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총리 "복잡한 정치 체계 뜯어 고쳐야"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600일 넘게 무정부 상태인 벨기에 수도 브뤼셀이 정부 구성을 위해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 방식의 끝장 협상에 나선다.
브뤼셀타임스는 브뤼셀의 주요 7개 정당이 10일(현지시간) 오전부터 벨기에의 대표적 학술 기관인 대학재단 건물에 모여서 연정 구성의 토대 마련을 위한 협상에 다시 돌입한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동은 브뤼셀 프랑스어권의 제1당인 중도우파 MR(개혁운동)의 지도자 조르주-루이 부셰의 제안에 다른 정당들이 호응하며 성사됐다.
이번 협상은 2029년까지 재정 균형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예산 틀 마련, 향후 정부 협약으로 이어질 정책 노트 도출에 초점이 맞춰진다. 참여자들은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한다고 브뤼셀타임스는 전했다.
각 정당들은 이런 방식으로 주요 정책에 대한 실무 합의가 이뤄지면, 이를 토대로 곧바로 연정 구성에 착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 등 여러 국제 기구를 품고 있어 '유럽의 수도'로도 불리는 브뤼셀은 2024년 6월 지방선거 이후 20개월 넘게 무정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선거에서 뚜렷한 승자가 나오지 않은 까닭에 여러 정당이 손을 잡고 연정을 구성해야 하지만,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를 공식 언어로 둔 이중 언어 지역이라는 특수한 지위로 인해 협상이 번번이 무산됐다.
규정상 연정 구성을 위해서는 지역 의회 내 두 개 언어 그룹 모두에서 과반을 확보해야 하는데, 각 언어 그룹이 성격이 상이한 정당들로 구성돼 있어 이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정부 구성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주요 정책 입안과 집행이 중단되고, 이미 계획됐던 공공사업에도 제동이 걸리며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정치인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서도 월급은 꼬박꼬박 받아가는 현실에 분노를 표출하면서 작년 말과 올해 초를 비롯해 벌써 여러 차례 거리로 나서 연정 구성을 촉구해 왔다.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도 이런 현실에 답답함을 표현했다.
더 베버르 총리는 지난 9일 현지 공영 라디오 RTBF에 "유럽 다른 나라를 비롯해 세계 어디를 가든 모든 이들이 이 문제를 물으며 '이게 도대체 무슨 난장판이냐'고 말한다"며 브뤼셀의 정치 교착이 벨기에의 국가 이미지까지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연정 구성을 지연시키는 복잡한 정치 체계를 뜯어고칠 때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벨기에는 네덜란드어권인 플랑드르, 프랑스어권인 왈롱, 이중 언어 지역인 브뤼셀 3개 지역에 더해 독일과 접경한 지역에 독일어를 쓰는 소수의 인구까지 둬 공식 언어는 3개에 달한다.
이런 복잡한 체제 만큼 연방 차원의 정치적 교착도 빈번한데, 2010∼2011년 사이에는 541일 동안 정부가 구성되지 않았다. 더 베버르 총리가 이끄는 현 연방 정부도 2024년 총선 후 7개월 간의 연정 협상 끝에 가까스로 발족했다.
ykhyun14@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