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 현장] “사장님, 5인 미만으로 만들어드립니다”…근로기준법 허점에 ‘노동법 회피 컨설팅’까지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TN 현장] “사장님, 5인 미만으로 만들어드립니다”…근로기준법 허점에 ‘노동법 회피 컨설팅’까지

투데이신문 2026-02-10 17:38:20 신고

3줄요약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과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입법연구분과가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촉구하고자 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br>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과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입법연구분과가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촉구하고자 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근로기준법 11조의 ‘5인 미만’ 예외 규정이 사업장 쪼개기와 용역 전환을 부추기며 부당해고와 노동권 사각지대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해고노동자와 노동법 전문가들이 2027년까지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로드맵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10일 투데이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2025년부터 올해까지 부산과 경기 일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용역업체를 통한 사업장 규모 축소’로 해고를 겪은 노동자들의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을 포함해 5명 이상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일부 사업장이 근로기준법 11조를 빌미로 부당해고를 진행한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만 근로기준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제한, 직장 내 괴롭힘 보호, 부당해고 구제 절차, 공휴일·연차휴가, 중대재해 관련 보호 등 기본적인 노동권의 상당 부분에서 배제된다.

이 조항을 악용한 ‘근로기준법 회피 컨설팅’도 등장했다. 일부 컨설팅업체는 직접고용 노동자를 용역업체 소속으로 전환하거나 인력을 정리해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축소한 뒤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도록 ‘사업장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용역 소속으로 바뀌거나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게 된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제한이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 이른바 ‘과로 환경’에 놓이게 된다. 연차휴가나 가산수당도 보장받기 어려우며, 퇴직금 요건(12개월)을 채우기 전에 해고되거나 계약을 쪼개는 방식으로 고용이 분절되면서 퇴직금마저 받지 못하게 되는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최근 5년간 고용노동부의 5인 미만 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건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142건이던 신고는 2024년 3152건으로 증가해 5년 사이 약 3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에도 1~8월에만 2404건이 접수되면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모 컨설팅업체의 전단지. 직접고용 노동자를 용역업체 소속으로 전환해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축소한 뒤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도록 ‘사업장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제공=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br>
모 컨설팅업체의 전단지. 직접고용 노동자를 용역업체 소속으로 전환해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축소한 뒤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도록 ‘사업장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제공=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과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이하 노노모) 입법연구분과는 이 같은 문제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차별하는 근로기준법 때문”이라며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촉구하고자 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노모 입법연구분과 분과장인 윤효중 노무사는 현장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상 해고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부당해고를 법적으로 다투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사용자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근로자를 프리랜서로 둔갑시키고 사업장을 쪼개 근로자 수를 축소하기도 한다. 사업을 외주화해 억지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드는 일도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사업장이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전환으로 사업장 규모를 축소한 뒤 해고를 당했다는 부산의 A건물 관리단 노동자와 경기 김포의 B건물 관리단 노동자가 참석해 직접 피해를 호소했다. 두 사업장의 해고 대상이 노동조합 조합원이었다는 점에서 현장에서는 ‘노조 탄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먼저 부산의 A건물 관리단에서는 2020년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진 뒤 노동자들이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이후 관리단은 이들을 용역업체 소속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거듭했고, 그러다 계약직이던 직접고용 노동자와의 계약을 해지해 인원을 줄였다. 이후 사업장 규모가 5인 미만이 되자 지난해 12월 A건물 관리단은 노조 소속 노동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해고당사자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정철진 지회장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구제신청을 했으나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신청이 불가했다. 지난 1월 1일 기준 A건물 관리단에 남아 있는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4인,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16인으로, 근로기준법 11조의 법망을 피해 운영되고 있다.

정 지회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이 아님에도 직고용된 사람이 5인 미만이면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이 된다는 현실이 안타깝고 화가 난다”며 “이 같은 쪼개기 꼼수로 노동자들이 더 이상 차별받지  않도록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5인 미만 사업장 해고당사자인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정철진 지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br>
5인 미만 사업장 해고당사자인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정철진 지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경기 김포의 B건물 관리단은 지난해 6월 직접고용 노동자 1명을 해고했다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이후 같은 해 9월에는 직접고용 인원 7명 가운데 3명만 남기고 나머지 4명을 위탁회사 소속으로 전환해 인력을 분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민주일반노조 경기본부에 가입한 조휘양 주임은 지난달 해고 통지를 받았다. 현재 사업장이 5인 미만으로 분류되면서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 주임은 “위탁회사로 소속만 바뀌었을 뿐, 업무와 근로조건은 이전과 똑같다”고 말했다. 또 “7명의 노동자를 3명과 4명으로 쪼개 법망을 피하려는 사용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B건물 관리단과 계약한 위탁회사 대표가 관리단장의 가족이라고도 주장했다.

현장에 모인 노동자들과 노동법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과 고용노동부에 “2027년까지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전면 적용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영세 사업주 지원책을 마련하고 사업장·고용을 쪼개 법 적용을 회피하는 관행을 막기 위한 예방 대책도 함께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당시 이재명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당시 이재명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이 대통령은 후보 당시 대선 공약으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언급한 바 있으며, 지난해 8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도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도 노동관계법을 단계적으로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노모 하은성 노무사는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위헌 소지가 크다”며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특정 사업장에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방식이 헌법의 기본 정신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는 사실상 민법에 기대 민사소송으로 구제받는 길밖에 없지만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권리 회복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하다’라는 표현의 해석도 쟁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하 노무사는 “사전에서 ‘사용하다’는 ‘사람을 부려 쓰다’는 뜻”이라며 “제11조를 곧바로 위헌으로 보기 어렵다면 ‘근로자를 사용’한다는 문구를 문언과 입법 취지에 맞게 다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은 최저 기준을 정해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법인 만큼 근로자 수를 둘러싼 다툼이 있을 때는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이 구제 절차에 최대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