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국내 반도체 양대 축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를 앞세워 정면 승부에 나섰다. 마이크론의 HBM4 납품 지연 전망으로 초기 공급 구도가 사실상 양강 체제로 좁혀진 가운데 두 회사는 단순 물량 경쟁을 넘어 차세대 아키텍처 주도권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세미콘코리아 2026 현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 전략이 나란히 공개됐다. 두 회사 모두 양산 출하를 앞둔 제품의 품질과 수율 안정성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삼성 “통합 AI 아키텍처로 공동 최적화”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아우르는 통합 역량을 강조했다. 그는 “통합적인 AI 시스템 아키텍처를 통한 코옵티마이제이션이 목표”라며 칩 설계부터 공정 패키징까지 전 단계 최적화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설 연휴 이후 업계 최초로 양산 출하가 예정된 삼성 HBM4는 1c 10나노급 6세대 D램 공정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했다. 인터포저와 로직 다이를 포함한 이종 공정 통합을 통해 데이터 처리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삼성은 차세대 로드맵도 공개했다. 고객 맞춤형 cHBM과 GPU 및 CPU 상단에 HBM을 수직 적층하는 zHBM을 제시하며 대역폭과 전력 효율을 현 HBM4 대비 네 배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칩 간 직접 접합 기술인 하이브리드 코퍼 본딩을 도입해 미세 간격 적층과 신호 지연 최소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 SK “AI 기반 R&D로 기술 변곡점 돌파”
이성훈 SK하이닉스 R&D 공정 담당 부사장은 메모리 산업이 기술 변곡점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D램은 10나노급 초미세 공정 한계에 근접했고 낸드는 초고적층 경쟁으로 공정 난도가 급격히 상승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세대별로 단절된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공통 기술을 공유하는 테크 플랫폼 개념을 도입했다. 여러 세대에 적용 가능한 공정 기반을 마련해 개발 주기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AI 기반 R&D 전환을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신소재 탐색 시간을 기존 대비 400분의 1 수준으로 단축했고 엔비디아와의 공정 협업 과정에서 실험 횟수도 10분의 1로 줄였다고 밝혔다. 설계 시뮬레이션과 공정 데이터 분석을 AI로 자동화해 수율 안정화 속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HBM3와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온 SK하이닉스는 HBM4 최적화 단계를 마무리하고 양산 출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최태원 회장과 젠슨 황 CEO의 만남 역시 HBM4 공급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하는 자리로 해석된다.
◆ ‘수율과 생태계’가 승부처
업계에서는 HBM4 경쟁의 본질을 속도보다 수율과 생태계 확장성으로 보고 있다. 2점5D 패키징과 칩렛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메모리 단품 경쟁을 넘어 로직과의 통합 최적화 능력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미콘코리아 현장에서 드러난 두 회사의 메시지도 같다. 삼성은 통합 시스템 역량을 앞세운 수직 통합 모델을, SK하이닉스는 AI 기반 공정 혁신과 고객 협업 생태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마이크론 변수로 형성된 단기 2파전 구도 속에서 HBM4 초기 시장 주도권이 누구에게 돌아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I 서버와 피지컬 AI 확산이 본격화되는 올해, HBM4는 단순 차세대 메모리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질서를 가를 분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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