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유튜브를 떠돌다 미묘하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뉴스 영상을 보았다. 요트를 타고 일부러 큰 물살을 일으키며 낙동강 하구에서 휴식하던 큰고니 무리를 쫓아내는 모습이었다. 죄 없는 동물을 왜 괴롭힐까 얄밉기도 했지만, 분명한 범법 행위임에도 우리의 얕은 공감 능력으로는 장난처럼 여겨질 수도 있는 행동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규제해야 하는 공무원의 고단함이 와닿기도 했다. 이어서 우리는 왜 생물종을 보존해야 할까? 어떤 생물종부터 지켜야 할까? 라는 실천적인 고민이 고개를 든다.
생태계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역할을 수행하는 종을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라고 하는데, 핵심종이 사라지면 생태계의 균형이 크게 흔들리고 그 속에서 인간도 건강할 수 없다. 인도에서 독수리 개체 수가 급감한 사례를 통해 핵심종의 절멸이 어떻게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한 연구는 이를 잘 보여준다(☞논문 바로가기: 핵심종 붕괴의 사회적 비용: 인도의 독수리 개체수 감소로부터의 증거). 한때 인도 전역에 걸쳐 5000만 마리가 살 정도로 인도에서 독수리는 매우 흔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고작 몇 해 사이에 이 수많은 독수리의 95% 이상이 사라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또 이것이 인간의 건강과 무슨 상관일까?
재앙은 하나의 의약품에서 시작한다. 디클로페낙(Diclofenac)은 1973년 개발되어 현재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소염진통제다. 이 약에 대한 특허권이 1993년에 만료되면서 인도를 포함한 각국의 제약회사들은 제네릭약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한다. 같은 시기 인도는 이미 수십 년간 인간을 대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이 약을 가축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 그러자 2000년대 초반까지 인도의 디클로페낙 연간 판매량은 1993년 대비 4배 이상 뛰었고, 그중 상당량은 소와 같은 가축에게 사용되었다. 그러나 당시 모든 사람들이 간과한 것은, 바로 미량의 디클로페낙조차 독수리에게 치명적인 신장 질환을 일으켜 수 주 내로 사망에 이르게 만든다는 사실이었다. 독수리의 주요 식량원인 가축 사체에 남아있던 디클로페낙이 단기간에 수많은 독수리를 죽인 것이다.
독수리는 생태계에서 아주 효율적인 사체 청소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도는 세계적으로 손꼽히게 거대한 규모의 축산업에도 불구하고 공중위생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인도 전역의 인구 밀집지역 부근 교외에는 이러한 동물 사체의 대규모 매립이 비일비재했고, 독수리는 번성했다. 반대로 말해, 인도의 농장주들은 가축 사체의 분해 과정에서 오염이 덜 발생하도록 현대적인 사체 소각 설비에 투자하거나 사체를 땅속 깊은 곳에 매장하는 등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독수리가 사라진 이후에도 이러한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 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따르는 비용은 농장주의 몫이지만, 그 결과는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에 나누어졌기 때문이다. 독수리가 사라지자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동물 사체와 오염의 사회적 비용은 금세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먼저 생태계에서 사체 청소부의 지위를 두고 독수리와 경쟁에서 밀려 자취를 감추었던 들개와 쥐들이 다시 들끓었다. 들개와 쥐는 독수리만큼 효율적이지 못해 피와 살점을 남김 없이 먹어치우지 못했다. 빠르고 완전하게 분해되지 못한 가축의 사체가 썩으며 병원균이 생겼고, 들개와 쥐가 이를 인간에게 옮겼다. 바로 광견병이 이런 방식으로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 중 하나이다. 또 이렇게 남겨진 사체에서 비롯된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흘러들어 생활용수를 더렵혔다.
독수리의 죽음과 환경 오염은 사람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연구진은 디클로페낙의 영향을 받는 독수리 3개 종이 많이 서식하고 있던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 나타난 사망률 패턴이 인도에서 디클로페낙이 가축 대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1994년 전후 어떻게 서로 다르게 변화했는지 검증했다. 만약 두 지역의 사망률이 1994년 이전엔 비슷한 패턴을 보이다 이후에는 독수리가 많이 살던 지역에서만 눈에 띄게 증가했다면, 이는 디클로페낙 노출로 인한 독수리 개체수 감소의 결과라는 추론이다.
독수리의 죽음과 그로 인한 오염은 사람들의 소리 없는 죽음으로 다시 돌아왔다. 1994년부터 시작된 디클로페낙의 영향이 누적되어 온전히 드러난 2000~2005년 사이, 기존에 독수리가 많이 살던 지역에서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연평균 1000명당 0.48명(기존 사망률 대비 4%)이 더 사망했다. 독수리가 많이 살고 있었기에 디클로페낙의 악영향을 심하게 받은 지역의 당시 인구가 4억 3000만여 명이므로, 이는 독수리의 죽음으로 인해 적어도 6년 동안 매년 약 10만 4386명이 더 사망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평상시 수준의 산업활동이 이뤄질 경우 2099년 인도에서 기후 변화로 인해 연평균 1,000명 당 0.6명의 초과 사망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치와 비교하는데, 그런 재앙이 인도에서 핵심종 독수리의 절멸로 인해 이미 현실이 된 셈이다.
논문에서 보고한 인도의 사례는 다소 극단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시끌벅적한" 대사건조차 그 원인과 결과가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밝혀졌다는 사실에 더 주목하고 싶다. 독수리의 절멸은 비교적 빠르게 눈에 띄었지만, 그 원인이 디클로페낙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까지 십 년이 걸렸다. 그사이 매년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인도에서는 지금까지도 독수리 개체수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다. 이들을 대체할 현대적인 가축 사체 처리 방식조차 널리 도입되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인간과 비인간 생명들은 잘 보이지도 않고, 충분히 알 수도 없는 복잡한 연결을 통해 서로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 지금 한반도 곳곳에서 시베리아나 몽골의 강추위를 피해 겨울을 나고 있는 큰고니와 어린 독수리들과 우리 사이의 보이지 않는 끈을 떠올려 본다.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서 다른 생명과의 공생을 실천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삶을 지켜내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일지도 모른다. 인도의 비극은 그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서지 정보
Frank, E., & Sudarshan, A. (2024). The social costs of keystone species collapse: Evidence from the decline of vultures in India. American Economic Review, 114(10), 3007-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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