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논란이 일단락된 국면에서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과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의식한 언행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이들과 완전히 선을 긋지도 않고 있어 확장 효과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0일 '윤 어게인과 함께 갈 것인지 답하라'는 유튜버 전한길 씨의 요구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혀온 입장에서 변화된 게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장 대표는 이날 <문화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계엄, 탄핵, 절윤(絶尹), '윤 어게인', 부정선거. 이 모든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왔다"며 이미 밝힌 자신의 입장을 참조하라고만 했다.
장 대표는 특히 전 씨를 향해 "'윤 어게인'과 함께 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밝히라고 얘기하면서 또다시 제가 이미 입장을 밝힌 부분에 대해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불편함을 드러내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기고, 다음 총선에서 이기고, 그래서 정권을 가져오는 게 그 분들이 말하는 모든 것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장동혁 당신이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지 답하라'가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국민의힘을 이끌고 있는 장동혁과 함께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장 대표가 언급한 '이미 밝힌 입장'이란 그가 지난 7일 발표한 이른바 "이기는 변화" 테제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당시 12.3 비상계엄에 대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하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은 명확히 하지 않고 그저 "과거에서 벗어나겠다"고만 했다.
장 대표는 이날도 "절연과 관련해서 국민께서 국민의힘에 진정 바라는 건 과거와 달라진 모습일 것"이라며 "말로써 무언가를 풀어내는 게 국민이 국민의힘에 바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문제, 절연의 문제를 말로 풀어내는 건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다"고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다.
극우 유튜버이자 당원인 고성국 씨와 연락하는 사이냐는 물음에는 장 대표는 "고성국 박사와 연락하거나 마지막으로 만난 건 예전에 전당대회 끝나고 유튜브 촬영할 때"라며 "유튜브 촬영 이후에 박사를 따로 뵙거나 연락드릴 여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국면에서의 통합에 관해 "승리에 도움 된다면 어떤 통합도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단순 합산하는 게 때론 힘을 키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때가 있다"며 "원칙과 기준을 지켜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동훈 전 대표 및 친한계에 대한 공세는 계속 이어 나갈 뜻을 시사했다. 그는 "당내 쓴소리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도 "비판이 과해서 당내 분열로 이어진다면, 그에 대해 그냥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건 오히려 당의 힘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그에 대해 무조건 통합, 단합을 얘기하면서 방치하는 건 오히려 당 에너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당원 게시판 사태'로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데 관해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고 공개하고, 그게 정상적으로 발현된 당심인 것처럼 만들었다"고 한 전 대표를 비판하고는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동력을 떨어뜨린 결과에 맞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뿐 아니라 다른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도 미묘하게 과거와 달라진 듯한 언급을 내놨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지난 9일 강경·극우파 유튜버들과의 토론회에서 "'윤 어게인'을 외쳐서는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당의 대다수는 '윤 어게인'으로는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도 다른 유튜브 방송에 나가 "선거에 이기지 못하면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선거제도를 개선할 수도 없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석방할 수도 없다. 냉정하게 선거에 이겨야 한다"며 "선거 지면 윤 전 대통령 석방 안 된다. 대한민국 법치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지방선거에서 지면 비대위가 들어설 것이고 아주 높은 확률로 한동훈이 비대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옹호나 윤 전 대통령의 석방을 바란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선거 승리를 위해 이를 감춰야 한다고 한 셈이다.
신동욱 수석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윤 어게인'을 추구하는 당이냐, 이런 식의 표현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신 최고위원은 "당이 추구하는 노선에 대해 극우 쪽으로 가는 프레임을 만들어 당명, 당헌·당규 개정에서 '그렇게 (극우로) 간다더라'며 미리 비판 소재로 삼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 인사들의 이같은 언행에 대해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을 품는 반응도 나온다. 친한계 박정하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중국 변검처럼 얼굴이 확확 바뀌는 느낌"이라며 "장 대표로 대표되는 현 지도부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윤 어게인' 세력의 주문, 당내에 있는 비판, 이것도 어정쩡하게 넘어가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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