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지 공사장을 지날 때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은 단순한 심리적 반응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공사 현장은 다양한 위험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보행자와 통행인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한다.
도심지 공사장은 시민이 생활하는 공간과 바로 연결돼 있다. 공사 중 위험은 언제든 밖으로 번져 지나가는 시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지난해 9월 안양시 한 공사장에서 비계 구조물이 차도로 쓰러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 순간 도로나 보도를 지나던 시민이 있었다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졌을 것이다.
시민은 이런 사고가 나면 당연히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현행 법 체계상으로는 인정되기 어렵다. 중대시민재해란 특정 원료나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으로 인해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쟁점은 그 시설이 아직 공사 중이었는지 아니면 시민이 실제로 이용하고 있었는지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공사 중인 건물에서 크레인이 쓰러져 인근 도로의 차량을 덮쳤다고 치자. 시민이 사망했더라도 해당 시설은 아직 완공되지 않았기에 공중이용시설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일부는 공중이용시설은 본래 시민이 이용할 목적으로 설치되는 것이므로 공사 중이라도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행 시행령은 완공된 시설물을 기준으로 정하고 있어 공사 중인 경우는 배제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민이 피해를 입었는데도 중대시민재해로 인정되지 않는 모순이 생긴다. 이는 정부가 시행령에서 중대시민재해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정했기 때문이다. 범위를 좁히면 정부와 기관이 져야 할 관리·감독 책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법이 책임을 피하는 수단으로 쓰인다면 제도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공사 중 발생한 위험이 공사장 내부를 넘어 외부로 확산돼 시민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할 수 있도록 법률을 보완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법이라면 책임을 줄일 게 아니라 보호 범위를 넓혀야 한다.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또 다른 참사가 발생했을 때 법은 시민을 지켜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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