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명절마다 본가에 간다면, 우리에겐 과연 몇 번의 만남이 남아있을까.
설 연휴 극장가에 출격하는 영화 '넘버원'(감독 김태용)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 하민(최우식 분)이,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생각해본 적 없는 숫자
'넘버원'은 우와노 소라의 소설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를 원작으로 한다.
부산에서 엄마와 함께 사는 고등학생 하민의 눈 앞에 헛것이 보인다. 꿈인 줄 알았는데 계속 날 따라다니는 숫자가 생겼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줄어드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엄마 밥을 먹을 때만 줄어든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하민에게 나타난다. 폭탄 발언을 남긴다. 이 숫자가 0이 되면 네 엄마 죽어.
참신한 소재다. 영화 예고편을 접했을 땐 엄마 밥을 안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엄마한테 사실대로 말하고 같이 다른 방법을 찾아 평생 같이 살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영화 속에는 하민이 엄마 밥을 피하기 쉽지 않은 이유, 피할 수 없는 이유를 담은 장치같은 서사를 엮어놨다.
결국 관객에겐 하민을 답답해하면서도 이야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나에게도 있었다
비현실적인 일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영화였다. 영화는 내가 부모님을 만날 수 있는 날이 몇 번 남았는지를 숫자로 들이밀며, 보는 이들을 효자로 만든다.
하민은 숫자의 비밀을 알게 된 후 엄마와 외식을 하기 위해 노력도 해보고 몰래 도시락도 버려본다. 하지만 결국 같이 사는 기간 동안 집밥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결국 누가 시키지도 않은 공부를 자진해서 했고, 서울로 대학을 가게 된다. 자취도 취직도 연애도 결혼 준비도 알아서 서울에서 하나하나 해나간다.
하민은 엄마를 위한 일이라며 일부러 부산에 찾아가지도 않는다. 내려가면 엄마 밥을 먹어야 한다.
텍스트로만 보면 기특한 아들이다. 하지만 은실은 다 필요 없다. 그냥 아들 한 번 더 보는 게 더 좋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보다 자신이 직접 건강하게 만든 집밥 배불리 먹는 걸 보는 게 더 좋다.
무엇이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걸까. 금의환향하는 것보다 눈 앞에서 밥 먹고 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큰 효도일까. 가족이라는 존재의 본질이 무엇인지 곱씹게 만든다.
그 와중, 은실과 하민이 번갈아 아프게 된다. 언제나 영원히 내 곁에 있어줄 것 같은 가족의 시간이 결국 유한함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명절 때만 부모님을 찾아뵙는 청년들이 많다. 1년에 두 번뿐인 명절.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 부모님의 시간을 숫자로 세어본다면, 집밥을 먹을 기회는 몇번이 남았을까. 1000번이 남은 사람도, 많아봐야 50번 남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0이 될 수밖에 없는 숫자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눈에 보이는 숫자는 더 이상 하민만의 것이 아니다.
군침 흘리다 눈물 흘리는 집밥 치트키
'넘버원'에는 경상도 관객들에겐 애틋한 추억을, 타지 관객들에겐 따뜻한 상상을 안겨주는 포근한 집밥이 상징적으로 반복 등장한다.
엄마가 해주던 익숙한 도시락부터 자신의 밥을 피하는 하민을 위해 차려낸 엄마표 진수성찬. 그리고 '넘버원'의 시그니처 메뉴 소고기뭇국과 콩잎 절임.
영화는 마치 소소한 평화를 가져다 준 대표 음식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음식이 주는 군침 치트키를 사용한다. 정말 갓 지은 밥에서만 나는 김과 햇빛의 조화가 사기다. 더욱 영화에 과몰입하게 되는 요소다.
그렇게 침을 흘리다 보면 각자의 집밥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내가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엄마 밥은 뭘까. 내가 서울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먹은 엄마밥의 메뉴는 무었이었던가.
생각해본 적 없던 고민부터 희미해졌던 기억의 소중함까지 한번에 만나게 된다. 침 흘리다 눈물 흘리는 영화가 실존한다.
물론 중간중간 주인공이 답답할 수 있다. 두 인물의 엇갈림을 위해 과하게 상처주는 장면은 이미 감정이 고조된 관객에게 죄책감을 덧씌우는 억지 장치로 보일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에게 더한 상처를 준 적도 있지 않은가. 가장 무서워해야하는 건 아무렇지 않게 누리던 시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사실이다. 11일 개봉. 러닝타임 105분. 12세이상관람가.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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