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리, 대회 공동개최국 스리랑카 대통령과 통화 후 결정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파키스탄 정부가 최근 개막한 T20 크리켓 월드컵 대회에서 오랜 앙숙인 이웃 국가 인도와 경기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철회했다.
10일(현지시간) AFP·A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파키스탄 정부는 오는 15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릴 인도와의 T20 크리켓 월드컵 조별 경기를 진행하라고 자국 대표팀에 지시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다자 논의로 도출된 결과와 우방국들 요청을 고려했다"며 "크리켓 정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철회)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번 대회를 인도와 공동 개최한 스리랑카의 아누라 디사나야케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또 대회 주관 기관인 국제크리켓위원회(ICC)와 파키스탄 크리켓 위원회(PAB) 등의 협의 내용도 보고받고 '보이콧'을 철회하기로 했다.
ICC와 방글라데시 크리켓위원회(BCB) 관계자들은 지난 8일 파키스탄 펀자브주 라호르를 찾아 보이콧을 철회하기 위한 협의를 했다.
앞서 파키스탄은 지난 7일 개막한 T20 크리켓 월드컵 대회에서 오는 인도와의 조별 경기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만약 실제로 파키스탄이 인도전을 거부했다면 ICC는 방송사와 스폰서(후원자)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볼 상황이었다.
샤리프 총리는 이번 대회에서 퇴출당한 방글라데시와의 연대를 표시한 것이라는 입장을 뒤늦게 밝혔다.
방글라데시는 대표팀 안전이 위협받는다며 인도 콜카타와 뭄바이에서 치를 예정인 예선 조별리그 4경기를 공동 개최국인 스리랑카에서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ICC는 별다른 위협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에도 방글라데시는 대회 불참 방침을 철회하지 않았고, ICC는 본선 진출에 실패한 팀들 가운데 가장 순위가 높은 스코틀랜드를 대체팀으로 선정했다.
파키스탄은 이웃국인 인도와 오랜 앙숙 관계다. 지난해에는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26명이 숨진 총기 테러가 발생한 뒤 인도와 전면전 직전까지 가는 무력 충돌을 하기도 했다.
반면 방글라데시는 1971년 독립 전쟁으로 파키스탄에서 분리될 당시에는 자국을 도운 인도와 사이가 좋았다.
그러나 2024년 8월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에 밀려 인도로 도피한 뒤 과도정부가 들어서면서 인도와 사이가 나빠졌고, 과거 한 나라였던 파키스탄과는 관계 회복에 나섰다.
16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크리켓은 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등지에서 매우 인기 있는 스포츠다. 전 세계에서 25억명이 넘는 팬을 확보하고 있고 2028년 LA 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도 채택됐다.
크리켓 월드컵은 ODI(경기당 하루 일정으로 진행되는 국제경기) 형식으로 치러지는 일반 월드컵과 이보다 투구 수를 더 줄여 경기당 3시간가량 진행되는 T20 월드컵으로 나눠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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