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 상벌 및 분쟁 심의위원회의 심사위원장 징계의 결정은 특정 사안에 대한 논란을 넘어 국내 모터스포츠 징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①, ②편에 이어 마지막으로 선례가 될 경우 다음은 누가 피해자가 될 것인가를 묻는다(편집자).
이번 징계 사안이 남긴 가장 큰 문제는 특정 심사위원장의 징계 여부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이 선례가 그대로 남을 경우 다음 대상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이다. 이는 개인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동일한 제도 안에 놓인 KARA 구성원 모두가 잠재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상벌 및 분쟁조정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규정 집행’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과정은 징계 제도가 어떻게 오용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해충돌 관계에 놓인 심의위원들이 스스로 회피하지 않았고, 그들의 판단 없이는 결론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징계가 의결됐다. 이 대목에서 문제는 징계 수위가 아니라 권한이 행사되는 방식이다.
징계는 질서를 세우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기준이 불분명하고 절차적 제동 장치가 부재한 상태에서 권한이 집중될 경우 징계는 언제든 불편한 존재를 관리하는 도구로 전환될 수 있다. 이번 사례는 그 가능성이 결코 추상적 위험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 구조가 유지된다면 징계 대상은 특정 개인에 한정되지 않는다.
문제 제기자, 내부 비판자, KARA 운영에 질문을 던지는 인물 누구든 같은 틀 안에 놓일 수 있다. 침묵하지 않는 순간, 징계의 가능성은 현실이 된다. 이것이 이번 사안이 남기는 가장 위험한 메시지다. ‘말하는 사람이 위험해지는 구조’가 하나의 선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KARA의 자정 능력이 이번 과정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해충돌이 명백하게 제기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를 점검하거나 바로잡으려는 내부적 제동은 확인되지 않았다. 항소와 절차적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KARA는 규정과 관행을 앞세웠을 뿐,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설명이나 제도 개선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대응 부족을 넘어 관리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자율 규제가 작동하지 않는 조직은 결국 외부의 개입을 자초한다. 분쟁은 법적 판단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KARA는 스스로 통제권을 상실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징계의 권위가 아니라 제도를 신뢰하며 참여해온 구성원들의 믿음이다.
이번 사안을 모터스포츠계 내부의 일회성 논란으로 축소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적 성격을 지닌 KARA이기에 이해충돌 회피와 절차적 투명성은 선택이 아닌 최소 요건이다. 이를 충족하지 못한 징계는 아무리 규정을 근거로 내세워도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이 선례가 남길 것은 분명하다. 다음 피해자는 공정성을 전제로 유지돼야 할 시스템 그 자체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리고 그때 가서 신뢰를 복원하려 한다면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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