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으로 접어드는 2월, 식탁은 자연스럽게 무거운 음식 위주로 채워진다. 국물 요리와 고기반찬이 잦아지면서 채소 섭취는 줄어들기 쉽다. 이 시기에 유독 외면받는 채소가 있다. 바로 '가지'다. 물컹한 식감 탓에 호불호가 갈리고, 제철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손이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가지는 계절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채소가 아니다. 겉보기엔 수분이 많은 채소처럼 보이지만, 껍질 속에는 혈관 내부 환경을 정리하는 데 관여하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특히 짙은 보라색을 띠는 껍질에는 혈관 벽에 쌓이기 쉬운 노폐물과 산화 물질에 작용하는 성분 구성이 집중돼 있다.
가지는 인도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오래전 한반도에 전해져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특정 계절에만 소비됐지만, 재배 환경이 바뀌면서 사계절 내내 안정적으로 공급된다. 계절과 상관없이 심혈관 관리 측면에서 가지를 다시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가지를 다시 보게 만드는 핵심은 식감이 아니라 ‘색’과 ‘조리 방식’이다.
혈관 관리에 관여하는 보라색 색소, 안토시아닌
가지 껍질에 풍부한 보라색 색소는 안토시아닌 계열 성분이다. 블루베리나 포도에도 들어 있는 이 성분은 체내에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활성산소는 혈관 벽을 손상하고, 콜레스테롤이 달라붙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안토시아닌은 혈액 속 중성지방과 산화된 콜레스테롤의 축적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혈관 내부가 거칠어지는 현상이 완화되고, 혈류 흐름이 비교적 원활해진다. 꾸준한 섭취가 이어질 경우 혈압 변동 폭이 완만해지는 경향도 보고됐다.
또한 안토시아닌은 눈의 망막에 분포한 모세혈관에도 영향을 준다. 장시간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를 보는 환경에서 눈의 피로가 누적되면 시야가 뿌옇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때 항산화 성분이 시각 세포 손상 속도를 늦추는 데 관여한다. 가지가 ‘눈에 좋은 채소’로 분류되는 이유다.
기름진 음식과 함께 먹을 때 작용 방식 달라진다
가지는 조리 과정에서 기름을 잘 흡수하는 구조를 가진다. 이 특성 때문에 볶음 요리를 하면 칼로리가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반대로 활용하면 식사 구성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지 조직은 스펀지처럼 기름을 머금는 성질이 있다. 이 성질은 조리 과정뿐 아니라 소화 과정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삼겹살이나 갈비처럼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먹을 때 가지를 곁들이면, 일부 지방 성분이 가지 섬유질에 흡착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 결과 체내에서 지방 흡수 속도가 느려지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가지에는 스코폴레틴이라는 식물성 화합물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신호 전달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며, 근육 긴장이 쉽게 풀리는 데 관여한다. 여기에 이뇨 작용을 돕는 성분이 더해지면서, 짠 음식을 먹은 뒤 몸이 붓는 느낌이 줄어드는 사례도 보고됐다.
다만 가지는 칼륨 함량이 높은 채소에 속한다.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돕는 역할을 하지만, 양념이 강해지면 균형이 깨질 수 있다. 가지 요리를 할 때 간을 세게 하지 않는 것이 권장되는 이유다.
조리 방법에 따라 항산화 성분 유지율 차이
가지의 효능을 고려하면 조리 방식 선택이 중요하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가지는 조리 방법에 따라 항산화 성분 유지율에 차이가 나타난다. 끓이거나 기름에 볶는 방식보다 찌는 조리법에서 항산화 활성도가 더 높게 유지됐다.
찜 조리는 수용성 성분이 물에 직접 빠져나갈 가능성이 낮고, 고온의 기름에 노출되지 않아 폴리페놀과 안토시아닌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로 찐 가지에서는 총 폴리페놀 함량과 칼슘 함량이 조리 전보다 증가한 수치가 확인됐다. 지방 대사 과정과 관련된 클로로겐산 함량 역시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맛을 위해 볶음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영양 섭취가 목적이라면 찐 가지를 손으로 찢어 양념을 최소화해 무치거나, 오븐이나 팬에 살짝 구워 먹는 방식이 더 알맞다. 껍질째 조리하는 것이 안토시아닌 섭취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신선한 가지 고르는 법과 보관 요령
신선한 가지는 껍질 색이 고르고 윤기가 흐른다. 손으로 눌렀을 때 지나치게 물렁하지 않고, 탄력이 느껴지는 것이 좋다. 꼭지 부분에 가시가 또렷하게 살아 있는 경우 수확 후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크기가 지나치게 큰 가지는 씨가 많고 식감이 질길 수 있다. 중간 크기이면서 표면에 주름이 적은 것이 조리 후 식감이 안정적이다.
보관할 때는 저온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냉장고 채소 칸에 두되, 신문지나 키친타월로 감싸 수분 증발을 줄이면 저장 기간이 늘어난다. 수분 함량이 높은 채소인 만큼, 세척은 조리 직전에 하는 것이 좋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