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거액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이재원 빗썸 대표가 60조원대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해 국회에 출석해 공식 사과하고 내부통제 부실을 인정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율규제 체계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거래소를 금융회사에 준해 규율해야 한다는 입법 논의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빗썸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이번 사고의 최종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지급하려던 비트코인 물량과 실제 보유 물량을 교차 검증하는 시스템이 반영되지 못했던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빗썸은 지난 6일 랜덤박스 이벤트 보상 지급 과정에서 62만원 상당의 경품 대신 비트코인 62만개를 잘못 지급하는 전산 사고를 냈다. 사고 당시 시가 기준 약 60조원대 규모다.
빗썸은 20여분 만에 사고를 인지했으며, 현재까지 오지급 물량의 99.7%를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고 당시 빗썸이 실제 보유한 비트코인은 319개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사 보유량의 1943배에 달하는 물량이 장부상 지급된 셈이다.
이 대표는 "이벤트 설계 과정에서 지급 예정 수량만큼 한도 계정으로 분리하는 절차도 이번 사고에 반영되지 못했다"며 "거래소 운영과 병행해 신규 시스템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다중 결제 관련 통제 장치가 누락된 상태로 진행된 점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고 직후 오지급된 비트코인 1788개가 매물로 출회되면서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은 일시적으로 8100만원대까지 급락했다. 같은 시각 경쟁 거래소에서는 9700만원대에 거래되며 약 1600만원의 가격 괴리가 발생했다.
담보 가치 하락으로 약 30명이 강제청산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지급 물량을 매도한 86명 가운데 27명은 약 30억원을 원화로 인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 규모는 약 1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이 대표는 "패닉셀과 강제청산 피해를 우선 구제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금융감독원과 함께 점검을 진행하고 있고, 민원 접수를 통해 피해 구제 범위를 폭넓게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제도 준수와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특정금융정보법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준거법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금융회사에 준하는 내부통제를 목표로 해왔고,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 과정에서도 그에 맞는 규제와 감독 체계는 물론 금융산업과 금융서비스업자에 준하는 수준의 요건을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는 이번 사고를 단순 실수가 아닌 구조적 위험의 신호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2만개 지급이 가능했다는 것은 통제 장치가 구조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이론적으로는 무한 지급이나 외부 유출도 막을 장치가 없었던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감독 공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일부 의원들은 "자율규제 체계에만 맡겨둔 구조적 한계가 이번 사고로 드러났다"며 금융당국의 사전 점검과 감독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현행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는 실제 보유 잔고와 장부상 거래 잔고를 실시간으로 일치시키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없다"며 "자율관리 체계에 의존하는 구조로, 위반하더라도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부족한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5분 단위 잔고 대조도 길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실제 보유량과 거래량이 실시간으로 연동되도록 하는 기술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를 언급하며 "입력 자체를 차단하는 수준의 전산 통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거래소 내부통제는 금융회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규율해야 한다"며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 과정에서 내부통제 기준에 강제력을 부여하고 상시 감시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발생 우려가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다층적 승인과 통제 구조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첨언했다.
금융당국은 빗썸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는 한편, 다른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서도 보유 자산과 내부통제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점검 결과는 금융회사 수준의 내부통제 기준 적용, 외부 기관을 통한 보유 현황 정기 검증 의무화, 전산 사고 발생 시 책임 명확화 등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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