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과 함께 도농복합시 40개 탄생
1998년 주민발의로 여수·여천 통합…2010년 '마창진' 합쳐 통합 창원시 탄생
마지막 사례는 2014년 청주시·청원군 통합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올해 6월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자치단체 간의 행정통합 논의가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대구·경북, 전남·광주, 충남·대전은 각각의 통합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 통합은 지난 2018년부터 구체적으로 추진되다 2022년 지방선거 이후 무산됐으나 불씨가 다시 살아난 상태다.
지방자치단체들의 행정 통합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 논의되는 광역자치단체의 행정 통합 사례는 없었지만 시(市)·군(郡) 등 기초자치단체 통합은 전국 다양한 지역에서 이뤄져 왔다. 그간의 행정 통합 방식과 무산 사례 등을 살펴봤다.
◇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앞두고 '도농복합시' 40개 탄생
행정구역의 대대적 개편이 이뤄졌던 사례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이었다. 당시 지방자치제 전면 부활에 앞서 시와 군을 통합한 도농복합시 설치 등 행정구역이 대폭 개편됐다.
지방자치제는 1949년 지방자치법 제정으로 시작됐으나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약 30년간 중단됐다. 그러다 1991년 기초의원·광역의원 선거가 재개됐고 1995년 6월27일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전면 부활했다.
도농복합시는 생활권이 같으면서도 행정구역이 달랐던 도시와 농촌을 묶은 형태다. 시(市)지만 동과 읍, 면이 함께 있다.
정부는 1995년 순차적으로 41개 시와 39개 군을 통합해 40개의 도농복합시를 설치했다.
먼저 1995년 1월1일 '경기도 남양주시 등 33개 도농복합형태의 시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경기도 미금시와 남양주군을 묶어 남양주시, 강원도의 춘천시·원주시·강릉시·삼척시·춘천군·원주군·명주군 및 삼척군을 춘천시·원주시·강릉시·삼척시로 개편했다.
충청북도 충주시·제천시·중원군 및 제천군을 충주시와 제천시로, 충청남도 공주시·대천시·온양시·서산시·공주군·보령군·아산군 및 서산군을 공주시·보령시·아산시 및 서산시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미금시·명주군·중원군·대천시·온양시·정주시·옥구군·승주군·점촌시·영일군·선산군·영풍군·금릉군·충무시·장승포시·진양군이란 이름이 사라졌다.
또 같은 날 시행된 '전라남도 광양시 등 2개 도농복합형태의 시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남 동광양시와 광양군을 합쳐 광양시로, 경남 울산시와 울산군을 합쳐 울산시로 만들었다. 이후 울산시는 1997년 울산광역시로 승격됐다.
1995년 3월1일 시행된 '서울특별시 광진구 등 9개 자치구 설치 및 특별시·광역시·도간 관할구역 변경 등에 관한 법률'로 서울 광진구·강북구·금천구 등이 설치됐다. 현재 서울시의 25개 자치구 체제는 이때 확정됐다.
아울러 관할구역 변경을 통해 달성군이 대구광역시에, 경기도 강화군·옹진군·김포군 검단면이 인천광역시에 편입됐다.
같은 해 4월20일 시행된 '시·군·자치구의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으로 서울 도봉구 쌍문동이 강북구에 편입되는 등 일부 조정이 있었다.
이어 같은 해 5월10일 시행된 '경기도 평택시 등 5개 도농복합형태의 시설치 등에 관한 법률'로 6개 시와 5개 군이 통합돼 5개(평택·천안·익산·사천·김해)의 도농복합시가 됐다. 이때 경기도 송탄시·전북 이리시·경남 삼천포시가 사라졌다.
◇ 주민발의·주민투표 등 주민이 나서 통합 주도하기도
이후에는 군 중에서 읍 지역 인구가 5만명을 넘으면 군을 폐지하고 도농복합시를 설치하는 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1996년 3월 파주군·이천군·용인군·논산군·양산군, 1998년 4월 안성군·김포군, 2001년 화성군·광주군, 2003년 10월 양주군·포천군이 각각 도농복합시로 승격되며 군에서 시가 됐다. 2003년 9월 논산시 두마면은 계룡시로 분리 승격됐다.
행정통합 사례로 보자면 1998년 4월 여수시·여천시·여천군 등 이른바 '삼려(三麗)' 지역이 통합 여수시로 출범했다.
이는 국내 최초의 주민 발의에 기반을 둔 행정구역 통합 사례였다.
삼려 통합 시도는 1994∼1995년 관 주도로 진행한 세 차례 주민 의견 조사에서 무산됐다. 그러다 1997년 9월 9일 시민들이 주도한 4차 조사에서 응답자 1만397명 중 찬성 86.3%로 통합이 확정됐다.
2006년 7월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라 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이 폐지되고 통합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재편됐다.
2010년에는 창원시·마산시·진해시가 합쳐져 인구 108만명의 통합 창원시가 됐다. 이는 시끼리 행정구역을 통합한 유일한 사례다.
이들 3개 시는 통합 이전에도 출퇴근이나 소비, 병원 이용 등에서 이미 하나의 생활권이었다.
창원은 기계·방산 중심 도시고 마산은 항만·상공업이 발달했으며 진해는 해군기지가 있어 군항·조선산업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은 각 도시의 장점을 연결해 시너지를 내고 행정 효율성을 높이며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로서 기업유치 및 국가사업에 있어서 '규모의 경쟁력'을 가지고자 통합을 선택했다.
통합 창원시는 출범과 함께 수도권 대도시를 제외하고 전국 최대 규모 기초지자체가 됐다.
2014년에는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했다. 이는 주민투표로 성사된 최초의 도농통합 사례다.
대통령기록관 사료를 보면 1949년 청주부가 청주시로 승격되면서 청원군 내의 섬처럼 고립돼 주민 불편이 심했다.
이후 1994년, 2005년, 2009년 세 차례에 걸쳐 중앙정부 또는 시장·군수가 주도한 행정구역 통합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2010년 두 지역 통합을 공약으로 내건 시장과 군수가 당선된 뒤 다시 통합 논의에 불이 붙었다. 결국 2012년 6월 청주시는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청원군은 주민투표 결과 78.6%의 찬성으로 통합이 확정됐다.
두 지역은 주민 공모와 여론조사를 거쳐 주민 65.3%의 지지를 받은 '청주시'를 통합시 이름으로 쓰기로 했다.
◇ 전주·완주 등 수차례 통합 논의에도 무산 사례도
2014년 통합 청주시 출범 이후에는 행정구역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여러 지역에서 통합 논의가 계속돼 왔다.
수원시 의회는 2000년대 초반 역사적으로 비슷한 행정구역과 지역정서가 있는 수원시·오산시·화성군을 합쳐 인구 100만명이 넘는 '수원광역시'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진전이 없다. 화성군은 빠른 속도의 인구 유입으로 2001년 화성시로 승격했고 2025년에는 특례시가 됐다.
성남시·광주시·하남시도 2009년부터 수도권 동부 생활권 통합을 추진해 해당 시의회에서 각각 행정구역 통합안이 의결됐다. 그러나 이듬해 4월 국회에서 관련 특례법이 제정되지 않아 통합이 무산됐다.
대전시와 충남 금산군 통합도 반복해서 거론돼 왔다. 2010년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산 주민 2만여명이 군의회에 통합을 바라는 의견서를 냈다.
금산군은 대전·전북·충북의 경계에 있다. 행정구역은 충남도에 속하지만, 생활권은 대전에 가깝다.
지난 2012년 충남도청이 대전에서 충남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뒤 금산군의회와 대전시의회가 각각 2014년과 2016년에 행정구역 변경 건의안을 채택했으나 이후 진전이 없다.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은 1997년, 2009년, 2013년에 행정구역 통합을 시도했으나 "전주의 배후도시로 전락할 것"이란 완주 주민의 거센 반대로 모두 무산됐다.
2004년 6월부터 네 번째 통합 논의가 다시 활발해졌지만, 찬반 시민단체가 대립하고 정치권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강원도 속초시·고성군·양양군·인제군 등 '설악권 통합'은 1994∼1995년 도농통합 당시 이슈화됐고, 정부가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했던 2012년에도 논의됐던 사안이다.
◇ '5극3특' 추진 속 광역자치단체 통합 논의 활발…반대 의견도
행정통합 논의가 최근 활발해지는 배경에는 선거철을 앞둔 것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이른바 '5극3특' 전략 추진도 있다.
5극3특은 수도권 1극 체제에서 벗어나 전국을 5개의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과 3개의 특별자치도(강원·전북·제주)로 재편하는 국가 균형 발전 전략이다.
정부는 정치·행정을 아우르는 행정수도로 세종시의 기능을 완비하고, 중장기적으로 '5극3특'을 통해 전국에 3개 초광역 수도권을 조성해 나간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에 대응하고 ▲ 규모의 경제 ▲ 통합특별시에 정부가 4년간 20조원의 재정지원 ▲ 행정 효율화 및 비용 절감 ▲ 지역경제 활성화 ▲ 대중교통망 통합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있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대도시 중심 투자에 따른 농촌 소외와 도심-농촌 간 빈부격차 심화, 지역 소상공인 몰락, 기초지자체 권한 약화, 지역 정체성 상실, 고유 지역명 소멸, 구도심과 신도심의 대립 등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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