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미국발 관세 충격 속에서도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다만 수출 증가가 소수 대기업과 반도체에 과도하게 쏠리면서 무역 구조의 편중 심화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10일 발표한 ‘2025년 4분기 및 연간 기업 특성별 무역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수출액은 7천94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3.8% 늘어난 수치로, 201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증가율은 전년(8.1%)보다 둔화했지만, 절대 규모에서는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수출 호조를 이끈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자본재였다. 재화 성질별로 자본재 수출은 전년보다 10.0% 증가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IT부품 수출액은 1천912억달러로, 1년 새 19.9% 급증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른바 ‘슈퍼 사이클’이 본격화된 영향이다.
반면 소비재 수출은 2.4%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가 포함된 내구소비재 수출은 656억달러로 5.7% 줄어 2020년(-8.8%)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정규승 국가데이터처 기업통계팀장은 “수출액이 반도체 쪽으로 쏠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자동차는 미국의 전기자동차 보조금 삭감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수출도 부진했다. 화학공업제품과 광산물 부문이 줄어들면서 전체 원자재 수출은 5.1% 감소했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 수출이 6.3% 줄었지만, 광·제조업은 5.1%, 기타 산업은 4.4% 늘어 제조업 중심의 수출 회복세가 확인됐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3.4%), 중견기업(2.0%), 중소기업(7.2%) 모두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 수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수출 비중은 여전히 대기업 쏠림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수출액 상위 1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39.0%로, 전년보다 2.4%포인트 상승하며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위 10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도 67.1%로 0.4%포인트 올랐다.
정 팀장은 “집중도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반도체 수출 증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가 곧바로 전 산업·전 기업으로 확산되기보다는 소수 대형 반도체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종사자 규모별로는 10∼249인 기업의 수출이 7.7% 감소한 반면, 250인 이상 대규모 기업은 5.1%, 1∼9인 소규모 기업은 19.2% 증가했다. 중간 규모 기업의 수출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양극화’ 조짐도 엿보인다.
수입은 정체를 보였다. 지난해 연간 수입액은 6천318억달러로 전년과 같았다. 대기업 수입은 3.5% 줄었지만,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7.7%, 4.6% 증가했다. 수입 상위 1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29.3%로 1.3%포인트 하락했고, 상위 100대 기업의 집중도도 55.6%로 1.1%포인트 낮아졌다.
품목별로는 원자재 수입이 5.6% 감소한 반면,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은 각각 6.6%, 1.6% 늘었다. 산업별로는 광·제조업(-2.4%), 기타 산업(-1.0%) 수입이 줄고 도소매업 수입이 6.5% 증가해 내수 유통 부문의 수입 의존도가 커지는 모습이다. 종사자 250인 이상 기업의 수입은 2.9% 감소했지만, 10∼249인(6.4%), 1∼9인(7.5%) 기업은 수입을 늘렸다.
연간 실적 못지않게 4분기 성적도 눈에 띈다. 지난해 4분기 수출액은 1천89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해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은 3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천621억달러로 1.4% 늘었다.
4분기에도 반도체가 수출 호조를 주도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IT부품 수출 증가율은 33.0%로,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도체만 놓고 보면 수출액이 36.0% 급증했다. 수출 상위 1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43.4%로 전년보다 5.3%포인트 뛰었고, 상위 100대 기업의 집중도도 69.1%로 2.0%포인트 상승했다.
미국의 관세 강화와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AI·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라는 글로벌 수요 변화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 기회로 작용한 셈이다. 다만 반도체와 소수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진 만큼, 향후 반도체 경기 조정이나 보호무역 심화 시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구조적 리스크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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