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200만원에 상고…"유리창 깨거나 담 넘지 않은 채 객관적 관찰자로 촬영"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현장에서 촬영하다가 경찰에 붙잡혀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다큐멘터리 감독이 이에 불복해 대법원의 판단을 요청했다.
정윤석 감독은 1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사법부 최후 보루인 대법원에서 무죄를 인정해주길 바란다"며 지난 9일 상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예술인권리보장법에 근거해 예술 활동에 대한 피해 구제를 담당하는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에 진정도 제기했다.
정 감독은 지난해 1월 19일 오전 5시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서부지법에서 현장을 촬영하다 시위대와 함께 체포돼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정 감독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으며, 그해 12월 항소심 재판부도 이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민변은 1·2심 판결에 법리 오해가 있고, 위법한 수사에 대한 판단 누락이 있었다는 취지의 상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채완 민변 변호사는 "집회 현장을 기록하는 저널리스트를 체포, 기소, 처벌하는 것은 헌법과 유엔 자유권 규약이 보장하는 표현과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경찰은 정 감독에 대한 개별적 판단 없이 '울타리 내 전원 체포'라는 상부 지시를 기계적으로 따라 체포했다"고 지적했다.
김단영 민변 변호사도 "정 감독이 법원에 진입한 시각은 이미 시위대에 의해서 사실상 건조물의 평온이 사라진 이후 2시간이 지난 시점"이라며 "건조물 침입 혐의의 성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심은 '당시 법원 직원들이 정 감독에게도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건조물침입죄의 가벌성을 확장시켰다"며 "정 감독은 유리창을 깨지도 않고 담장을 넘지도 않았다. 구호를 외치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언론 윤리를 엄격히 준수하며 객관적 관찰자 입장에서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정 감독을 체포하며 사전경고 없이 최루액을 4∼5차례 살포한 점, 체포 이후 보완조사 없이 기소된 점, 정 감독의 촬영물이 다른 시위 참여자의 증거물로 사용된 점 등 수사 과정이 위법했는데도 원심 재판부가 이에 대한 판단을 누락했다고도 지적했다.
정 감독은 "이 사건의 핵심은 '우리 사회가 만든 법과 절차를 사법부가 어디까지 지킬 것인가'"라며 "계속 유죄가 나온다면 법원이 스스로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사문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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