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법] 합당 접은 여당, 징계 묶인 야당…6·3지선 국면에의 ‘조직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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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문법] 합당 접은 여당, 징계 묶인 야당…6·3지선 국면에의 ‘조직문장’

투데이신문 2026-02-11 15:24:45 신고

3줄요약

정치, 겉보다 중요한 건 작동 방식이다. 정치는 말과 행동으로 움직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고유한 ‘문법’이 존재한다. 법과 제도의 언어, 권력의 계산, 대중의 심리, 미디어 전략과 정치 언어 등이 어떤 타이밍에 움직이며, 무엇을 감추고 드러내는지는 단순한 논쟁 너머의 작동 규칙을 따른다.

〈정치문법〉은 한국 정치의 핵심 이슈와 정국 전개를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정치 구조, 전략, 심리, 제도 작동 방식의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정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정치의 문법부터 파악하라.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성평등 민주주의! 여성의 빛으로, 2026 지방선거 승리 여성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의원,이수진 전국여성위원장, 정청래 대표, 백혜련 의원, 조승래 사무총장. [사진제공=뉴시스]<br>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성평등 민주주의! 여성의 빛으로, 2026 지방선거 승리 여성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의원,이수진 전국여성위원장, 정청래 대표, 백혜련 의원, 조승래 사무총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애경 발행인】 오는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선을 앞두고 “논란을 수습하고 선거로 가자”는 같은 결론을 말한다. 그러나 그 결론에 도달하는 문법은 정반대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접었고, 국민의힘은 ‘징계’가 갈등의 통로가 되면서 조직의 보폭이 꼬이고 있다.

지방선거의 승부는 메시지 경쟁이기 전에 절차와 감정의 관리에서 갈린다. 공천이 마무리되는 속도, 내부 불만이 누적되는 방식, 지도부가 사태를 수습하는 언어 등이 그대로 투표장까지 이어진다.

전화위복의 문장, ‘합당 중단’으로 만든 출구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선택한 핵심 문장은 “더 이상 합당 논란으로 힘을 소비하지 않겠다”였다. 합당 논란을 멈추는 결정은 후퇴처럼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공식 출구를 열어두는 기술이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문장은 사과의 말이면서 동시에 ‘이제 정리되었다’는 종료 선언이다.

민주당이 이어서 꺼낸 문장은 시간표다. “4월 20일까지 공천 완료”를 못 박는 순간, 당내 모든 이해관계는 ‘합당’이 아니라 ‘공천’으로 집중된다. 논쟁의 무대를 관리 가능한 트랙으로 옮겨가는 방식이다.

정 대표가 “억울한 컷오프는 없을 것” “권리당원 공천 참여 전면 보장”을 재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합당 논란으로 흔들린 리더십을 경선·절차의 ‘공정 프레임’으로 보강하는 메시지다. 공천을 둘러싼 불만은 어느 당에나 존재하지만, 선거 직전 그 불만이 폭발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절차의 불신’이다. 민주당은 지금 그 지점을 선제적으로 봉합하려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비당권파의 태도 변화다. 정 대표를 향해 강하게 비판하던 인사들이 “충정 자체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톤으로 돌아서면, 정치문법의 초점은 ‘옳고 그름’에서 ‘정리와 수습’으로 이동한다. 갈등이 남아도, 당은 관리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이 출구가 완전한 봉합을 뜻하진 않는다. 합당을 “지방선거 후”로 미룬 것은 갈등의 해소가 아니라 ‘연기’한 것이기도 하다. 선거 이후 다시 통합을 논의하는 순간, 그때의 전당대회 권력구도와 결합해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지금 갈등을 없앤 게 아니라, 선거까지는 폭발하지 않게 시간을 재배치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사진제공=뉴시스]

당청갈등, 선거집중 선언에 설득력 약해질 수 있어

합당 중단의 다음 수순으로 민주당이 내민 카드는 ‘연대·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다. 멈춤 이후의 장치를 마련해 포기가 아니라 ‘유예’로 프레임을 다시 짠다. 추진준비위는 합당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호이자, 당내 반발을 달래기 위한 완충장치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이 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정청래 대표의 사과를 수용한 것도, 여권 전체로 보면 ‘수습의 언어’를 만들어준다. 합당은 접었지만, 연대의 끈은 유지한다. 선거에서 필요한 최소 동맹을 확보하고, 통합 논란은 뒤로 미루는 구조다.

그런데 여기서 민주당이 맞닥뜨린 딜레마는 ‘관계’다. 합당 이슈가 2차 종합특검 후보 추천 논란과 겹치면서 당청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는 평가가 확산됐다. 선거 국면에서 당청의 불협화음은 야권의 공격 소재가 되기 쉽고, 여권 지지층에겐 ‘내부 혼선’으로 비친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검사 출신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판사 출신 권창영 변호사를 각각 추천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2월 5일 권창영 특검을 임명했다. 이 과정에서 전준철 변호사가 과거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변호인단 경력과 맞물려 논란이 불거졌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특히 ‘술·외부 음식 반입’ 의혹은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소재다. 일부 보도는 김성태 전 회장이 태국에서 압송된 뒤 구금 과정에서 술과 연어회 등이 거론된 정황을 전하며 “이재명에게 불리한 진술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했다. 반면 검찰 쪽에선 해당 의혹이 허위라는 취지의 반박 자료도 존재해, 사안은 여전히 갈등 속에 놓여 있다. 이러한 인물을 친정인 민주당이 추천한 사실에 청와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여기서 강득구 최고위원의 이른바 “지방선거 이후 합당과 통합 전당대회가 대통령 바람”이라는 취지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삭제된 일은, 당청갈등의 경계선을 더 민감하게 만든다. 자칫 대통령의 당무개입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삭제는 곧 인정도 부정도 아닌 ‘유예’의 언어다. 그러나 정치에서 삭제된 문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숨은 의도가 무엇인가”라는 질문만 남는다.

민주당의 딜레마는 여기서 선명해진다. 합당 논의를 선거 이후로 미루는 행위는 “지금은 선거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런데 동시에 당청관계 논란이 커지면, 선거 집중 선언의 설득력이 약해진다. 수습의 기술이 필요한 시점에, 당청의 문법이 충돌하면 비용이 커진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연합회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연합회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동서횡단 외연확장, ‘징계 정치’로 약해질 수 있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동선은 전형적인 선거 모드다. 대구에서 지지층을 다지고, 전남 나주로 이동해 외연 확장을 시도한다. 서문시장은 보수 결집의 상징이고, 한국에너지공과대학 방문은 호남의 에너지 현안과 미래산업을 연결하려는 메시지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스타트업 간담회를 연 장면도 의미가 있다. 경제·일자리 의제를 꺼내 ‘정치의 언어’가 아니라 ‘생활의 언어’로 말하려는 시도다. 보수정당이 지방선거에서 가장 자주 맞닥뜨리는 약점은 ‘민생 프레임의 빈칸’인데, 그 빈칸을 지역경제로 메우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문제는 이 퍼포먼스가 당내 갈등의 소음에 덮일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징계 정치’가 계파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튜버 고성국씨에 대한 서울시당 윤리위의 ‘탈당 권유’ 결정과 중앙윤리위의 배현진 의원 소명 절차가 맞물리면서 단순히 징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내부 전투로 번졌다.

한편 고성국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을 당사에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내란죄로 처벌받은 전직 대통령들을 미화하고 법원 난입 폭력 사태를 옹호한 바 있다.

징계는 원래 질서와 규범을 세우는 장치다. 그러나 징계가 반복되면 유권자에게는 부정적 이미지와 정치적 피로감을 전달한다. 특히 지방선거 국면에서 한동훈 전 대표 제명과 맞물린 여러 가지 윤리위 제명 이슈는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보다 자기 진영을 깎아먹는 형태로 흐르기 쉽다.

장 대표가 TK 결집과 호남 확장을 동시에 말하려면, 당은 최소한 “우리는 내부를 정리했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하지만 윤리위가 또 다른 중징계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거론되는 순간, 당의 이미지는 징계로 점철된 갈팡질팡 당으로 읽힐 수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14일 충남 서산축산종합센터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지방선거 출마예정자 등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14일 충남 서산축산종합센터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지방선거 출마예정자 등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6·3지선, 더 안정된 ‘조직의 문장’ 가진 당이 유리

지방선거는 결국 공천이 반을 결정한다. 민주당은 합당 논의를 중단하고 공천 시간표를 앞세워 갈등을 속도로 눌러가려 하고, 국민의힘은 지역 행보로 외연을 넓히려 하지만 내부 징계 갈등이 그 속도를 늦춘다.

민주당에게 남은 과제는 합당 중단 이후의 일관성이다. 선거 전에는 합당 논의를 멈추겠다고 했고, 선거 후에는 추진준비위로 통합을 논의한다고 했다. 이 두 문장이 함께 작동하려면, 선거 국면에서 추진준비위가 ‘연대’로 기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합당 논쟁이 재점화될 여지가 생긴다.

또 하나는 당청 경계선 관리다. ‘대통령 바람’이라는 사라진 워딩처럼, 선거를 앞두고 당무개입 프레임이 형성되면 여권은 공천 과정에서 큰 부담을 안게 된다. 공천이 공정하다는 주장과 청와대의 영향력이 있다는 의심은 같은 문맥에 둘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과제는 ‘투트랙’의 동기화다. TK 결집과 호남 확장을 동시에 하려면, 중앙당이 내부 분열을 최소화해 지역 조직에 명확한 신호를 줘야 한다. 그런데 중앙윤리위와 시·도당 윤리위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흔들리는 순간, 지역 조직은 선거보다 계파를 먼저 계산하게 된다.

각 당의 6·3지선을 대하는 조직의 문장은 이렇게 갈린다. 민주당은 흔들림을 ‘중단’과 ‘시간표’로 관리하려 하고, 국민의힘은 외연 확장의 현장에서 집중하려 하지만 ‘징계 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다. 선거는 결국 더 안정된 문장을 가진 쪽으로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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