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김건희특검(민중기 특별검사)이 재판에 넘긴 사건들이 1심에서 연이어 공소기각·무죄로 결론 나면서 수사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이현경 부장판사)는 전날 이른바 ‘김건희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와 일부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공소기각은 기소 과정에서 형식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될 때 법원이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리를 하지 않고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소송을 종결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IMS모빌리티(비마이카) 조영탁 대표와 공모해 자신의 차명 법인인 이노베스트코리아 자금 24억3000만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횡령했다는 혐의에 대해서 무죄로 봤다. 다른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닌 ‘개인 횡령’에 해당한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수사가 김건희 여사와의 연관성에서 비롯됐다고 보이지 않고 의혹의 중요한 수사 대상인 투자금과도 무관하고 범행 시기도 광범위하다”며 “단지 피고인이 동일하다거나 소유 법인이 횡령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만으로 특검법상 수사 대상인 ‘관련 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건희특검이 기소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관련해 국토교통부 서기관 뇌물 사건과 윤영호 전 통일교 본부장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각각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모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김 여사의 뇌물 혐의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인 양평 고속도로 사건과 연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도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대한 1심 선고에서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원정도박 관련 증거인멸 혐의 부분을 공소 기각했다. 재판부는 특검법이 국정농단이나 선거 개입 주체로 통일교 측은 전혀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소기각뿐 아니라 주요 사건에서 무죄 선고까지 잇따르고 있다. 김건희특검은 크게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통일교 청탁 관련 뇌물 수수,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 등 세 가지 의혹을 수사한 뒤 김 여사를 구속기소 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지난달 28일 이 가운데 통일교 뇌물 혐의 중 일부만을 유죄로 보고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특검팀이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구형한 총 징역 15년 및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4800여만원 대비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과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관련 공소사실 중 일부는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고 시효가 남은 부분도 범죄 증명이 없다고 봤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받은 여론조사도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놨다. 김 여사의 혐의 가운데 유죄로 인정된 부분은 샤넬 가방 1개와 다이아몬드 목걸이 수수 혐의뿐이다.
김 여사에게 1억원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주며 공천 등을 청탁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구속기소 된 김상민 전 부장검사도 전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직접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전 검사가 그림을 직접 구매해 김 여사에게 제공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무죄와 공소기각 판결이 잇따르면서 특검은 수사 단계에서 제기된 부실 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특검 측은 법원이 수사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항소를 제기했거나 항소를 예고했지만 항소심에서 판단이 뒤집힐지는 불투명하다.
더욱이 김건희특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사기간인 180일 동안 특검이 집행한 예산은 89억6650만원에 달했다. 현재 1심 진행 중인 사건들이 상급심까지 넘어가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투입될 예산은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혈세 낭비’ 논란 역시 받고 있는 상황이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남은 사건에 대한 전망 역시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김예성씨와 함께 이른바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IMS모빌리티 조영탁 대표도 공소기각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김 여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또한 특검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기소는 별건 수사 결과라며 자체가 위법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외에도 김 여사의 다른 매관매직 의혹 사건과 윤 전 대통령의 허위사실공표 혐의 사건,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등도 줄줄이 재판이 예정된 가운데, 특검 수사 범위와 범죄 증명을 둘러싼 법리 다툼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앞선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에서 규명되지 못한 사건들을 넘겨받은 2차 종합특검 역시 활동 반경이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대·최장 기간의 특검 수사에도 풀리지 않았던 난제를 떠안은 상황인 데다가 법원이 잇따른 공소기각 판결을 통해 과도한 수사에는 제동을 걸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김 여사 관련 2차 종합특검이 수사해야 할 의혹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양평 고속도로 특혜 △집무실 관저·이전 개입 의혹 △김 여사 수사 무마 의혹 △김 여사 비화폰 사적 유용 의혹 등이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