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망명제도 개편안 승인…"인권 침해" 비판도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역내 망명 신청자들을 연고가 전혀 없는 국가로 이송할 수 있는 길을 여는 등 이민 정책을 한층 강화했다.
유럽의회는 10일(현지시간) EU에 도착한 망명 신청자들이 신청 심사가 이뤄지기 전에 연고가 없는 국가로 이송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망명 제도 개편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96표, 반대 226표, 기권 30표로 통과시켰다.
망명 절차 규정에 포함된 '안전한 제3국' 개념의 변경으로, 망명 신청자와 이송 대상 국가 간의 연관성을 요구하던 조건이 삭제됨에 따라 망명 신청자들을 연고가 전혀 없는 나라로 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번 개정으로 EU 회원국들은 과거 영국 정부가 아프리카 르완다와 추진한 것과 유사하게 재정적 대가를 제공하는 대신 이주민을 수용하는 제3국 정부와 협정을 체결할 수 있게 됐다고 유럽 전문매체 유로 뉴스는 짚었다.
개정안은 아울러 이탈리아가 알바니아에 설치한 사례처럼 EU 역외에 '송환 허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개정안은 EU 27개 회원국 정부의 공식 승인을 거쳐야 발효된다.
유럽이 이처럼 난민 정책을 옥죄는 것은 시리아 내전 등으로 2015년∼2016년 100만명이 넘는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대거 유입된 여파로 각국에서 반난민 정서가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반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극우 정당들이 급격히 세를 불리자 스페인 등 일부를 제외한 유럽 주요국 정부는 속속 이주민을 향해 빗장을 걸며 이민 정책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그러나 유럽의 이번 조치가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고, 1951년 난민협약에 따른 망명권을 약화할 소지가 있다며 반발한다. 난민협약은 난민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국가로 보내는 것을 금지한다.
국제앰네스티(AI)는 "이번 표결로 EU에서 망명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실질적인 심사 없이 신청이 거부되고, 연고도 없고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국가로 송환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EU가 난민 보호에 대한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에는 망명 신청이 거부된 사람들을 송환할 수 있는 '안전한 국가' 목록도 도입했는데, 여기에는 이집트와 튀니지 등 인권 상황에 의문이 제기되는 나라들도 포함돼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짚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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