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플라톤의 동굴 이야기다. 죄수들에겐 동굴이 세상 전부다. 벽에 비친 그림자만 보고 산다. 누군가 탈출해 바깥의 진짜 세상을 보고 왔다. 동굴의 가짜 세상에서 나가자고 했을 때 죄수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림자가 저렇게 생생한데 가짜일 리 없다며 거절했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상은 진짜일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삶의 터전이 바뀌고 있다. 새로운 세상은 항상 두렵다. 0과 1의 디지털로 이뤄진 컴퓨터, 인터넷 없이 살 수 없는 공간이다. 그 세상을 살아낼 방법이 막막하다면 어떤 심정일까. 인공지능(AI) 세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을 못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을 봤는가. 모바일 뱅킹을 못해 은행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을 봤는가. AI가 신입사원의 일을 거뜬히 해내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을 봤는가. 부모가 벌어 놓은 돈을 축내는 것 말고 할 일이 없다.
디지털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이 늘고 있다. 나 또는 누군가의 가족이다. 디지털 소외가 해소되지 못하고 AI와 겹치면 공포가 된다. AI 발전은 눈부시다. 생성형 AI를 두뇌로 장착했다. 정보 검색, 문서 작성을 넘어 미술, 음악 등 창작을 지원한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의 지시에 따라 온라인쇼핑 등 거래와 업무를 처리한다. AI 에이전트만 모여 대화하는 ‘몰트북’ 등 온라인 커뮤니티도 있다. 사람은 참여하지 못하고 구경만 해야 한다. 피지컬 AI를 대표하는 휴머노이드는 어떤가. 발열 기능을 넣어 체온까지 담았다.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하고 사람처럼 일을 한다. 발전을 거듭하는 AI 소식은 좋기만 할까. 뒤처질까 겁나고 빼앗길까 두렵다.
빅테크 기업은 AI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를 성경처럼 읊는다. 휴머노이드의 덤블링 등 놀라운 맛보기를 선보인다. AI의 선제적 활용을 강조하고 뒤처지면 소외를 느끼게 한다. 학계, 업계, 전문가와 언론까지 나서 부추긴다. AI 세상은 알고리즘 지배 사회다.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 분석해 내가 좋아할 만한 답변과 자료를 만들어준다. 나의 취향을 읽어 제품과 서비스를 광고로 보여준다. 내 마음을 읽힐까 단순 검색조차 두렵다.
철학자 울리히 벡의 생각을 더해 보자. 과학기술은 편리함을 주지만 남용하면 자연 파괴, 인명 살상 등 위험을 키운다. 위험은 국경을 넘어 전염병처럼 퍼진다. 자유, 평등보다 안전의 가치가 중요해진다. 기계는 오작동이 위험을 가져오지만 AI는 정상 작동 중에도 사고가 날 수 있다. AI 위험이 AI 소외와 결합하면 불신으로 이어진다. 갈등과 분쟁으로 깊어지면 AI 발전도 발목이 잡힌다.
어떻게 해야 할까. 디지털포용법이 지난달 22일 시행됐다. 취약계층의 디지털 역량 강화, 접근성 보장, 영향평가 등의 제도를 담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할까. AI 세상은 국도, 갓길 등 다른 모든 길을 없애고 고속도로만 남긴 것과 같다. 고도의 운전기술과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AI 차량만 다닐 수 있다. AI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는 세상이다. AI 마케팅이 소외와 공포를 넘어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 돼선 안 된다. AI 위험과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 취약계층 등 모든 시민이 소외되지 않고 AI에 참여해 기회와 과실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국민 중심 AI 생태계 구축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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