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소셜미디어(SNS)가 청소년을 중독시키도록 설계됐는지를 따지는 이른바 ‘SNS 중독 책임’ 재판이 본격화되며 빅테크 기업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과거 담배업계 책임 소송에 비견될 만큼 파장이 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1심 법원에서는 메타와 유튜브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재판의 심리가 시작됐다. 원고는 20세 여성 케일리 G.M(KGM)으로, 자신이 10년 넘게 SNS에 중독돼 불안과 우울증, 신체적 장애까지 겪었다고 주장한다. 원고 측은 SNS 이용이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핵심 쟁점으로 제시했다.
원고 측 대리인 마크 래니어 변호사는 배심원단을 향해 “이는 역사상 가장 부유한 기업들이 아이들의 뇌에 중독을 심은 사건”이라며 “구글과 메타는 이용자를 붙잡아두고 반복 접속을 유도하도록 서비스를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알림 시스템, 추천 알고리즘, 무한 스크롤 등 기능이 담배 산업이나 슬롯머신에서 활용된 심리적 기법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는 유튜브를 ‘카지노’로 비유한 구글 내부 문서도 공개됐다. 한 직원은 내부 메시지에서 인스타그램을 “마약과 같다”고 표현했으며 “직원들은 사실상 마약상”이라는 노골적인 어휘를 사용하기도 했다.
반면 메타와 유튜브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플랫폼은 이용자에게 유익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사용 습관과 중독 여부는 개인과 가정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메타는 소송이 청소년 정신건강이라는 복합적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에는 주요 경영진 증언도 예고돼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 닐 모한 유튜브 CEO 등이 증언대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판은 전국적으로 계류 중인 수천 건의 유사 소송의 향방을 가늠할 ‘선도 재판’ 성격을 띤다. 앞서 스냅챗과 틱톡은 피고 명단에 올랐다가 최근 원고 측과 비공개 합의에 이르렀다.
재판을 앞두고 메타의 행보도 주목된다. 메타는 청소년 안전 기능을 강조하는 대규모 TV 광고 캠페인을 재개했다. 메타는 이후 한동안 광고을 중단했다가, 지난 9일 시작된 로스앤젤레스(LA) 법원 소송 개시를 앞두고 송출을 재개한 것으로 파악됐다.
빅테크 기업 감시단체 ‘테크오버사이트프로젝트(Tech Oversight Project)’에 따르면 관련 광고는 CNN·ABC·폭스뉴스 등 전국 방송망에서 11월 이후 3500회 이상 송출됐다. 청소년 계정을 홍보하는 이 광고는 연락처 제한, 콘텐츠 노출 통제 등 안전 기능을 강조한다.
광고 대행사 애드임팩트(AdImpact)는 메타가 10대 대상 광고 한 편에만 약 70만달러(약 10억원)를 투입했으며, 수백만 회 노출이 이뤄졌다고 추산했다. 시청자가 건너뛸 수 없는 방송 광고 특성상 비용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구체적 집행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2024년 9월 청소년 계정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관련 캠페인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메타는 “전 세계 수억 명의 10대가 청소년 계정을 사용하고 있으며, 자극적 콘텐츠 노출과 원치 않는 연락, 이용 시간이 모두 줄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를 ‘여론 관리용’ 전략으로 본다. 테크오버사이트프로젝트의 사샤 하워스 사무국장은 “광고 캠페인은 잠재적 배심원과 정치인을 설득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노린 선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같은 시기 뉴멕시코주에서도 주 법무장관이 메타를 상대로 아동 보호 의무 위반을 주장하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지방정부와 교육구, 유족 포함 235명 이상의 원고가 참여한 연방 소송도 별도로 이어지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6월 재판이 예정돼 있다.
메타는 10일(현지시간) 0.95% 하락한 670.72달러에 정규장을 마쳤다. 52주 최고가는 796.25달러, 52주 최저가는 479.80달러로 현재 주가는 52주 최고가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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