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보험은 로딩중②] 미국선 반값이라는데...국내 보험 비싼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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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보험은 로딩중②] 미국선 반값이라는데...국내 보험 비싼 이유

투데이신문 2026-02-10 13:25:29 신고

3줄요약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도로 위에서 일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차량은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고 가감속을 이어가며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책임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전히 ‘인간의 주의 의무’에 머문다. 기술의 진보는 시속 100km로 질주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보험의 엔진은 아직 예열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본보는 이번 연재를 통해 자율주행이 현실이 된 이후 더욱 선명해진 기술과 법, 보험 사이의 위태로운 간극을 짚는다.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지는 기계적 판단은 과연 누구의 책임으로 귀속돼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의 경직된 책임 구조가 이 거대한 변화의 하중을 감당할 수 있는지 묻는다.

[사진=챗GPT]
[사진=챗GPT]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보험료는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돼 왔다. 사고를 줄이는 기술이라면 보험료 역시 내려가는 것이 상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보험 시장에서 작동하는 논리는 다르다. 

자율주행 기술은 사고 확률을 낮출 수는 있지만, 그 효과가 보험료 인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험사가 해당 위험 감소를 직접 확인하고 수치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순간, 자율주행은 할인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할증 요인으로 작동하게 되는 셈이다.

10일 금융권과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레벨2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ADAS) 탑재 차량의 자동차보험료는 일반 차량 대비 평균 5% 가량 높은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의 내부 언더라이팅 기준을 종합하면, 자율주행 기능은 아직까지 보험료 인하 요인이 아니라 위험 가중 요소로 분류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안전한 차를 타는데 왜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보험사의 판단 기준은 사고 가능성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비용 구조에 맞춰져 있다.

사고 적지만 한 번 나면 비싸다…자율주행차의 ‘손해 구조’

보험사가 자율주행 차량을 평가할 때 우선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사고 빈도보다는 사고 1건당 손해액(Severity)으로 알려져 있다. 자율주행 차량의 전면부와 측면에는 레이더와 초음파 센서, 고해상도 카메라 등 고가의 정밀 전자 부품이 밀집돼 있다. 부품 1개 가격만 해도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을 웃도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범퍼 접촉과 같은 경미한 사고에서도 수리비는 일반 차량 대비 3~5배 수준으로 급증한다.

실제 보험 업계에서는 특정사 고급 ADAS 탑재 모델을 기준으로 전면부 센서 교체 비용이 수천만원을 기록한 사례가 드물지 않다. 보험사 관점에서 자율주행 차량은 ‘사고를 덜 내는 차’이기 이전에, 사고가 발생하면 손해 규모가 크게 튀는 구조를 가진 차다. 사고 확률이 일부 낮아진다 하더라도, 손해액의 분포가 크게 우측으로 이동한 이상 이를 보험료에 반영하지 않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 기술이 사고 빈도를 줄여준다는 사실만으로 보험료 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보험 수리 구조를 간과한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는 평균적인 사고가 아니라, 최악의 손해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요율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공백은 ‘리스크’..보험사의 ‘이유있는’ 계산법 

손해액 문제보다 보험사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은 책임 입증의 불확실성이다. 사고 발생 시 자율주행 시스템이 어느 시점에 개입했는지, 운전자가 이를 어떻게 인지하고 대응했는지를 보여주는 정밀 운행 로그가 보험사에 제공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과실 비율을 명확히 산정하기 어렵다. 

제조사가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사는 사고 이후 제한적인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사고 하나가 곧바로 소송과 감정 절차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험 업계에서는 레벨2 자율주행 관련 사고의 상당수가 ‘시스템 개입 시점’을 둘러싼 분쟁으로 확대된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 비용과 조사 비용, 장기화 가능성까지 모두 보험사가 부담해야 한다. 보험사는 이러한 잠재 비용을 사후가 아니라 사전에 요율로 흡수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자율주행 기능은 할인 요인이 아니라 불확실성 프리미엄으로 작용한다.

보험연구원 황현아 연구위원이 최근 보고서에서 지적했듯, 자율주행차의 사고 위험은 단순히 기술 성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실제 운행 환경과 사용 패턴에 따라 위험도는 크게 달라지며,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실제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별도의 보험료 산출 체계가 필요하다. 데이터 접근이 차단된 상태에서 보험료를 인하하는 것은 보험사 입장에서 리스크 관리 원칙에 어긋난다.

미국 사례는 이 지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레모네이드는 테슬라의 텔레매틱스 데이터 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FSD 활성화 시간, 시스템 개입 빈도, 급가속·급제동 패턴, 운전자 반응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보험료는 추정치가 아니라 관측된 위험을 기준으로 산출되며, 그 결과 일부 주에서는 최대 50%에 달하는 보험료 할인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할인 구조는 데이터 접근이 가능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데이터 공유가 제한되는 순간, 미국 보험사들 역시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다. 

세계 최대 상장 손해보험사인 처브는 자율주행차에 대해 보수적인 요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에반 그린버그 회장은 제조사가 제공하는 제한적 데이터만으로는 실질적인 리스크 산출이 어렵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지 못한 보험사에게 자율주행은 여전히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로 남는다.

뻥 뚫린 미국 vs 미로 같은 한국…‘학습의 저주’ 작동하는 도로

설령 한국 보험사가 제조사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하더라도, 또 하나의 근본적인 한계가 남아 있다. 바로 한국의 복잡한 도로 환경이다.

자율주행 AI는 학습한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미국의 도로가 직선 위주의 격자 구조와 표준화된 신호 체계를 갖춘 예측 가능한 환경이라면, 한국의 도로는 협소한 차선, 불법 주정차, 배달 이륜차의 돌발 주행, 비정형 교차로가 일상화된 고난도 환경이다.

머신러닝 관점에서 이는 이른바 ‘학습의 저주’가 작동하는 조건이다. 데이터 차원이 복잡해질수록 모델의 일반화 성능은 급격히 떨어지고, 학습되지 않은 변수가 늘어날수록 오차는 커진다. 북미에서 매일 수십억km 단위로 축적되는 주행 데이터와 달리, 한국형 도로 환경에서 유의미하게 축적된 데이터는 그에 비해 극히 제한적이다. 통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표본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보험사가 위험을 정교하게 가격화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해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의 한계를 학습량의 문제로 설명한다. 강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은 센서나 소프트웨어 이전에 학습 데이터의 문제”라며 한국 상황을 외국인이 한국 수능을 치르는 것에 비유했다. 기술은 갖췄지만, 한국 도로라는 시험 문제를 충분히 풀어보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어 “도로 지형과 학습 환경의 불일치가 해소되지 않는 한, 자율주행의 안정성과 이를 반영한 보험료 인하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한 국내 대학 경제학과 교수 또한 “보험은 미래 기술에 선제적으로 베팅하는 산업이 아니라, 측정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위험만을 가격에 반영하는 산업”이라며 “주행 데이터 접근권이 제조사에 집중된 구조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더라도 보험료 인하로 연결되기 어려운 만큼 공공 운행 데이터 체계 구축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국경을 넘지만, 보험료는 각국의 도로 형태와 데이터 생태계를 닮는다. 미국은 개방된 데이터 구조를 통해 ‘보이는 위험’을 가격화했지만, 한국은 학습 부족과 도로의 비정형성으로 ‘보이지 않는 위험’을 비용으로 안고 있다. 한국의 자율주행 보험이 여전히 ‘로딩 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조사의 데이터 독점 구조를 완화하고, 보험사와 정책 당국, 소비자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공공 운행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지 않는 한 자율주행이 보험료 인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이는 데이터의 문이 열리는 순간, 보험료의 방향도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자율주행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와, 교통약자 이동권과 글로벌 기술 경쟁이라는 더 큰 맥락에서 우리가 마주한 선택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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