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마주했던 잔인한 풍경은 국가 권력이 혁신 기업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정의 실현이라는 명분 아래, 대한민국의 권력이 미래 경쟁력을 어떻게 스스로 갉아먹었는지 지금이라도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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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동력을 멈춰 세운 ‘정치적 사법권’
기업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독은 ‘불확실성’이다. 글로벌 시장이라는 거대한 전쟁터에서 초 단위로 승부를 겨뤄야 할 기업인들이 수사 기관의 호출과 재판 준비에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 시기를 놓치고 있다.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인 사이, 글로벌 빅테크들은 생성형 AI와 플랫폼 생태계 확장을 위해 수조 원 단위의 투자를 단행하며 저만치 앞서갔다.
사정 기관의 지속적이고 끈질긴 압박은 단순히 기업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기업 생존의 근간인 ‘인재 이탈’로 이어진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려 모인 핵심 인재들은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환경, 사법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직장을 떠나 글로벌 기업이나 규제의 칼날에서 자유로운 곳으로 ‘망명’을 선택하고 있다. 인재가 떠난 자리에 혁신이 자라날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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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벤치마킹, 자국 기업을 옥죄는 규제의 역설
최근 우리 정치권이 보여주는 입법 행태는 더욱 우려스럽다. 유럽연합(EU)이 디지털시장법(DMA) 등을 도입하며 글로벌 플랫폼을 규제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자국 기업의 보호’와 ‘시장 주권 확보’에 있다. 즉, 구글·애플·메타 같은 거대 공룡으로부터 유럽의 디지털 영토를 지키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유럽의 규제 논리를 교묘하게 가져와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싸워야 할 자국 플랫폼 기업의 팔다리를 묶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명목하에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역차별적 입법은 결국 안방마저 외산 서비스에 내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는 미래를 팔아 현재의 규제 권력을 강화하는 전형적인 후진형 정치의 모습이다.
기득권 보호와 표 계산에 매몰된 미래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되는 기득권과의 갈등은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 속도를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다. 정치권은 ‘표 계산’에 매몰되어 기존 산업의 이익과 새로운 혁신의 가치를 저울질한다. 타다 금지법부터 최근의 각종 플랫폼 규제 논의까지, 우리는 정치가 혁신의 길을 열어주기는커녕 오히려 빗장을 거는 광경을 숱하게 목격했다.
노동의 정의가 바뀌고 직업의 지형도가 재편되는 인공지능 시대의 한복판에서, 과거의 잣대로 미래를 재단하는 행위는 국가적 자살 행위와 다름없다. 기득권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혁신의 싹을 자를 때, 대한민국이 쌓아온 IT 강국의 위상은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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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것’에 대한 배려와 ‘다가올 것’에 대한 준비
물론 혁신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사정 기관을 동원한 압박이 아니라, ‘사라질 것에 대한 정교한 출구 전략’과 ‘다가올 것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 정책’의 공존이다.
기존 산업 종사자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재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혁신을 위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권력은 규제의 칼을 휘두르기보다, 혁신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마음껏 뛸 수 있도록 운동장을 평탄하게 다져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법은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미래의 희망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의 법 집행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모호해질 때, 기업가 정신은 위축되고 국가의 미래는 흔들린다.
정치가 선택해야 할 대한민국의 내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을 범죄 집단시하는 사정 기관의 서슬 퍼런 칼날이 아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갈등을 조정하여 미래 동력을 확보하는 ‘정치의 본령’이다.
사정 기관의 압박 속에 카카오가 겪었거나 겪고 있는 고통은 비단 한 기업의 불운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혁신 생태계 전체에 보내는 경고 시그널이다. 권력이 혁신을 압박의 대상으로 삼느냐, 성장의 파트너로 삼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이제는 사법 리스크라는 낡은 쇠사슬을 끊고, 글로벌 시장이라는 망망대해로 기업들이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치가 길을 터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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