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글로벌 부문의 유통 구조 확대로 성장을 거듭하며 이커머스 업계의 핵심 전장으로 떠오른 국내 명품시장이 오픈마켓 중심의 ‘병행수입’ 유통 구조가 정품 신뢰도의 발목을 잡으며 위기에 봉착했다.
반복되는 가품 논란과 플랫폼의 책임 회피 구조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소비자상담센터 및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접수된 국내외 주요 온라인 플랫폼의 가품 관련 상담 건수가 총 1572건으로 집계됐다.
품목별 상담 건수는 ‘가방’이 21.0%(330건)로 가장 많았고, ‘신발’ 14.5%(228건), ‘화장품’ 12.5%(196건), ‘음향기기’ 10.9%(171건), ‘의류’ 9.4%(147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가방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고가 해외 브랜드 관련 제품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이커머스 업계가 명품 카테고리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시장 구조가 여전히 ‘미개척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1조원으로 추정되며, 이 중 온라인 채널 비중은 전체의 약 12%에 그쳤다. 명품 거래가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역설적으로 낮은 온라인 비중은 이커머스 업계에 ‘기회’로 읽힌다. 성장 둔화에 직면한 이커머스들이 앞다퉈 명품관을 신설하고 해외 부티크를 직접 연결하며 카테고리 강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최근에는 편의점 CU까지 명품 판매에 뛰어들면서 명품 유통의 경계는 더욱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문제는 시장의 외형 확장 속도를 정품 검증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오픈마켓 형태를 병행하는 플랫폼의 경우 다양한 셀러가 입점하는 구조상 병행수입 물량이 늘어날수록 검증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행수입은 공식 수입사를 거치지 않고 제3자가 해외에서 정품을 구매해 들여오는 방식으로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검수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플랫폼을 믿고 구매하지만 법적으로 판매처에게 책임이 있어 분쟁이 발생했을 때 보호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불안이 반복되는 구조다.
판매처들이 정품의 근거로 제시하는 ‘수입신고필증’ 역시 소비자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입신고필증은 통관 과정에서의 행정적 확인일 뿐 제품의 진위 여부나 유통 과정에서의 ‘바꿔치기’를 보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판매된 일부 병행수입 제품이 가품으로 판명된 사례는 대형 유통 채널조차 병행수입의 구조적 리스크를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
셀러 수가 급증하면서 유통 과정 전반을 일괄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 구조에서는 개별 판매자의 공급망과 물류 흐름을 완벽하게 추적하는 데 물리적 한계가 있다”며 “결국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려면 검수 기준을 강화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플랫폼 차원의 대응 체계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어 관련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플랫폼은 직매입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데 나서고 있다. 현지 부티크와 직접 계약해 배송하거나 브랜드사를 직접 입점시켜 유통 과정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신뢰 회복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가품 혼입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시장의 경쟁축도 ‘가격’에서 ‘검증’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네이버 ‘크림’이나 쿠팡의 ‘럭스’처럼 전문 검증 과정을 도입하거나 해외 부티크와 직접 연결해 유통 단계를 축소한 전문관이 부상하는 이유로 해석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커머스들이 가격 경쟁력과 소비자 요구에 따라 병행수입 제품을 유통하고 있지만, 수입신고필증은 단순 발급 서류에 불과하다”며 “제품마다 진위를 전수 조사하기 어려운 한계를 악용하는 셀러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앞으로 자체적인 검증 시스템을 갖춘 이커머스나 플랫폼들이 점차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등 노력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실질적으로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생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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