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논알코올’ 맥주 속 숨겨진 ‘퓨린’ 성분으로 인해 음주 대체재로 무알코올·비알코올 제품을 찾는 통풍환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비알코올 맥주의 성분 함유 특성에 따라 통풍을 유발하는 퓨린이 함유될 수 있지만, 제품 정보와 안내가 뒤따르지 않음에 따라 사전에 이를 인지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 개방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통풍 환자 수는 지난 2018년 43만명에서 2022년 50만명을 증가한 후 최근 집계에서 55만명 돌파하는 등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40~50대 남성에게 주로 발생하던 통풍이 최근 식습관의 변화로 20~30대 ‘사회적 질병’으로 부상했다. 자연스레 혈중 요산 수치를 높이는 핵심 성분인 퓨린에 대한 대중적 경각심 역시 커졌지만, 함유 제품에 대한 정보 부족과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사의 책임 부재 등 정보 불균형의 심화로 퓨린 섭취에 따른 통풍 발병 피해는 더욱 늘고 있는 추세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통풍환자들의 주요 대체 품목 중 하나인 ‘논알코올’ 맥주에 퓨린이 함유돼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논알코올’이라는 명칭으로 인해 모든 제품에 동일한 공정이 적용될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식품위생법상 ‘무알코올’과 ‘비알코올’은 제조 방식과 성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먼저 탄산수에 맥주 향료와 감미료를 첨가해 만드는 ‘무알코올’ 제품은 맥아를 사용하지 않거나 극소량 사용하기 때문에 퓨린 함량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반면 실제 맥주와 유사한 맛을 내기 위해 맥아를 발효시킨 후 알코올만 제거하는 ‘비알코올’ 방식의 경우 알코올 성분만 여과하거나 증발시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액체 속에 퓨린 성분이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유통되고 있는 시중 수입 및 국산 비알코올 맥주 다수가 해당 공법을 채택해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일각에선 ‘무늬만 안전한 음료’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논알코올 맥주의 모호한 성분 표시 기준과 퓨린 등 실제 건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정보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소비자들의 피해 예방은커녕 올바른 정보 안내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식품위생법상 논알코올 맥주에 표기되는 정보는 식품 유형(탄산음료, 혼합음료), 알코올 함량, 성인용 표시 등으로 이마저도 퓨린 의무적 표기 지침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이 자칫 특정 질환자들에게 신체적 위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비알코올 맥주는 공정상 퓨린이 생성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퓨린 함량에 대한 고지 의무 사항이 없기에 맥주 표기상의 0.0%, 0.00%의 표기를 보고 구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 주요국은 이미 논알코올 음료에 대한 세분화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기린(Kirin)’이나 ‘아사히(Asahi)’ 등 대형 주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퓨린 제로’ 마크를 제품에 표기하고 있으며,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통풍 환자와 고요산혈증 환자를 위한 맞춤형 시장이 형성돼 있는 등 소비자 친화적인 정보 제공 및 제품 구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퓨린을 제거하는 기술력을 마케팅의 핵심 요소로 활용해 관련 시장에 대한 영향력과 점유율을 끌어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논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 성장 성분 표시 기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온라인 쇼핑몰 등지에서 무알코올과 비알코올을 혼용해 광고하는 행태가 만연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기업들의 자발적인 성분 공개와 더불어 정부 차원의 원재료의 잔류 성분 고지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하다는 평가다.
단순히 알코올 도수 1% 미만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현행 체계는 퓨린 섭취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잘못된 구매 결정을 내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평가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논알콜 맥주 표기상의 탄산음료, 혼합음료 등을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면 고객들의 혼동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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