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산4사가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수주잔고에서 역대급 실적을 냈다. 올해도 이러한 호실적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방산4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6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보인다.
다만 방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K-방산이 화려한 겉모습에 도취해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는 역대급 실적 이면에 숨겨진 지속성 하락 리스크와 대외 변수에 철저한 대응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방산4사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4사의 합산 매출은 40조4526억원, 영업이익은 4조632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79.6%, 영업이익은 74.2% 증가한 수치다.
최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발표한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4사의 작년 합산 매출은 40조9000억~41조원, 영업이익은 5조2000억~5조3000억원으로 제시됐다. 전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5년 실적을 공시하면서 매출은 컨센서스와 거의 일치했으나 5조원대의 영업이익에는 다소 못 미친 수준이다.
◆ 3년 연속 최대 실적 경신 한화에어로, 성장 견인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매출 40조원대, 영업이익 4조6000억원 상회 실적은 생각보다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간 확보한 해외 수주 물량이 납품 단계에 진입하면서 실적에 본격 반영된 영향이란 분석이다.
향후 일감도 충분히 확보했다. 지난해 말 기준 4사의 합산 수주잔고는 117조7472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첫 100조원을 돌파했다.
방산업계의 맏형격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26조6078억원, 영업이익 3조34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37%, 75% 증가했다.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은 지상방산 부문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상회했고 항공우주 부문의 꾸준한 성장, 자회사인 한화오션의 실적이 연간 전체 연결에 편입되며 외형이 크게 확대됐다. 작년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방산 수주잔고는 37조2000억원에 달한다.
◆ 현대로템, 창립 후 첫 영업이익 1조원 돌파
현대로템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은 5조839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조56억원으로 120.3% 급증했다. 디펜스솔루션 부문은 폴란드향 K2 전차 납품, 레일솔루션 부문의 해외 철도차량 수주 및 판매 확대가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수주잔고는 29조7735억원으로 전년 대비 58.7% 늘었다.
LIG넥스원은 작년 매출 4조3094억원, 영업이익 32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1.5%, 영업이익은 40.6% 상승했다. 중동향 유도무기·미사일 수출 물량 확대가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23조4300억원으로 파악됐다.
KAI의 작년 매출은 3조6964억원, 영업이익은 269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11.8% 증가하며 흑자를 유지했다. 올해 한국형 전투기 KF-21이 양산 단계로 전환되면서 KAI는 매출과 수주 가이던스를 전년 실적(별도 기준) 대비 각각 58.1%, 63% 상승한 5조7306억원, 10조4383억원으로 제시하며 폭발적 규모의 성장을 예고했다. 수주잔고는 27조3437억원으로 10% 이상 늘어났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4조6000억원, 현대로템 1조2000억원, LIG넥스원 4500억원, KAI 4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영업이익 전망치가 현실화될 경우 방산4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6조7000억원 선까지 늘어난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K-방산이 늘어난 일감만큼 인력 과부하와 성과 분배 문제, 금융지원 한계 및 기존 방산강국들의 견제 등 언제 표면화될지 모를 변수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주 증가로 일감이 쌓여도 무기를 만들 인력과 설계할 연구원이 부족하다면 상황은 곤란해 진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방산 현장에서는 설계와 연구개발(R&D), 생산직을 포함해 3000명이 넘는 인력이 즉시 충원돼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내 방산 거점인 창원 등 지방 중소 도시의 인력 유출과 고령화는 ‘납기 경쟁력’이란 K-방산 최대의 장점을 위협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안고 있다.
◆ "호황은 가성비·납기 경쟁력·지정학적 이슈 따른 일시적"
노사 갈등도 맨파워 관점에서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계속된 LIG넥스원 노사 간 내홍처럼 높아진 실적에 따라 보상을 더 요구하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작년 국회를 통과한 일명 ‘노란봉투법’도 근로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늘어난 수출과 정비례하는 금융지원 부담과 수입국들의 현지화 요구도 극복해야 할 과제란 지적이다. 정부까지 참여한 K2 전차 폴란드 수출은 수십조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인 특징을 감안해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지원이 필수다. 하지만 현행법상 수은 등 국책 금융기관의 지원에 한도가 있는 만큼 앞으로 이와 유사한 규모의 수주계약 시 금융 패키지를 어떻게 구성할지가 숙제로 남아 있다.
최근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수주전에서 봤듯이 무기 도입국들의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등 강화된 절충교역 요구는 국내 공장 가동률 저하와 기술 유출, 일자리 감소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최근 K-방산의 유럽 진출의 최대 걸림돌이란 지적을 받는 ‘바이 유러피언’ 정책도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독일·프랑스 등 전통의 방산 강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포탄, 자주포, 미사일 생산 설비 확충과 무기 공동 개발 강화 추세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호황은 K-방산의 장점인 가성비와 빠른 납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지정학적 이슈가 결합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만약 올해 러-우 전쟁이 종전 혹은 휴전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그간 급증했던 유럽의 한국산 무기체계 수요는 언제든 급감할 수 있어 시장 다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관리 능력 제고 등 ‘플랜 B’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