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하나를 사이에 둔 한국과 일본은 수산물 식문화에서 닮은 점이 많다. 고등어, 갈치, 명태는 두 나라 모두가 사랑하는 생선이다.
전갱이 구이 / 유튜브, 입질의추억TVjiminTV
하지만 유독 한 종류에서만큼은 반응이 극명하게 갈린다. 바로 전갱이다. 일본에서 전갱이는 아지라고 불린다. 맛이 좋아서 이름 자체가 맛이라는 뜻의 단어가 되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대중적이다. 반면 한국에서 전갱이는 고등어보다 못한 생선이거나 낚시꾼들이 귀찮아하는 잡어 취급을 받기 일쑤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 그 배경을 살펴본다.
먼저 한국인이 생선을 평가하는 가장 큰 기준은 고소함과 기름기다. 고등어는 전갱이보다 지방 함량이 높다. 구웠을 때 지글지글 올라오는 기름과 진한 풍미는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생선의 전형이다. 전갱이는 고등어에 비해 살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는 이 담백함이 밋밋함이나 퍽퍽함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한국은 생선을 주로 구이나 조림으로 먹는다. 전갱이는 고등어보다 살이 연해서 오래 조리면 살이 쉽게 부서지고 구웠을 때 고등어만큼 강렬한 고소함을 내지 못한다. 결국 고등어보다 맛이 덜한 생선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혔다.
전갱이 / Curioso.Photography-shutterstock.com
전갱이는 고등어보다 부패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도 원인이다. 잡자마자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전갱이 특유의 비린내가 강하게 올라온다. 일본은 일찍부터 신경을 죽여 신선도를 유지하는 기술과 저온 유통 체계가 발달했다. 덕분에 전갱이를 회나 초밥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반면 한국은 과거 유통 기술이 부족하던 시절 전갱이가 내륙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신선도가 떨어져 비린 생선이라는 오명을 썼다. 한번 박힌 비린 잡어라는 이미지는 유통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갱이 소비를 가로막는 벽이 되고 있다.
요리법의 다양성 차이도 크다. 일본에서 전갱이는 활용도가 매우 높다. 회와 소금구이는 물론이고 살을 다져서 양념한 요리나 튀김 그리고 말린 포 등 조리법이 수십 가지에 달한다. 특히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전갱이 요리 중 하나인 전갱이 튀김은 한국의 돈가스만큼이나 대중적인 식사 메뉴다. 전갱이의 담백한 살은 튀김 옷과 만났을 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극대화한다. 반면 한국에서 생선 요리는 구이, 조림, 찌개에 집중되어 있다. 전갱이를 튀겨 먹거나 다져 먹는 문화가 생소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고등어 대신 전갱이를 선택할 이유가 사라진다.
전갱이 회 / 유튜브, 입질의추억TVjiminTV
한국 시장에서 생선은 크기가 곧 상품성이다. 갈치나 조기도 크기가 클수록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뛴다. 한국 연안에서 잡히는 전갱이는 보통 20에서 30센티미터 내외의 작은 개체가 많다. 대형 고등어에 비해 살점이 적고 가시가 많게 느껴지는 전갱이는 식탁 위에서 대접받기 힘들다. 먹을 게 없다는 불평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은 작은 전갱이는 튀김으로 쓰고 큰 전갱이는 횟감으로 용도를 명확히 구분해 소비하지만 한국에서는 작은 생선을 일일이 손질해 요리하는 번거로움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전갱이에게는 고등어에게 없는 신체적 특징이 있다. 꼬리 부근부터 몸통 옆선에 돋아 있는 딱딱한 비늘인 방패비늘이다. 이 부분은 칼로 일일이 제거하지 않으면 먹을 때 입안을 찌를 정도로 딱딱하다. 고등어는 대충 씻어 소금만 뿌려 구우면 되지만 전갱이는 이 비늘을 제거하는 추가 공정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가시가 많은 생선인데 손질까지 까다로우니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전갱이 초밥 / nest557-shutterstock.com
전갱이가 한국에서 찬밥 신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고등어보다 지방은 적지만 감칠맛을 내는 성분은 오히려 풍부하다는 점이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갱이는 고단백 저칼로리 생선이며 오메가-3 지방산도 풍부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 또한 고등어 가격이 치솟을 때도 전갱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한다. 신선한 전갱이를 회로 먹었을 때의 쫄깃함과 고소함은 고등어와는 또 다른 매력을 준다.
결론적으로 전갱이가 한국에서 인기가 없는 이유는 단순히 맛이 없어서가 아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조리 방식과 유통의 역사 그리고 기름진 맛을 선호하는 식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식문화가 다양해지고 일식 조리법이 보급되면서 전갱이를 찾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만약 오늘 저녁 메뉴가 고민된다면 늘 먹던 고등어 대신 전갱이 구이나 튀김을 시도해 보면 그동안 몰랐던 담백한 진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