책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 부터 청년의 일자리를 넘어 삶 전반을 보장하는 청년기본법의 취지를 정책 현장에 녹여내는 일들을 다양한 현장의 청년 활동가와 동료들과 만들어왔다.

청년정책을 회고하는 세 가지 장면

2010년 초여름으로 기억한다. 비빔밥 맛도 아니고 참치마요 맛도 아닌 '죽을 맛' 삼각김밥 모양의 모자를 머리에 쓰고 나타난 청년유니온 활동가들은 학자금 대출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알바노동 임금으로 청년 노동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했다. 비주얼은 웃겼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웃픈' 현실 고발. 당시 삼각김밥은 청년의 노동 문제가 기성 문제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현실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2016년이었다. 서울시 청년수당, 성남시 청년배당을 둘러싸고 몇몇 기성 정치인들은 청년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수당은 '아편'이라며 혐오를 쏟아냈다. 청년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었지만 여전히 청년 개인의 게으름이 문제라는 식의 낙인찍기였다. 하지만 청년수당, 청년배당은 청년정책의 지평을 넓히는 기반으로 현재까지 기능해오고 있다.

2020년 청년기본법 제정은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이다. 2014년부터 지자체를 중심으로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하는 움직임을 시작하더니 불과 6년만에 기본법 제정까지 이어졌다. 청년 당사자로부터 시작한 입법은 청년이 정책 대상이 아닌 주체임을 선언한 의미있는 '아래로부터의 물결'이었다.

청년유니온의 노동담론의 세대적 전환이자 청년 노동을 사회적으로 발견한 사건이었다. 청년의 일자리와 노동환경에 대한 정책적 담론이 이후 청년정책 영역으로도 확장하였다. 지자체의 청년정책 실험은 청년정책이 직업훈련과 일자리 일변에서 주거, 복지, 교육, 문화, 참여까지 삶 전반으로 확장하는 계기였다. 청년기본법 제정은 제도 밖 청년을 제도권 안으로, 또 동료시민으로 인식하는 전환이었다.

삶 전반 보장에서 일과 노동환경 보장으로의 집중 필요

청년유니온이 활동을 시작했던 2010년을 기점으로 본다면, 지난 15년간 청년정책은 사업 수나 예산 규모, 지원 체계의 다변화 면에서 분명 커졌다. 15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청년을 위한 정책이 중앙부처에서만 2025년 기준 연간 28조 원, 339개 사업으로 실행 중이니 규모가 적다 할 수 없다. 그런데 청년의 삶은 청년정책이 존재하기 전 시점과 비교할 때 나아지고 있는가?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무조건 나아졌지'라는 답은 주저하게 된다.

특히, 청년의 일과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청년이 진입하는 일자리는 질적 양극화에 더해 노동 시간, 노동 조건의 양극화까지 더 뚜렷해졌다. 한쪽에서 열정페이와 과노동에 과로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적당한 일이 없어서 진입 자체를 주저하고 있다. 채용시장은 경력자 선호 심화로 신입 청년에게는 더없이 가혹하다. 게다가 AI의 발달은 단순히 청년의 일자리만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의 일경험과 숙련 기회까지 뺏는 실정이다.

지난 15년간 청년정책은 청년이 겪는 문제를 개인 문제에서 사회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과 일자리 뿐 아니라 삶 전반에 대한 보장정책이 필요하다는 프레임으로 발달해왔다. 사회변화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입직자인 청년을 위한 사회보장은 전무했고, 그렇기에 필요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너른 보장정책으로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청년의 일과 경험 기회에 보다 집중적인 대안을 도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청년에게 일 그리고 노동은 생계를 위한 소득 활동일 뿐 아니라 사회적 일원으로서 역할하는 것, 동료와의 관계를 통해 사회적 역할을 경험하는 기회 그리고 역량을 쌓는 가장 핵심의 통로임을 부정할 수 없다. 유럽의 사례처럼 갭이어 기간이나 일경험 보장을 연결한다면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은 보장정책을 기반을 탄탄히 하되 청년의 이행과정의 문제 해결에 보다 집중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제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6-2030)을 발표했다. 다행히 정부도 위와 같은 청년의 현실에 대한 인식이 다르지 않다. 이번 계획은 모두의 청년정책으로 정책의 체감도 제고, 지역과 민간과의 연계 확대, 소통 확대의 방향을 담았다. 특히, 다시 청년의 일과 노동 과제를 중심과제로 올렸다. 고용보험 데이터와 청년 데이터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청년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 도입,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 일자리 문제에 집중, 새로운 산업 분야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훈련 강화 방안이 반갑다.

청년 스스로가 경험을 기획하는 방식으로

청년에게 직접 일자리를 지원하는 정책은 예산이나 공공부문의 정원 확대 한계로 늘 일회성, 단발성에 그친다는 비판이 크다. 공공부문의 인턴십은 행정보조와 같은 잔여적인 직무 경험으로 한정적인 문제도 있다. 청년의 일경험 확대 방향은 이러한 현실 한계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다만, 청년의 일과 일경험 정책의 운영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참고할만한 지자체 사례도 찾아보면 좋겠다.

경기도의 '청년갭이어'는 청년이 원하는 진로 분야를 실제 경험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이다. 청년이 원하는 분야에서 개인 또는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계획하면 경기도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프로젝트 진행을 돕는 컨설팅과 멘토링을 연결한다. 4~6개월 기간 동안 청년들은 하고 싶은 직무를 경험하기도 하고, 또 실패해도 괜찮은 경험의 시간을 갖는다. 참여청년들은 갭이어로 미래설계의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광주광역시의 '일경험드림'은 단순한 인턴십을 넘어 청년이 공공기간, 기업, 사회적 경제조직에서 5개월간 일경험을 하며 급여를 지원받는 정책이다. 2017년부터 7940명의 청년이 5147곳의 기업에서 일경험을 해 왔다. 일경험드림에 참여한 청년들은 직무를 이해하고, 현직자 선배로부터 직접 배우는 기회를 갖는다.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정책으로 지방정부와 지역의 기업이 협업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미래 일자리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특정 산업 분야에서만 몇 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어쩌면 실현 불가능의 미션일 것 같다. 어떤 현자가 등장하더라도 청년의 일과 노동문제를 하나의 열쇠로만 풀 수 없는 복잡한 지형이다. 기업에서 숙련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는 일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청년의 일경험은 단순히 청년 개인의 역량을 축적하는 것을 넘어 국가적 인적 자산을 쌓는 중대한 문제다. 새로운 분야, 새로운 일의 창출이 청년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청년이 상상하고 설계하면 정부에서 프로젝트를 돕는 방식으로 청년의 일과 노동 문제 해결의 활로를 찾기를 바란다.

▲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9월 20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2030 청년 소통·공감 토크콘서트'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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