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AI가 산업의 룰을 완전히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는 칩 하나의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싸움입니다.”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세미콘코리아 2026’ 현장에서 만난 글로벌 장비기업 임원의 말이다. 그는 “HBM 물량과 속도를 논하던 국면은 지났다”며 “누가 더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통합하고 전력 효율을 관리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올해 행사를 주관한 SEMI가 내건 주제는 ‘내일을 바꾸다 Transform Tomorrow’.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AI가 촉발한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주겠다는 선언이다. 실제 전시장 분위기도 ‘성능 경쟁’보다는 ‘생태계 재편’에 가까웠다.
◆ HBM4 시대…‘속도’보다 ‘통합’
전시장 중앙에는 고대역폭메모리 HBM과 첨단 패키징 기술이 자리했다. 그러나 관람객들의 질문은 성능 수치가 아니라 수율과 안정성에 집중됐다. AI 서버용 반도체는 고적층 구조와 고집적 패키징을 전제로 하는 만큼 열과 전력 관리가 병목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부스에는 해외 바이어와 엔지니어들이 몰렸다. 양사는 차세대 AI 메모리 로드맵과 고객 협업 전략을 강조하며 공급 안정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HBM4 구현을 위한 TSV 적층과 2.5D 인터포저 장비 전시 공간에서는 기술 상담이 이어졌다.
한 패키징 장비 기업 관계자는 “AI 반도체는 전공정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설계와 후공정, 소재까지 통합 역량이 확보돼야 경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전력·냉각이 좌우하는 AI 인프라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주제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와 냉각 문제였다. 대규모 연산이 일상화되면서 반도체 산업의 경쟁 변수는 성능에서 에너지 효율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AI 반도체 경쟁은 전력과 패키징 기술이 좌우한다”고 진단했다. 방열 소재와 전력 반도체, 고집적 패키지 장비 기업들의 부스에는 상담이 이어졌다. 과거 전공정 중심이던 세미콘의 무게추는 후공정과 인프라 영역으로 이동해 있었다.
이는 AI 수요가 단기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임을 시사한다. 단순한 증설이 아니라 효율과 수익성을 고려한 전략적 투자가 강조되는 배경이다.
◆ 공급망과 인재…경쟁의 또 다른 축
지정학적 긴장과 각국의 반도체 지원 정책 속에서 공급망 안정성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생산 거점 다변화와 장기 파트너십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전시장 한편에서는 채용 상담 부스가 운영됐다.
주요 장비·소재 기업들은 연구개발과 공정 엔지니어 채용을 위한 현장 상담을 진행했다.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AI 수요 확대에 대응하려면 통합 공정과 패키징, 전력 분야 인재 확보가 필수”라며 “기술 경쟁은 결국 인재 경쟁”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미콘코리아 2026'은 업황 회복 기대를 넘어 산업 구조 변화의 방향을 제시했다. AI 확산은 단순 수요 증가가 아니라 반도체 경쟁의 기준을 성능에서 통합 역량과 전력 효율로 이동시키고 있다. 아울러 전공정 중심이던 경쟁 구도는 패키징과 인프라, 공급망과 인재 확보까지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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