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반응은 넘치고, 해석은 사라진 시대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이슈메이커] 반응은 넘치고, 해석은 사라진 시대 

이슈메이커 2026-02-11 09:38:57 신고

3줄요약

[이슈메이커=오미경 기자]

반응은 넘치고, 해석은 사라진 시대 

 

문화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십 편의 영상과 음악, 예능과 드라마가 소비되지만, 그것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작품을 둘러싼 말들은 많아졌지만, 해석은 짧아졌고, 비평은 어느새 변방으로 물러났다. 평점과 댓글, 즉각적인 분노와 호불호의 반응이 문화 담론을 대신하는 시대, 문화 비평의 부재는 단순한 평론의 위기가 아니라 사회가 자신을 해석하는 언어를 잃어가고 있다는 징후다. 

 

 

ⓒPixabay
ⓒPixabay

 

비평의 외연은 확장, 심층적 해석은 어디로? 
문화 비평이 사라졌다는 말은 다소 극단적일 수 있다. 실제로 온라인 플랫폼과 소셜미디어의 확산이 영화 및 문화 비평을 전통적 저널리즘 영역에서 벗어나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담론의 장으로 확장했다는 연구도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는 텍스트 비평뿐 아니라 영상, 실시간 반응 등 다양한 형식의 비평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비평의 외연 확장이 곧 ‘심층적인 해석’의 증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평은 중심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영화 비평의 경우 전통적 영향력을 상징하는 비평가와 매체 기반 비평은 점차 줄어들고, 소셜 플랫폼을 통한 사용자 기반 평점·리뷰가 시민적 평가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일례로 글로벌 영화 평론 커뮤니티 서비스 Letterbox의 사용자가 2020년 약 180만 명에서 2024년 말 약 1,700만 명으로 증가했는데, 이러한 숫자는 ‘비평적 대화’가 전통 매체에서 사용자 참여 중심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긴 호흡의 분석과 맥락 설명은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지금의 플랫폼 환경과 어울리지 않으며, 사용자의 선호를 강화하고 자극적인 반응을 우선 노출하는 알고리즘 속 세계가 확장하면서 ‘길고, 어렵고, 때로는 불편한 말’이 되기도 하는 비평은 자연스럽게 클릭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문화 비평이 밀려난 자리를 평가와 댓글이 차지했다. 이러한 방식은 문화가 담고 있는 다층적인 맥락을 설명할 수 없고, 문화 논란이 사회 갈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 ⓒPixabay
문화 비평이 밀려난 자리를 평가와 댓글이 차지했다. 이러한 방식은 문화가 담고 있는 다층적인 맥락을 설명할 수 없고, 문화 논란이 사회 갈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 ⓒPixabay

 

비평을 대체한 평가와 댓글, 문화 논란이 갈등으로 번지는 사회
지금 비평의 자리를 대신한 것은 평가와 반응이다. 별점 하나, 몇 줄의 댓글, 짧은 분노가 작품이나 문화를 규정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문화가 담고 있는 깊은 맥락과 층위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 속에서 작품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판단의 대상이 되고, 문화는 사유의 계기가 아니라 감정의 방아쇠가 돼버린다. 그렇게 결국 해석이 사라진 자리에는 오해가 들어서고 논의가 곧 논쟁으로 치닫는 사회가 된다.

 
  최근 문화 콘텐츠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하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비평이 부재한 환경에서 문화적 표현이 맥락 없이 소비되고, 나아가 도덕적·정치적 판단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흔해졌다. 작품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보다, 누가 좋아했고, 누가 불편해했는가 등 즉각적인 감정 반응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점차 복합적인 메시지는 사라지고, ‘옮다’와 ‘틀리다’라는 이분법만 남고 있다.

우리가 다시 비평을 말해야 하는 이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문화 비평은 단순히 취향을 가르는 잣대가 아니란 사실이다. 그것은 문화가 지니는 사회적·역사적·미학적 맥락을 독해하고, 그에 기반한 의미와 감정을 공유하는 공적 언어다. 그래서 비평이 사라질수록 우리는 생각하기보다 즉각적인 반응을 하게 되고, 이해하기보단 편을 가른다. 문화 소비는 점점 더 개인화되지만, 공동의 해석 기반이 무너지면서 이것이 곧 사회적 해석 능력의 약화로 이어지는 것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비평을 과거의 권위로 회귀시키는 것이 아니라 비평을 통해 속도와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해석의 언어, 서로 다른 생각이 공존할 수 있는 토론의 틀을 복원하는 일일 것이다. 문화 비평은 판단을 강요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공감과 이해를 넓히는 장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평이 다시 자리를 찾을 때, 문화는 갈등의 도화선이 아닌, 우리 사회를 성찰하는 진정한 거울이 될 수 있다.     

Copyright ⓒ 이슈메이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