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수 기자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재판소원법은 단순한 절차 변경이 아니다. 이것은 사법개혁의 신호탄이다.
오랫동안 우리 사법 체계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최종 종착역으로 삼아왔다. 그 종착역은 때로는 정의의 완성 지점이었지만, 때로는 억울함이 더 이상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하는 막다른 골목이기도 했다.
재판소원은 그 막다른 골목에 작은 창을 낸다. 모든 사건을 다시 재판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직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한해, 헌법이라는 최상위 기준으로 다시 묻겠다는 것이다. 사법권이 강할수록 그에 대한 헌법적 통제 또한 분명해야 한다. 권력이 견제받지 않을 때 생기는 것은 권위가 아니라 불신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4심제 도입이라며 과장한다. 그러나 재판소원은 사실심을 다시 다투는 절차가 아니다. 법 적용과 판단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통제 장치다. 이미 입법과 행정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 사법만 예외로 남겨두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헌법은 특정 기관을 위한 장식품이 아니라, 모든 국가 권력을 재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사법개혁은 판사를 공격하는 일이 아니다.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다. 법원이 더 높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헌법적 통제의 틀 안에 서 있어야 한다. 재판소원은 사법부를 약화시키는 칼이 아니라, 정당성을 강화하는 안전벨트다.
오늘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이 제도는 결국 시민을 위한 장치다. 억울한 판결, 위헌적 법 적용,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 발생했을 때 “이제는 끝”이 아니라 “한 번 더 묻겠다”고 말할 수 있는 길이 생긴 것이다.
재판소원은 사법을 흔드는 시도가 아니라, 헌법의 무게를 되살리는 결정이다. 사법개혁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제도의 균열을 하나씩 바로잡는 데서 시작된다. 그 첫 걸음이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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