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뷰티 시장의 주도권이 브랜드와 연예인에서 소비자로 이동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협찬과 물량 공세식 광고가 시장을 과포화시키며 피로감이 누적되자 소비자들이 광고비 거품이 제거된 저가·노브랜드 제품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기존 브랜드가 쌓아온 마케팅 생태계가 흔들리는 가운데 시장의 판단 기준이 ‘이미지’가 아닌 성분·함량·효능 등 검증 가능한 실질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다이소에서 판매된 기초·색조 화장품 구매 추정액은 약 33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1.9% 증가한 수치다. 현재 50여 개 브랜드, 500여 종 제품을 보유한 다이소 뷰티 부문 매출은 지난해 6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편의점 채널도 강세다. 지난해 12월 기준 GS25의 3000원 가성비 뷰티 화장품 매출은 론칭 초기 대비 13배 성장했으며, 특히 200여 개 뷰티 특화매장에서는 관련 매출이 일반 점포 대비 2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업계는 고물가 상황에서 가격 접근성이 부각된 영향도 있지만 핵심은 ‘실패 비용’을 낮춘 구조에 있다고 본다. 비싼 제품 하나를 사기 위해 수십 개의 리뷰를 대조하기보다 3000~5000원대 제품을 여러 개 직접 구매해 비교·실험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후기와 리뷰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뷰티 시장 특성상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광고 메시지보다 실제 구매자의 사용 경험을 더 참고하는 흐름도 강해지고 있다.
저가·노브랜드 제품 확산은 후기 생태계 자체를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가격 문턱이 낮아지면서 ‘내돈내산’ 후기와 비교 콘텐츠가 빠르게 축적되고, 제품 선택 과정에서 참고 가능한 정보량도 함께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나는 것이다. 협찬 기반 콘텐츠가 과잉 공급된 환경에서 소비자들이 광고성 메시지보다 실제 사용 후기를 중심으로 제품을 걸러내려는 경향이 강화되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기존 브랜드 마케팅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델료 경쟁, 과도한 패키징, 협찬 확대 등으로 마케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결국 그 비용이 소비자가격에 전가된다는 인식이 커졌다는 것이다.
제품 성능보다 광고비에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로 받아들여지면서 오히려 광고가 배제된 저가 제품이 더 정직하다는 신뢰를 얻는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화장품 성분 앱의 대중화와 동일 제조사(ODM) 정보 확산도 흐름을 가속화했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신뢰를 보증했다면 이제는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어떤 성분이 얼마만큼 들어갔는지”가 구매 판단의 중심이 된 셈이다. 동일한 ODM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는 정보가 퍼지면서 소비자들은 브랜드보다 성분·함량·제형 등 실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뷰티는 후기나 리뷰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영역인 만큼 소비자 후기도 마케팅적으로 주효하다”며 “유통의 편리성도 굉장히 중요해진 가운데 저가 유통 채널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브랜드가 늘어나며 시장 재편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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