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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공항 제1·2 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 DF1·DF2(향수·화장품·주류·담배) 구역 재입찰에서 롯데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국제선 출국객 1인당 임대료 기준으로 5100~5300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23년 동일 구역에서 신라·신세계가 써낸 8500~9000원대와 비교해 무려 40% 낮은 수준이다. 그간 과도한 임대료가 공항 면세점의 수익성을 압박해온 점을 감안하면, 가격 조건이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재입찰은 수익성 악화로 기존 사업자였던 호텔신라(DF1)와 신세계면세점(DF2)이 중도 철수하면서 이뤄졌다. 예상됐던 외국계 사업자까지 불참하며 경쟁 강도도 크게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2023년 무리한 낙찰가로 사업권을 반납했던 전례가 영향을 미치면서, 이번 입찰에서는 외형 확대보다 손익을 우선한 보수적인 가격 제시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이번 임대료 수준이라면 ‘적자를 전제로 한 운영’ 구조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과거에는 인천공항의 상징성과 브랜드 협상력 등을 이유로 적자를 감수했지만, 이번 재입찰을 계기로 ‘승자의 저주’ 우려가 한층 줄었다는 평가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비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정상적인 영업도 검토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과거처럼 운영이 곧바로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면세사업권을 반납한 신라·신세계면세점도 임대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공항점 영업이 종료되는 오는 4월부터 고정비 성격의 공항 임차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각 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연간 판매비·관리비 가운데 공항 임차료 비중은 신라면세점이 42%, 신세계면세점이 45%에 달해, 공항 철수가 수익성 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요인만으로 업계의 전반적인 회복을 점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아직 많다. 방한 여행객 역시 늘고 있지만 면세점을 거치지 않는 소비 패턴도 빠르게 고착화하고 있다. 출국객 1인당 기준으로 임대료를 내는 공항 면세점 입장에선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 고환율에 따른 매입원가 상승과 내국인 면세 수요 감소도 부담이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여행객이 느는 것과 면세점에서 지갑을 여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임대료 부담은 줄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올해 역시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방점을 찍는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천공항 면세사업권을 반납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공항점 부담을 덜어낸 만큼, 시내점을 중심으로 비용 구조를 재정비하며 실적 회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업계 전반에서도 체험형 콘텐츠와 브랜드 큐레이션(선별추천) 강화로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서히 실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104억원으로 전년 동기(-387억원) 대비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롯데면세점은 같은 기간 면세사업부 영업이익 183억원을 기록하며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영업이익 1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신세계디에프 역시 영업손실을 56억원으로 줄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을 106억원 축소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항 임대료 인하로 비용 부담은 완화됐지만, 관광객 증가가 곧바로 면세점 매출 회복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이미 깨졌다”며 “과거처럼 점포만 채워서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공항이든 시내든 단순 판매를 넘어 체류를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 경쟁력 등 질적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수익성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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