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재명 대통령 주도의 '집값 안정화' 정책이 줄줄이 예고돼 있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규제 사각지대를 노린 투기 수요 차단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와 주목된다. 규제 사각지대에 대한 선제적 조치 없인 집값 안정화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무분별한 오피스텔 매입, 법인(임대사업자)을 활용한 부동산 매입 등이 대표적인 규제 사각지대로 지목된다. 주택·개인을 타깃으로 한 정부 규제 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론 집값을 밀어 올리는 효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규제 피해 오피스텔 몰리는 투자 수요…전입신고 거부 등 준주택 유지 꼼수 논란
오피스텔 시장이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적용,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등 고강고의 규제 내용을 담은 정부 규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100을 기록했다. 202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100 이상일 땐 기준일 대비 올랐다는 의미고, 100 이하일 땐 그 반대다.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 상승은 중·대형 평수가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형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은 1년 새 8.42%나 올랐다. 금액으로는 약 1억432만원 정도 수준으로 서울 전체 오피스텔 평균 상승률의 약 2.6배에 달한다. 중대형 오피스텔 매매가도 2.59%(약 6억7112만원)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중·대형 평수 오피스텔의 경우 주거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아파트, 빌라 등 주거용 부동산에 적용되는 세금, 대출 등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오피스텔로 투자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오피스텔의 경우 면적과 상관없이 '준주택'으로 분류돼 세금, 대출 등의 규제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또 취사·욕실 등의 시설과 더불어 바닥 난방 규제까지 폐지되면서 사실상 실거주가 가능해 주거 목적의 임대 수요도 높은 편이다. 서울 오피스텔 중 대형 평수 가격 상승이 유독 두드러진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오피스텔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생겨나는 부작용 수위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오피스텔 가격이 주거용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리는 현상이 꼽힌다. 서울 서초구 소재 S부동산 관계자는 "통상 아파트와 주거 목적의 대형 오피스텔은 시세가 정비례하는 경향이 있다"며 "같은 지역, 같은 목적의 부동산인데 시세가 따로 갈 이유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강남구 소재 L부동산 관계자 역시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시세가 폭등할 때 대형 오피스텔 역시 시세가 많이 올랐다"며 "'꿩 대신 닭' 심리가 반영된 것인데 같은 이유로 오피스텔 시세가 아파트 시세를 밀어 올리는 현상도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투자자들의 각종 꼼수 행위로 인한 폐해도 심각한 편이다. 정부가 전입신고 여부가 확인된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해서는 주택으로 인정하고 동일 규제를 적용하자 오피스텔 임대인들이 임차인의 전입신고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임차인 입장에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전입신고 미이행에 따른 과태료 부과, 월세 세액공제 제외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소재 L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대학가나 이런 곳에 오피스텔 매물 중엔 전입신고 가능한 매물 찾는 게 하늘에 별 따기에 가깝다"며 "주소 이전으로 거주 목적의 소유임이 드러나면 다주택자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집주인들이 전입신고를 거부한다"고 설명했다.
"시세차익 목적 아닌 사람 몇이나 될까" 李대통령도 인지한 임대사업자 제도 악용
'임대사업자' 제도를 악용해 마구잡이로 집을 사들이는 행위도 규제 사각지대로 지목되고 있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과거 문재인정부는 무주택자의 전·월세 비용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로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했다. 당시 정부가 꺼낸 당근책은 최장 4~8년 임대 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세·법인세(건설형) 중과 배제 등이었다. 그러나 임대사업자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갭투기'(전세 보증금을 받아 주택 매수)가 횡행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잇따랐고 현 정부는 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 0% 제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 제외 등 임대사업자 혜택을 축소했다.
그러나 임대사업자의 가장 강력한 이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임대사업자 중 상당수가 임대 수익 보단 시세 차익이 목적인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은 여전하다. 정부가 추가 매입을 차단하고 보유세 인상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세금인상 분을 임대인에게 전가하고 '버티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서울 서초구 소재 H부동산 관계자는 "임대사업자들 중 상당수가 향후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 목적이기 때문에 시세 차익 부분을 건드리지 않는 한 매물을 내놓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양도세 중과 배제 폐지 없인 다주택자 매물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화 효과는 누리지 못한 채 오히려 임차인 부담만 키우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임대사업자 제도를 악용한 폐해에 대해서는 이미 이재명 대통령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소셜미디어(엑스·옛 트위터)에 "임대용 주택을 건축했다면 몰라도, 임대사업자 등록만 하면 집을 얼마든지 사 모을 수 있다는 것도 이상하다"며 "한 사람이 수백 채 씩 집을 사 모으도록 허용하면 수만채 집을 지어 공급한들 부족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이튿날인 9일에도 "서울 시내 등록 임대주택 약 30만호(아파트 약 5만호)는 취득세, 재산세, 종부세 감면과 영구적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라는 특혜를 받는다. 같은 다주택인데 한때 등록임대였다는 이유로 영구적으로 특혜를 줄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있다. 의무임대기간이 지나면 재산세 종부세 감면혜택은 사라지지만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 특혜는 계속되게 돼 있다. 의무임대에 대한 보상은 임대기간 동안의 취득·보유·재산세 감면에 임대 종료 후 일정기간의 양도세 중과 제외로 충분하지 않냐는 것이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의 집값 안정화 대책의 효과 극대화를 위해선 오피스텔, 임대사업자 등 규제 사각지대에 대한 대응책도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안정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위주의 핀셋 규제에서 벗어나 시장 전체의 풍선효과를 차단하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며 "특히 오피스텔을 활용한 전입신고 거부 등 편법적인 주거 형태나 임대사업자 제도의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은 시장 왜곡을 심화시키는 요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임대사업자의 과도한 세제 혜택을 실거주자 중심으로 재편하고 준주택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선제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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