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도 커피도 아니다…" 일본에서 무려 107만 잔이나 팔렸다는 '음료'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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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도 커피도 아니다…" 일본에서 무려 107만 잔이나 팔렸다는 '음료' 정체

위키푸디 2026-02-11 10:5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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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종업원이 고객에게 음료를 건네는 순간을 담은 장면이다. / 위키푸디
카페 종업원이 고객에게 음료를 건네는 순간을 담은 장면이다. / 위키푸디

겨울바람이 유독 차갑게 느껴지는 날이면 손이 먼저 따뜻한 컵으로 향한다. 거리 곳곳에서 테이크아웃 컵을 든 사람들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커피 향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요즘 도쿄 시내 일부 카페 앞에서는 예상과 다른 냄새가 난다. 쌉싸름한 원두 향 대신 짭조름한 가쓰오부시 향, 은근하게 퍼지는 다시마 향이다.

컵에 담긴 것은 커피가 아니다. 일본에서는 지금 ‘마시는 다시’가 하나의 일상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요리의 시작을 알리던 육수가 카페 메뉴로 등장했고, 출근길 음료로 선택되고 있다. 그 중심에 선 다시 카페들은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7만 잔을 넘기며 커피 중심 음료 문화에 변화를 주고 있다.

107만 잔을 만든 ‘다시 카페’, 국물이 컵에 담기다

투명한 주전자에 우려낸 육수를 컵에 담기 위해 재료 무게를 측정하는 다시 카페의 준비 과정이다. / 온더무마미 홈페이지
투명한 주전자에 우려낸 육수를 컵에 담기 위해 재료 무게를 측정하는 다시 카페의 준비 과정이다. / 온더무마미 홈페이지

일본에는 오래전부터 따뜻한 국물을 음료처럼 마시는 문화가 있었다. 겨울철 자판기에서 판매되는 캔 국물이나 온천 후 제공되는 육수가 그 예다. 다만 이는 간식에 가까운 존재였고, 카페와는 거리가 있었다. 흐름이 달라진 계기는 전통 식재료를 현대적인 공간으로 옮긴 시도에서 시작됐다.

도쿄 니혼바시에 자리한 ‘니혼바시 다시바’는 이 흐름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300년 역사의 가쓰오부시 전문점 ‘닌벤’이 문을 연 이 매장은 “다시를 커피처럼 즐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투명한 컵에 담긴 가쓰오 다시를 테이크아웃 형태로 판매했고, 2024년 기준 누적 판매량은 107만 잔을 넘어섰다. 기본 가쓰오 다시를 비롯해 토마토, 미소, 크림을 더한 메뉴까지 등장하면서 점심시간 직장인들의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니가타현의 ‘온 더 우마미’는 추출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바리스타가 원두 대신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를 필터에 올리고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붓는다. 손놀림과 도구는 핸드드립 커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컵에 떨어지는 액체는 맑지만, 한 모금 마시면 깊은 감칠맛이 입안에 남는다. 커피를 즐기는 경험과 국물이 주는 만족감을 동시에 겨냥한 구성이다.

도쿄 미시쿠에 위치한 ‘미야비 유이노주’는 더욱 담백한 방향을 택했다. 소금조차 넣지 않은 육수를 기본으로 내세운다. 홋카이도산 다시마와 가고시마산 가쓰오부시만 사용해 재료 고유의 맛을 살렸다. 자극을 줄인 국물 한 잔을 찾는 30~40대 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층이다.

커피 대신 국물을 고르는 이유, 감칠맛이 주는 안정감

진열대에 가쓰오부시와 다시 재료들이 놓여 있다. / 온더무마미 제공
진열대에 가쓰오부시와 다시 재료들이 놓여 있다. / 온더무마미 제공

사람들이 커피 대신 국물을 선택하는 배경에는 맛의 구조가 있다. 다시의 핵심은 감칠맛이다. 다시마에 풍부한 글루타민산과 가쓰오부시에 들어 있는 이노신산이 만나면 입안에서 둥글고 깊은 맛이 형성된다.

이 조합은 풍미를 키우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글루타민산은 섭취 시 뇌에 편안한 자극을 전달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고, 이노신산은 식사 만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커피가 카페인을 통해 각성을 유도한다면, 다시는 몸의 긴장을 낮추는 방향으로 다가온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다시 카페 확산의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빠르게 집중 상태로 끌어올리는 음료보다, 잠시 호흡을 고르게 해주는 음료를 찾는 흐름이 강해졌다는 시각이다. 

전통 육수가 카페로 들어온 이유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로 핸드드립 방식으로 육수를 내리는 모습. / 위키푸디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로 핸드드립 방식으로 육수를 내리는 모습. / 위키푸디

일본 요리에서 다시는 오랫동안 엄격한 영역에 속했다. 맑고 섬세한 1번 다시, 깊고 진한 2번 다시를 구분해 사용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 이런 전통 재료가 카페라는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역할이 달라졌다. 조리의 기초 재료에서 일상 음료로 영역을 넓힌 셈이다.

이 변화는 1인 가구 증가와도 맞물린다. 집에서 국물을 내기에는 번거롭고, 한 끼로는 부담스러울 때 따뜻한 육수 한 잔은 가벼운 선택지가 된다. 텀블러에 담긴 다시를 들고 이동하는 모습 자체가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니멀한 공간 구성, 커피숍을 떠올리게 하는 인테리어, 테이크아웃 중심 운영 방식까지 더해지면서 다시는 더 이상 주방에만 머무는 재료가 아니게 됐다.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마시는 육수’의 다음 장면

일본의 다시 카페 흐름은 한국에서도 익숙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멸치, 사골, 황태처럼 국물 문화가 일상에 깊이 자리 잡은 환경이다. 이미 캠핑 시장에서는 티백 육수와 코인 육수가 널리 쓰이고 있고, 국물만 따로 즐기는 소비도 흔하다.

출근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따뜻한 멸치 국물을 테이크아웃하는 풍경은 아직 낯설다. 다만 일본 역시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국물이 컵에 담겨 거리로 나오는 모습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장면이 아니라, 서서히 준비된 변화였다.

커피의 자리를 완전히 대신하지는 않더라도 선택지는 분명히 늘고 있다. 컵에 담긴 국물이 음료가 되는 풍경은 이미 일상 가까이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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