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규제에 묶여 온라인 배송 경쟁에서 뒤처졌던 대형마트들이 점포 기반 물류망을 활용해 반격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정치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당정은 최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온라인 배송 규제를 합리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의 영업행위를 제한하고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있어, 점포를 거점으로 한 새벽배송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심야 시간대 포장과 출고, 배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이커머스 업체들과 달리, 전국에 분포한 점포망을 물류 거점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 대형마트의 강점으로 꼽힌다. 신규 대형 물류센터를 대규모로 짓지 않고도 분산형 배송 체계를 구축할 수 있어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배송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국 점포를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면 배송 효율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어, 대형마트가 새벽배송 시장에 진입하는 데 현실적인 기반이 마련된 셈”이라며 “기존 이커머스와는 다른 방식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신선식품과 장보기 수요에서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형마트는 산지 직거래, 대량 매입, 냉장·냉동 유통 관리 등에서 축적된 운영 경험을 갖추고 있어 품질 관리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쌓은 고객 신뢰를 온라인 주문으로 연결하는 온·오프라인 연계 전략을 통해 기존 고객을 묶어둘 수 있다는 점도 기대 요소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품질 관리와 안정적인 공급망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점포 운영 경험을 온라인 배송에 접목하면 장보기 수요를 중심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규제 완화는 그간 대형마트 업계가 제기해 온 ‘기울어진 경쟁 환경’을 일부 해소하는 조치로도 받아들여진다. 2012년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출점을 제한하는 반면, 이커머스 업체에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아 시장 구조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이커머스 기업의 매출이 대형마트 3사 합산 매출을 웃도는 수준까지 확대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경쟁력 회복이 과제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새벽배송 허용이 단기간 실적 개선으로 바로 이어지기보다는, 점진적인 사업 확장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점포 기반 배송은 인력과 시스템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미 일부 대형마트가 즉시배송과 퀵커머스 실험을 진행해 온 만큼 이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수익성이 확보된 지역과 상품군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운영 효율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소상공인 단체를 중심으로 반발도 거세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790만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대기업에 헌납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고,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이 골목상권에 대한 “경제적 학살”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대형마트의 상생협력기금 출연 확대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에 따른 업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시에 일부 단체는 쿠팡의 독과점 문제를 대형마트 규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시선 돌리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