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으로 검찰이 기소한 삼표 채석장 근로자 사망 사건에서 1심이 그룹 회장과 법인, 대표이사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은 10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정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다만, 법인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반면, 삼표산업 본사의 사고 현장 안전책임 담당자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사업소 안전관리 담당자 3명은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에서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씩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 사건 핵심은 정 회장 등이 사고가 난 사업이나 사업장에 대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구체적·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영책임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즉 해당 사업을 총괄했고 안전보건 의사결정이 그에게 실질 귀속된다는 걸 구체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삼표그룹의 규모나 조직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의무를 구체적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중대재해 처벌법에서 규정하는 경영 책임자, 즉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정 회장이 계열사의 경영상황을 보고받고 담당 임원을 통해 지시를 내려온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것만으로는 정 회장에게 계열사의 해당 사업에 대한 총괄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고 봤다.
함께 기소된 이종신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와 삼표산업 법인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특히 이 전 대표의 경우 사업장이 10곳에 달하는 점 등을 고려해볼 때 현장소장과 동일한 수준의 안전조치 의무를 진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대표라는 직위 만으로 곧바로 현장소장과 같은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이 전 대표가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지시했거나, 그런 조치 없이 작업이 진행되는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022년 1월 29일, 경기 양주에 있는 한 채석장에서 발파를 위한 천공작업을 하던 현장 작업자들이 토사가 붕괴되면서 매몰돼 이 중 3명이 숨졌다. 삼표산업이 운영하던 골재 채취장에서였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일만이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산업안전보건법이 아닌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으로 분류해 정 회장 등을 기소했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실질적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강력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문을 통해 "이번 판결을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시키고,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와 기업 총수들에게 집단적인 면죄부를 부여한 판결"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중처법이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는 자를 경영과 안전 책임자로 보고, 강력히 처벌하기 위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경영권자인 정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삼표산업의 지분 구조를 근거로 정 회장이 실질적 경영책임자임을 강조했다. 지주회사인 (주)삼표가 삼표산업 지분 98.25%를 보유하고 있고, 그 (주)삼표의 지분은 정 회장 일가가 77% 이상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핵심 사업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권과 통제권이 총수에게 집중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법원은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축소 해석하며 책임을 현장 관리자 수준으로 끌어내렸다"며 "이 판결은 앞으로 이어질 모든 재판에서 총수들이 내밀 '최우선 면죄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노동자가 죽어도 최종 결정권자가 법 바깥에 서 있게 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은 더 이상 생명을 지키는 법일 수 없다"며 검찰의 즉각적인 항소와 법원의 엄정한 양형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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