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펜젤러·벙커 친필 기록 담긴 서간문집, 보존 처리·복원 예정
130년 전 선교사 시선으로 본 교육·사회 '생생'…향후 자료 공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6·25 한국전쟁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배재학당 동관 건물. 지하실 한구석에는 두꺼운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그 속에는 약 130년 전 기록이 생생했다.
배재학당을 세운 미국인 선교사 헨리 거하드 아펜젤러(1858∼1902)가 친필로 남긴 글에는 학교 운영 기록부터 항의 서한, 편지 등 다양했다.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나가던 시기의 면면을 담은 역사인 셈이다.
근대 교육과 정치·사회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아펜젤러의 친필 기록이 세월의 흔적을 덜어내고 제 모습을 찾아 나선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헨리 거하드 아펜젤러 친필 서간문집'이 국가기록원의 보존 처리 및 복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10일 밝혔다.
아펜젤러의 서간문집은 박물관의 대표 유물 중 하나다.
총 1천5쪽에 달하는 자료는 배재학당 설립자 아펜젤러와 제3대 교장 달젤 A. 벙커(1853∼1932)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한 권의 책으로 구성돼 있다.
1897년 1월부터 1900년 9월 28일까지의 기록은 아펜젤러가 썼고, 1900년 10월부터 1901년 10월 8일까지는 당시 배재학당 교사였던 벙커가 작성했다.
박물관은 "배재학당 초기 교육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히 전하는 데다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전환되던 시기 서양 선교사의 시선에서 기록된 자료라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서간문집 곳곳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남아있다.
대한제국 시기 황제와 궁궐을 보호하는 시위대가 배재학당의 우물을 길어가자 아펜젤러가 시위대 부관에게 한글로 직접 써서 보낸 항의 서한이 대표적이다.
집에서 쓰던 가구와 관련한 편지에는 난로, 식사 운반차, 세면대, 한국식 장롱 진열장 등 당시 선교사들이 사용했던 가구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 의미가 있다.
배재학당 출신인 이승만 전 대통령과 주고받은 서신도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서원 중심의 전통 교육에서 서양식 근대 교육으로 전환되어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1차 사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물관에 따르면 그간 자료 일부가 연세대 국학연구원이 펴내는 학술지 '동방학지'(東方學志)에 실린 적은 있으나, 친필 자료 원문 전체가 공개된 적은 없다.
최근에는 유물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관람도 제한적으로 하고 있다.
보존 처리와 복원 작업은 손상된 부분을 메우고, 유물 상태를 안전하게 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복원에는 약 2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국가기록원은 향후 자료를 디지털 파일로 제작할 예정이다.
박물관은 "필사본과 이에 대한 해제 등을 연구자와 시민에게 공개해 한국 근대교육사와 근대사 연구의 지평을 넓힐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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