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한국 사회에서 계층 이동이 활발하다고 인식하는 성인은 4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층 이동이 어렵다고 보는 이유로는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배경이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부의 세습과 자산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노력만으로 출신 배경의 한계를 넘기 어렵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고착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한국의 사회이동성 진단과 사회정책 개편방향 연구’를 보면 전국 19세 이상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사회이동성(Social Mobility)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사회이동성은 개인이나 집단이 한 사회적 지위나 계층에서 다른 지위나 계층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뜻한다.
그 결과, 사회이동성이 활발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25.4%, 보통 59.2%, 부정적 견해가 15.4%로 집계됐다. 사회이동성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국민은 4명 중 1명에 불과한 셈이다.
계층 이동이 어렵다고 보는 이유로는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배경이 성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43.4%로 가장 많았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보이는 부의 대물림, 자산 양극화 등의 현상이 사회이동성에 대한 인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노동시장 내 좋은 일자리와 좋지 않은 일자리가 나눠져 있기 때문’(17.3%), ‘출신 지역이나 거주 지역이 성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13.6%), ‘사회적 인맥이 성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10.6%) 순이었다.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출발선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는 의미다.
다만 개인의 노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개인의 노력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을 묻자 ‘높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42.5%, ‘보통’은 50.7%였다. ‘낮다’는 응답은 6.8%에 머물렀다. 연구진은 “우리 사회의 사회이동성이 활발하진 않지만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사회경제적 지위가 변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 견해를 가진 국민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68.0%는 부모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원이 자녀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영향을 준다고 여겼다.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응답은 0.7%에 그쳤다. 즉, 개인의 노력에 대한 기대와 구조적 한계를 인식하는 시선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이동성 제고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응답자들은 ‘채용 공정성 회복’을 가장 많이 꼽았다. 뒤이어 ‘사교육비 경감 및 공교육 강화’, ‘주택 가격 격차 해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적용(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등이었다.
연구진은 “사회이동성 및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통합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통계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정책 관련 부처 등이 다루고 있는 사회이동과 분배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통합 및 조정할 수 있도록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국무조정실에 조정 및 평가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계층이나 지위에 따른 부모나 조부모가 가지고 있는 자원 간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출발 시점에서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가칭)사회적 자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제안한다”며 “태어나서(0세) 일정연령(25세, 청년)까지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을 부여하고(현금이 아닌 바우처 방식), 이를 교육, 직업훈련 등 자기개발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