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마지막 관문인 국회 입법 단계에서 정부와 대전·충남의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법안을 심사하고 있는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에서도 대전-충남 통합법안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부가 ‘선(先) 통합 후(後) 보완’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자 이장우 대전시장은 결국 ‘주민투표’ 카드를 꺼내들었고 통합을 보류할 수도 있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 시장은 11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일 대전시의회 임시회에서 채택된 ‘대전·충남 행정통합 주민투표 시행 촉구 결의안’ 채택과 타운홀 미팅 등에서 수렴된 대전시민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행정안전부에 주민투표를 건의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충분한 권한과 재정의 정부 위임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행정통합에 대해 대전시민들은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이 시장은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도 ‘행정통합은 주민 의사가 중요하고 여론조사도 필요하다’고 했다. 행안부장관이 20일 안에 답을 주면 내달 25일 공표하고 30일 이내 주민투표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대전-충남은 통합을 뒤로 미룰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 시장은 “이런 식의 행정통합은 극심한 혼란이 온다. 기본적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지 않고 권한 이양이 제대로 담보되지 않는 통합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차라리 행정통합을 원하는 자치단체가 먼저하고 그 이후 나타나는 부작용 등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있다”라고 했다.
이 시장의 이 같은 강경한 입장은 정부 차원의 대응 태도에서 비롯됐다. 앞서 윤호중 행정안전부장관은 지난 6일 이 시장, 김태흠 충남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지선 이전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을 우선 내리거나 부족한 건 함께 논의해 가면서 보완하자. 그렇지 않다면 두 시·도(대전-충남)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김민석 총리도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현실적으로 이달 말까지 행정통합 관련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으면 그에 수반되는 여러 가지 행정 조치와 선거 준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해당 지역의 광역 시·도 통합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대전시와 충남도를 겨냥했다.
이 시장이 강력하게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 역시 완강해 보인다. 현 시점에서 내놓을 수 있는 지원안은 다 제시했으니 이 같은‘선(先) 통합 후(後) 보완’ 방침에 대해 통합 시·도가 선택을 하라는 식이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를 볼 때 주민투표 역시 승인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역시 소모적 논란만 부추긴다고 이 시장을 비판하고 있다.
대전-충남 통합은 설 연휴 이후 가·부의 분수령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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