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방대한 정보 속에서 투자 판단 속도와 정확성을 동시에 요구받는 환경이 자리 잡으면서, 분석 방식 역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데이터 기반 투자 분석 기업 마크앤컴퍼니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성장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이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운 기능 개편에 나섰다.
마크앤컴퍼니는 최근 ‘혁신의숲’의 AI 기반 데이터 분석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미 지난해 여름 사내에 AI 전담 조직인 ‘데이터 솔루션 TF’를 신설하고, 플랫폼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작업을 준비해왔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기능 추가를 넘어, 스타트업 투자 실무 전반을 겨냥한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 연내 공개 예정인 핵심 AI 솔루션은 총 네 가지다.
첫 번째는 ‘AI 기업 분석 엔진’이다. 혁신의숲이 축적해온 자체 데이터베이스와 개별 기업의 웹사이트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핵심 사업 구조와 차별성을 한 장 분량으로 정리한다. 이 엔진의 초기 결과물로 지난 2월 10일 ‘AI 기업개요’ 기능이 공개됐다.
‘AI 기업개요’는 기업 정보를 ‘타겟–문제–솔루션’ 구조로 재정리한다. 투자자가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일일이 검토하지 않아도, 짧은 시간 안에 기업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섞어 단순 요약이 아닌 구조화된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향후 업데이트될 ‘기업 심층 분석 리포트’는 같은 엔진을 기반으로 한다. 투자, 고용, 매출 등 혁신의숲이 보유한 정량 데이터에 산업 흐름을 결합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진단한다. 벤처캐피털리스트의 투자 관점을 학습한 AI가 CEO 역량, 기술 경쟁력, 시장 진입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재무 수치 중심의 기존 분석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두 번째 단계는 ‘AI 투자 심사역’이다. 스타트업이 제출한 IR 자료를 AI가 분석하고, 혁신의숲이 보유한 시장 데이터와 연동해 해당 기업의 시장 내 위치와 투자 적합성을 평가한다. 스타트업에는 IR 개선 방향과 투자자 매칭 정보를, 투자자에게는 사전 검토 의견을 제공하는 구조다.
이미 일부 벤처캐피털과 액셀러레이터가 AI를 투자 검토 과정에 활용하고 있지만,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데이터 없이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혁신의숲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스타트업 생태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다만 실제 투자 판단에 어느 수준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향후 시장 반응이 관건으로 남는다.
세 번째는 스타트업 분류 체계의 변화다. 마크앤컴퍼니가 독자 개발한 ‘AI Dual-Taxonomy’는 기존 산업 분류 방식의 한계를 문제로 삼는다. 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스타트업을 기존 산업 카테고리로 묶는 데서 발생하는 정보 왜곡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Dual-Taxonomy는 산업과 기술을 분리해 정의한다. 산업은 시장 수요와 수익 구조를 기준으로, 기술은 대학 전공 체계를 참고해 분류한다. ‘핀테크’처럼 포괄적인 용어 대신, 기업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어떤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지를 데이터로 매핑한다. AI가 수만 개 스타트업에 산업·기술 라벨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재구성된 분류 체계는 향후 기술 기반 기업 검색과 발굴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투자자는 특정 기술 영역의 신생 기업을 빠르게 찾을 수 있고, 대기업은 오픈이노베이션 파트너 탐색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네 번째는 글로벌 확장이다. ‘Pathfinder’는 세쿼이아캐피탈, 앤드리슨호로위츠(a16z), 와이컴비네이터 등 글로벌 주요 투자사의 초기 투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해외 자본의 이동과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 분야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AI 인사이트 리포트’가 결합된다. Dual-Taxonomy 기반으로 해외 투자 데이터를 구조화해 산업·기술별 리포트를 자동 생성한다. 파편화된 글로벌 투자 동향을 핵심 정보로 정리하고, 차트와 데이터로 제공해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 전략 조직이나 투자 기관이 내부 보고서를 작성할 때 참고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와 데이터 활용이 투자 업계의 기본 전제가 되면서, 비정형 정보를 구조화하는 역량이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마크앤컴퍼니의 이번 AI 강화 전략은 단기적인 기능 경쟁보다는 장기적인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방점을 찍은 행보로 읽힌다.
홍경표 마크앤컴퍼니 대표는 “투자 시장이 AI와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생태계 데이터 인프라 제공자로서 역할을 확대하겠다”며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자자와 창업자, 금융기관 모두가 판단의 근거를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다만 AI 기반 평가와 분석이 실제 투자 의사결정에서 어느 정도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데이터 해석의 책임과 한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남은 과제다. 투자 판단의 보조 도구를 넘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혁신의숲’의 다음 행보에 업계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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