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잇달아 폭격한 지 약 8개월 만에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재개됐다.
앞서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특사 스티브 윗코프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오만 정부를 사이에 두고 간접 방식으로 만남을 가진 것.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측이 모두 만족감을 보이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다만, 향후 협상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완전히 포기하는 '농축 제로'를 요구하고 있다. 또 이란의 탄도미사일 역량, 중동 내 무장단체 지원, 반정부시위 탄압 논란 등도 의제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란은 핵문제 외에 논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또, 미국이 문제삼는 우라늄 농축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이란, 핵협상 재개…트럼프 "매우 좋은 대화" 이란 "美와 곧 다음 회담"
미 "미사일 문제도 다뤄야" vs 이란 "핵 문제만"
미국과 이란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대화가 중단된 이후 8개월만에 지난 6일 오만에서 핵 협상을 재개했다.
첫 만남이었으나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회담에 관해 "매우 좋은 대화였다. 다음 주 초에 다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역시 알자지라방송과 인터뷰에서 "좋은 출발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날짜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다음 회담을 '조만간' 여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양측이 원하는 바가 차이가 있어 향후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을 완전히 포기하는 '농축 제로'는 물론, 이란의 탄도미사일 역량, 중동 내 무장단체 지원, 반정부시위 탄압 논란 등도 의제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란의 미사일 전력은 미국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이란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이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강력한 '무기'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중동 지역을 사정권에 둔 중거리 탄도 미사일 약 2천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걸프 지역 미군 기지 및 호르무즈 해협 함정을 타격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과 대함 순항 미사일도 대거 포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사일 전력이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막는 '억제제'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 능력이 중동 전역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조차 섣불리 이란을 공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란은 핵문제 외에 논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또, 미국이 문제삼는 우라늄 농축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라그치 장관은 우라늄 농축과 관련해서는 "빼앗을 수 없는 우리의 권리이고 계속돼야 한다"면서 "우라늄 농축에 관한 권리를 협정으로 보장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란의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국방 사안"이라며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측근 10일 오만행…핵협상 후속 논의
이란 "60% 농축우라늄 희석, 제재 해제에 달려"
다만 1차 협상 후 이란의 행보는 협상 타결 기대감을 갖게한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인 알리 라리자니가 오는 10일 오만을 방문키로 한 것이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측근 중 하나이다. 이번 오만 방문은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과 관련한 조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부통령 겸 원자력청(AEOI) 청장은 9일 기자들과 만나 60%로 농축된 우라늄을 희석하는 방안과 관련해 "이는 모든 제재의 해제 여부에 달렸다"고 밝혔다.
즉,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된다면 우라늄 농축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한편, 이란은 미국과 핵 협상을 재개하며 정권에 비판적인 야권 인사들을 체포하면서 내부 단속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이란 당국이 최근 이틀간 체포한 개혁파 야권 인사의 수가 최소 5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개혁파 정당 이슬람이란인민정당연합(UIIPP)을 이끄는 정치인 아자르 만수리와 1979년 미국 대사관 점거 사태를 주도했던 원로 정치인 에브라힘 아스가르자데도 체포됐다.
또한 당국은 14년째 자택 연금 상태인 개혁파 지도자 메흐디 카루비 전 총리의 아들 호세인 카루비도 체포했다.
이란 내 야권 세력은 권위주의적인 신정일치 체제를 전복하기보다는 개혁을 추구해왔다. 최근에는 이란 당국이 전국적으로 확산한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자 정부에 대해 더욱 공개적이고 강도 높은 비판을 시작했다. 특히 만수리 등 개혁파 인사들은 신정체제의 정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에게 비공식적으로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현재 수감 중인 나르게스 모하마디 역시 국가안보를 해쳤다는 혐의 등으로 추가로 7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美, 호르무즈해협 美선박에 "이란 영해서 가급적 멀리"
한편, 양국의 협상이 시작됐지만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 3일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남부 해안에서 800㎞ 떨어진 아라비아해 해상에서 미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에 이란 드론이 공격적으로 접근해 격추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선박이 드론과 함께 미국 국적 유조선에 접근해 승선을 요구하고 나포를 위협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미군은 전했다.
9일에는 미 교통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미국 선적 선박을 상대로 이란 영해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지라고 경고했다.
미 교통부는 이란군이 민간 선박을 상대로 호출·질의·승선·구금·나포 등의 행위를 할 위험이 있다면서 이란 군이 호출할 경우 민간 선박은 국제법을 준수하며 항해하고 있음을 고지하라고 당부했다.
또 이란군이 승선 요구를 할 경우 승무원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급적 거부하되 강도 높게 저항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아라비아해와 페르시아만 사이의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적 원유 수송로다. 수심이 얕아 대형 유조선 대부분이 이란 영해를 지나게 되기 때문에 이란은 해협 봉쇄나 선박 나포를 압박 카드로 써왔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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