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가 취임 4개월 만에 '파괴적 변화'를 내세운 전면적 체질 개선을 선언하면서 재계 안팎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실적 부진에 따른 구조 개편 메시지지만 그룹 차원의 세대교체 흐름과 맞물리면서 후계자로 거론되는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실장의 신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 대표는 10일 임직원에게 보낸 CEO 메시지에서 "4년간 이어진 성장 정체 끝에 결국 지난해 순이익 적자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며 이를 '생존의 경고'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구조 최적화, 재무구조의 근본적 개선, 조직문화 재건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전면적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불확실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글로벌 전략 제품과 현금 창출력이 높은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비핵심 자산 유동화와 제로베이스 예산 재검토 등 고강도 구조조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 감소한 1조2336억원을 기록했고, 자산 평가 손실 등의 영향으로 417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하며 성장 정체가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번 메시지를 단순한 구조조정 선언으로만 보지 않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근 CJ그룹이 '젊은 임원' 중심의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세대교체 속도를 높이고 있고, 이선호 실장의 지주사 복귀와 미래기획 조직 신설이 맞물리면서 윤 대표의 체질 개선 메시지가 그룹 차원의 승계 구도와 연결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CJ그룹은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신임 경영리더 40명을 승진시키며 젊은 인재 중심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전체 승진자 중 1980년대 이후 출생자 비중이 45%에 달했고 30대 경영리더도 다수 포함됐다. 지난해에는 1990년대생 CEO가 등장하는 등 세대교체 흐름이 그룹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인사 기조는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실장의 역할 확대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실장은 지난해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에서 지주사로 이동하며 미래기획실을 맡았고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신사업 확대를 총괄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지주사 조직도 미래기획그룹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향후 그룹 내 대형 투자나 인수합병(M&A)에서 이 실장이 전면에 나설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CJ제일제당의 사업 구조 재편과 투자 방향 조정은 단순한 실적 개선 차원을 넘어 그룹의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와도 맞물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윤 대표가 "승산이 있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점은 기존 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자원을 신성장 분야에 투입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 미래기획 조직이 주도하는 신사업 투자와 M&A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동안 그룹 내 포트폴리오 조정은 지주사 포트폴리오실이 맡아왔지만 최근 조직 개편으로 미래기획그룹이 신사업 확대와 미래동력 발굴을 담당하게 되면서 권한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IB 업계에서는 향후 대형 딜이나 신사업 추진에서 이선호 실장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윤 대표의 체질 개선 메시지는 기존 사업 구조를 정리하고 현금을 확보해 신사업 투자 여력을 키우는 '전초 작업' 성격을 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비핵심 자산 유동화와 예산 전면 재검토, 성과 중심 조직문화 확립 등은 전형적인 구조조정 프레임에 가까운 조치라는 평가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과 조직 효율성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경우 지주사에서 신사업을 총괄하는 이선호 실장의 영향력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사실상 '3세 경영' 준비 단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CJ그룹은 과거에도 대규모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승계 국면을 준비해 온 전례가 있다. 2017년 대규모 임원 승진과 함께 3세 경영 참여가 본격화됐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번에도 젊은 임원 발탁과 미래기획 조직 신설, 핵심 계열사 구조 개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유사한 흐름이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구조조정 방향과 지주사 미래기획 조직의 투자 행보가 맞물릴 경우 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신사업 투자 확대는 곧 이선호 실장에게 그만큼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인 만큼 3세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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