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리언 달러 암>의 실제 주인공이자 미국 프로야구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J. B. 번스타인은 피클 볼의 급성장을 지켜보다 미국 피클볼리그 지분을 인수했다. 미국 스포츠 스타 톰 브래디와 르브론 제임스 또한 피클 볼의 초기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최근 LA 레이커스는 100억 달러에, 덴버 브롱코스는 46억5000만 달러에 매각됐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만약 내가 스포츠팀을 산다면…’. 감독부터 선수, 코칭 스태프는 물론 팀의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매력적인 팀을 만들 수 있을까. 축구, 야구, 농구, 포뮬러1(이하 F1)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물었다. “스포츠팀을 사는 것에 도전해보겠습니까?”
FORMULA 1
삼성 제네시스 F1팀
2024년과 2025년, F1 컨스트럭터 월드 챔피언 2연패를 달성한 맥라렌 마스터카드 F1팀을 인수해 대한민국 국적의 팀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이름은 삼성 제네시스 F1팀이다. 현대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팀의 타이틀 스폰서 삼성이 결합한 레이싱팀. 거점은 맥라렌의 주둔지 영국을 그대로 유지한다. 다수의 F1팀이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 우수한 인재 풀에 접근하기 용이하다는 점과 설계, 개발, 시뮬레이션, 제조 모든 기능이 한 곳에 집약된 맥라렌 테크놀로지 센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태프] 현 맥라렌 마스터카드 F1팀을 2연패로 이끈 안드레아 스텔라 감독을 그대로 유지한다. 스텔라 감독은 페라리 레이스 엔지니어 출신으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페르난도 알론소와 함께 팀을 우승권으로 끌어올렸다. 2% 부족한 자동차의 약점을 최대한 숨기고, 각 트랙의 성격에 맞춘 세팅으로 매 그랑프리 포디엄의 가장 높은 곳을 노렸다. 이에 더해 기술 총괄은 에이드리언 뉴이가 맡는다. 12번의 컨스트럭터 월드 챔피언십과 14번의 월드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이끈 레이싱카를 디자인했다. 설계 총괄은 롭 마샬. 오라클 레드불 레이싱에서 17년간 수석 디자이너와 디자인 총괄 책임자를 거쳐 2024년부터 맥라렌에 합류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장에서 직접 뛰는 것을 즐긴다. 2005년과 2006년 알론소가 르노 F1카를 타고 더블 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 중 하나인 매스 댐퍼(Mass Damper)를 개발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드라이버]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드라이버 챔피언십 4연패라는 기록을 달성한 막스 페르스타펜은 F1 역사상 가장 완벽한 드라이버다. 페르스타펜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오차 없이 끌어낸다는 점. 스텔라 감독이 페르스타펜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반영한다면 타이어 관리, 전투 상황 중 판단 속도, 머신의 한계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페르스타펜이 누군가의 뒤를 쫓을 일은 없을 것이다. 2025년 페르스타펜의 독주를 저지한 드라이버가 누구냐면, 맥라렌 영드라이버 프로그램 출신 랜도 노리스다. 그는 시즌 내내 타이어 마모를 억제하면서 최고 수준의 랩타임을 유지하는 정교한 드라이빙으로 포디엄 최정상에 올랐다. 현 챔피언 노리스까지 합류한다면 명실상부 최고 F1 드라이버 조합이다. 실제로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강력한 라이벌인 만큼 서로에게 자극과 기준점이 될 것이다.
김효원 2010년 로터스 F1팀(現 알핀 F1팀) 머신 개발 연구원을 시작으로 맥라렌 F1을 거쳐 현재 카를로스 사인츠와 알렉산더 알본이 뛰고 있는 ‘윌리엄스 F1팀’의 에어로 다이내믹 프로젝트 리더를 맡고 있다.
FOOTBAL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는 내게 언제나 ‘One Life One Team’이다. 지금은 사라진 맨유 펍 굿넥을 8년간 운영하며 팀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다. 전성기는 2008년 챔피언스리그를 무패 우승한 시즌으로, 그때의 서사가 내게는 가장 완벽하다.
[스태프] 알렉스 퍼거슨은 ‘팀보다 큰 선수는 필요 없다’는 원칙으로 팀을 이끄는 감독이다. 자유를 허용하되, 기준을 분명히 세워 개인의 열정을 팀의 방향으로 묶어낸다. 전술과 선수단만 관리하는 감독이 아닌 팀 전체를 장악하는 진정한 매니저이자 보스다. 지네딘 지단은 천재의 언어를 아는 코치다. 복잡한 설명 대신 감각의 핵심을 짚는 한마디를 제시한다. 선수의 본능을 억지로 제어하지 않고, 직접 증명해온 경험으로 설득시킨다.
[전방]데이비드 베컴은 필드 위에서 언제나 팀 중심의 플레이를 한다. 프리킥과 세트피스라는 명확한 무기를 가졌고, 많은 활동량으로 경기 전체에 관여한다. ‘오른발 스페셜리스트’라는 한 가지 무기만으로도 팀의 공격을 완성한 선수다. 직선적인 성격과 강한 의리, 설명이 필요 없는 카리스마로 팀을 장악하는 에릭 칸토나는 팀의 분위기를 책임진다. 말 없이도 로커 룸의 공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다. 그래서 중요한 순간의 미디어 인터뷰는 늘 그의 몫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보다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선수는 없다. 집착에 가까운 루틴으로 재능을 완성했고, 성공에 대한 야망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성장시켰다.
[중원]로이 킨이 이 팀의 주장이다. 타협을 모르는 높은 기준으로 팀의 중심을 잡고, 말보다 태도로 질서를 정립한다. 거칠지만 사적이지 않고, 그의 시선은 항상 팀을 향해 있다. 프란체스코 토티는 낭만과 우아함을 지닌 로맨티시스트다. 힐 패스와 칩 샷처럼 여유 있는 선택 뒤에는 팀을 먼저 생각하는 충성심과 쉽게 물러서지 않는 투쟁심이 있다. 디에고 마라도나는 거칠고 불완전하지만, 재능만으로 모두를 압도하는 선수다. 이 팀에서 프리 롤을 맡아 존재 자체를 전술로 활용한다.
[후방] 챔피언스리그 결승만 여덟 번 출전하며 절체절명의 위기 때마다 최후의 방어선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한 파올로 말디니. ‘우승을 원한다면 수비가 강해야 한다’는 명제를 몸으로 증명한 선수다. 긴 머리와 침착한 태도는 수비의 품격을 보여준다. 야프 스탐은 강력한 피지컬로 상대를 제압하는 파이터형 센터백이다. 빠른 스피드와 높은 수비 지능을 겸비해 측면까지 소화할 수 있으며, 거칠지만 불필요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리오 퍼디낸드는 유연한 움직임과 발밑 기술로 수비를 풀어가는 센터백이다. 급하게 공을 걷어내지 않고, 중원으로 연결하며 팀의 리듬을 유지한다. 그는 수비를 정리하는 동시에 흐름을 설계하는 존재다. 수비수가 종종 경기의 결정적 득점에 관여하는 경우가 있다. 세르히오 라모스는 넓은 활동 반경과 과감한 전진으로 주도권을 잡는다. 올리버 칸은 포효로 골문을 장악한다. 반사 신경과 박스 장악력, 일대일 대응은 동시대 최고 수준이며, 수비 라인을 끝까지 통제한다. 골키퍼가 경기의 기준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인물이다.
조승훈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축구가 인생의 전부인 축구 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붉은 악마를 콘셉트로 한 ‘GOODNECK(굿넥)’이라는 축구 펍을 운영했다. 굿넥은 조승훈의 우상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조승훈의 목걸이를 보고 “Good neck”이라는 칭찬을 던져 지금까지 활동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BASKETBALL
국군체육부대 농구단
한국 스포츠에서 상무는 항상 애매한 위치에 있다. 커리어를 잠시 멈추는 곳, 기록이 정지되는 구간 혹은 공백기. 하지만 한국 농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각자의 전성기로 상무 유니폼을 입는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이 가정은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대한민국 병역의무 제도를 대입하면 현실성 있는 상상이 된다. 군 복무 기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걸 완성해야 하는 환경은 프로로서 가장 냉정하게 실력으로 증명해야 할 순간이 될 것이다.
[스태프] 상무는 장기 프로젝트가 아니다. 짧은 시간 내 팀을 장악하고,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렇기에 ‘이기는 법’을 아는 감독이 필요하다. 유도훈은 화려한 전술보다는 기준을 세우는 능력이 탁월하다. 선수의 역할을 명확히 지시하고, 팀이 흔들릴 때 선택지를 단순화한다. 그 결과 조직력은 촘촘해지고, 안정적 운영으로 경기를 주도한다. 실수가 적은 팀이 가장 강한 팀이다. 전희철은 가장 효율적인 득점 경로를 만들어낸다. 공간과 볼 흐름을 중시하며, 여러 옵션이 살아 있는 공격 구조를 디자인한다. 하나가 막히더라도 쉽게 멈추지 않는다. 조상현은 수비를 기준으로 경기를 조율한다. 누가 어디까지 책임지고, 언제 수비 협력을 하는지 기준이 명확하다. 볼 압박-도움 수비-로테이션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반복해 상대 팀의 첫 전략을 막고, 두 번째 공격을 어렵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실점을 억제하는 플레이로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온다.
[스타팅 멤버] 양동근이 팀 주장으로 전체적 경기를 설계한다. 턴오버를 줄이고, 수비로 상대의 리듬을 끊으며, 경기 후반까지 밀도 높은 플레이를 보인다. 진짜 무서운 점은, 마지막 쿼터까지 지치지 않는 체력과 집중력이다. 허재는 ‘해결사’다. 경기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공을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클러치 타임, 허재의 존재감은 더욱 선명해진다. 기세가 상대편으로 기울 것 같은 순간 개인 해결 능력으로 보란 듯이 주도권을 잡아챈다. 문경은의 정체성은 명확하다. 3점 슛 하나로 공격의 균형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다. 가장 위협적인 위치에서 상대의 림을 가른다. 김주성은 골 밑에 머무는 빅 맨이 아닌 공간을 넓혀 공격 구조를 다양하게 만드는 존재다. 2m 넘는 장신임에도 미드레인지 점퍼와 페이스업 공격이 가능하며, 외곽 슛으로 수비를 끌어내기도 한다. 긴 윙스팬은 림 프로텍팅과 블록에도 아주 탁월하다. KBL리그에서 용병과 붙어도 뒤지지 않던 국내 선수는 당시 하승진 외 서장훈이 유일했다. 압도적 피지컬 외에도 높은 농구 지능과 섬세한 슈팅 능력을 갖춰 공을 잡은 모든 순간을 견제해야 하는 까다로운 선수로 꼽힌다. 다소 까칠하지만, 같은 팀 서장훈은 일단 의지가 된다.
한정무 국내 최대 규모 로펌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으로 현재 스포츠 에이전트 ‘키플레이어 에이전시(KPA)’ 대표다. 농구 선수를 주축으로 운영 중이며, 김선형, 박무빈, 강이슬, 신지현 등 여러 선수가 소속돼 있다.
BASEBALL
한화 이글스
기자가 되고 중립을 지키다 지금은 한화 이글스를 4년째 응원 중이다. 이유는 남편이 해당 팀에서 일하기 때문. 처음 2년은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아 진짜 우울했다. ‘무슨 이런 팀이 있나’ 싶었다. 어린 선수가 많아 이들의 성장기를 보면 응원할 맛이 난다. 경험만 쌓이면 안정적으로 중상위권 싸움을 하는 팀이 될 것 같다.
[스태프] 팀의 사령탑은 2017년과 2018년 SK 와이번스(現 SSG 랜더스)를 이끌며, KBO리그 최초 외국인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트레이 힐만이다. 그는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야구를 한다. 그래서 선발 라인업이 매번 바뀐다. 오늘만 이기는 야구가 아닌 계속 이기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일언 매직’이라 불리는 최일언은 한국 야구계에서 투수 조련의 달인이다. 선수의 체형과 투구 메커니즘을 분석해 최적의 구종을 장착시키는 데 일가견 있다. 송은범의 커브, 이재우의 포크볼 등 수많은 투수의 변화구가 그의 손을 거쳤다. 황병일은 KBO리그에서 수많은 타격왕과 홈런왕을 배출한 타격 이론의 대가다.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타자의 심리와 메커니즘을 꿰뚫는 능력이 탁월하다. 한국 역대 유격수 중 가장 수비를 잘한 이를 꼽으라면 박진만일 것이다. 그가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을 맡고 삼성의 수비는 아주 견고해졌는데, 결코 우연이 아니다. 수비의 A to Z를 안다.
[투수] 선발 투수는 선동열이다. 불펜에서 몸만 풀어도 상대 팀은 경기를 포기했다는 야구판 전설이 있다. 그가 은퇴한 뒤 올스타전 특별 경기에 등판해 공 던지는 모습을 더그아웃에서 본 적이 있는데, 슬라이더 꺾이는 모습이 진짜 예술이었다. 오승환은 묵직한 패스트볼 하나로 마지막 이닝을 셧아웃한다. 알고도 못 치는 공이다. 무엇보다 그의 등장 곡 넥스트(N.EX.T)의 ‘Lazenca, Save Us’가 나오면 끝장 난다.
[타자] (언급 순서대로 타순) 이정후는 출루율, 콘택트, 주루 판단이 고루 뛰어난 타자다. 볼넷과 삼진 비율도 우수하며, 좌우 투수 가리지 않고 기어이 안타를 때린다. 넓은 수비 범위 또한 그의 장점. 현대 야구 흐름인 ‘강한 2번 타자’로는 이종범이 제격이다. 배트 컨트롤의 교과서이자 상대 실책을 유도하는 압박 주루도 강점이다. 유격 수비 때도 첫 발이 빠르고 타구 판단이 즉각적이다. 최정은 소리 없이 강한 홈런왕이다. 슬럼프에 빠지면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탓에 인간계 이하의 성적을 내지만, 감을 잡으면 신계에 가까운 장타력을 보인다. 이승엽이 4번 타순에 포진해 있으면 투수는 3번 타자부터 긴장하기 시작한다. 자타 공인 한국 야구 최고의 홈런 타자다. 이대호는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린다. KBO리그 최초로 도루를 제외한 나머지 타격 전 분야를 휩쓴 ‘7관왕의 사나이’(2010년)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우승 경험이 없으니, 우승의 한을 풀어주고 싶다. 최형우는 꾸준하다. 인생의 굴곡이 많던 선수라 간절함의 깊이가 다르다. 방출됐다가 절치부심한 끝에 사상 첫 FA 100억 원 계약 시대를 열었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30(홈런)-30(도루) 기록을 달성한 호타준족은 박재홍이다. 1990년대 아마추어 야구 최강국이던 쿠바 선수들과 운동신경이 비슷해 ‘리틀 쿠바’로 불리기도 했다. 덩치는 곰인데 생각은 여우인 포수 양의지는 투수 리드에서 타자의 심리를 꿰뚫는 능력이 탁월하다. 타석에서도 마찬가지. 힘 안 들이고 툭 쳤는데 안타나 홈런이 된다.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와 모르고 하는 선수가 있는데, 정근우는 전자다. 얄미울 정도로 잘 안다. 2루 수비에서도 동물적 감각으로 안타성 타구를 지우곤 한다.
김양희 27년 차 야구 전문 기자로 <스포츠투데이>를 거쳐 <한겨레신문>에서 스포츠 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스포츠 기자 활동 경력을 토양 삼아 야구 입문서 <대충 봐도 머리에 남는 어린이 야구 상식>, 야구 에세이 <인생 뭐, 야구>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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