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냐? 장비가 먼저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김상겸 선수가 깜짝 은메달을 따낸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0.001초를 다투는 기록 종목이다.
그럼 기록은 어떤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일까? 스노보드 규정을 보면 선수 신체 또는 장비(보드)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이라고 명시돼 있다. 즉 신체 일부분과 보드 가운데 무엇이든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을 기준으로 기록을 측정한다는 것이다.
2018년 평창 올림픽 평행대회전에서 한국 스포츠 사상 올림픽 설상 종목 첫 메달(은메달)을 획득했던 이상호 선수는 지난달 월드컵에서 롤란드 피슈날러(이탈리아)와 거의 동시에 들어왔다.
두 선수의 격차는 0.00초. 사진 판독을 통해 승패가 가려졌는데 사진을 보면 장비(보드)에서는 피슈날러(위쪽)가 앞섰지만 이상호의 손이 피슈날러보다 빨랐다. 즉 보드와 신체를 합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 이상호의 손이기 때문에 금메달은 이상호에게 돌아갔다.
장비가 아니라 신체를 기준으로 삼는 종목도 있다.
스키 크로스는 4명의 선수가 점프, 커브 등 장애물 코스를 동시에 내려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가 승리하는 프리스타일 스키 종목이다. 스키 크로스는 장비(스키)가 아니라 신체 어느 부위든(손가락, 발 등) 먼저 결승선에 닿는 순간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결승선 직전 손을 뻗거나 다이빙하듯 몸을 던지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키 크로스컨트리는 또 다르다. 결승선 통과 기준은 스키 플레이트가 아닌 스키 부츠다. 부츠 앞쪽 끝이 먼저 통과하는 선수가 이기는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명장면이 나왔다. 러시아의 니키타 크류코프와 룸메이트인 팀 동료 알렉산드르 판진스키가 3분36초3으로 거의 동시에 들어왔지만 사진 판독 결과 크류코프의 부츠가 판진스키보다 조금 먼저 결승선을 지난 것으로 판명돼 메달 색깔이 금빛과 은빛으로 갈렸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은 1,000분의 1초까지 계시를 한다. 두 종목 모두 스케이트 날이 결승선 통과 기준이다.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과 전이경은 결승선을 통과할 때 이른바 ‘날 들이밀기’ 기술을 구사해 극적으로 금메달을 따냈고 이후 모든 선수가 사용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는 조심해야 한다. 스케이트를 빙판에 붙인 채 날을 들이미는 것은 허용되지만 신체 접촉이 잦은 종목 특성상 날을 위로 드는 행위는 다른 선수에게 위협이 될 수 있어 반칙으로 간주된다.
100m 달리기 등 육상 트랙 경기에서는 ‘머리, 목, 팔, 다리, 손, 발을 제외한 신체 부위’가 결승선 통과 기준으로 사실상 몸통(가슴)이 기준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400m 결승에서는 사우네 밀러(바하마)가 피니시 라인 직전에 몸을 날려 0.07초 차로 앨리슨 필릭스(미국)을 제치고 우승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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