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종효 기자 | “산돌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핵심 가치는 95%에 달하는 고객 유지율, 재구매율입니다.”
10일 서울 글래드 여의도에서 열린 산돌 기자간담회는 기업 설명을 넘어 폰트 산업의 구조적 특성과 자본 배분 전략을 짚는 자리였다. 이날 발표에 나선 신동근 산돌 부사장은 먼저 산돌의 사업 모델을 ‘꾸준한 현금 창출 구조’라는 키워드로 정의했다.
▲“보험사 같은 현금흐름”...산돌이 말한 폰트 산업의 본질
1984년 설립된 산돌은 올해로 42년차를 맞은 국내 대표 폰트 기업이다. 현재 구독자 수는 200만명을 넘어섰고 국내 시장 점유율에서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신 부사장은 “산돌의 95% 고객 유지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연구·개발 자본과 같은 성격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신 부사장은 폰트 산업의 구조를 3가지 특징으로 설명했다. 첫째는 IP 기반의 높은 진입장벽이다. 한글 폰트 한 종을 제작하는 데만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리고 수천 종의 오리지널 폰트를 확보하려면 수십 년의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 둘째는 제품 수명의 지속성이다. 영상이나 이미지 콘텐츠와 달리 폰트는 휘발성이 낮아 한 번 익숙해진 폰트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다. 셋째는 구독형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사용자 락인(lock-in) 효과다.
신 부사장은 “클라우드 기반 구독 플랫폼에서는 창작물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사용자가 구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며 “이 3가지 요소가 결합돼 산돌은 보험사가 보험료로 현금을 창출하는 것과 유사한 구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AI 파도...“위험이 아니라 기회”
산돌은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갖고 있지만 외부 환경은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폰트 시장은 크지 않지만 경쟁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 모노타입, 일본 모리사와, 중국 한이(汉仪) 등 주요 기업들이 각자의 영역을 넓히며 경쟁 중이다.
AI 역시 폰트 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변수다. 신 부사장은 “AI는 이미 영상과 이미지 시장에서 큰 변화를 만들었고 폰트 시장에도 점진적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산돌은 이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보고 있다. 현재 라틴 문자권과 태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AI를 활용한 기획·제작·서비스 전반의 확장을 준비 중이다.
▲“반토막 난 주가”...저평가 원인, 자본 효율에서 찾다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솔직하게 언급된 대목은 기업가치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신 부사장은 “산돌은 꾸준한 현금 흐름과 잉여 현금, 투자 자산, 부동산 등 풍부한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2022년 상장 이후 주가는 반토막 수준”이라고 말했다.
PER과 PBR 역시 코스닥 평균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을 짚었다. 산돌 내부에서는 이런 저평가의 근본 원인을 ‘자본의 비효율적 사용’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2024년 기준 산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1%로 회사가 판단한 자본비용(COE) 약 15%에 미치지 못했다.
신 부사장은 “이 격차가 시장에서의 저평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 이번 밸류업(Value-up) 전략”이라고 말했다.
▲ROE 20%·환원율 40%...‘밸류업 플랜’의 두 축
산돌의 밸류업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사업의 혁신과 주주환원의 혁신이다. 중장기적으로 ROE 20%, 주주환원율 4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사업 혁신의 핵심은 AI다. 산돌은 AI를 활용해 폰트 제작 비용 구조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수익성을 높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이날 행사 전 공개된 영상에서는 AI가 폰트 제작 과정에 투입되는 모습이 소개됐다.
신 부사장은 “디자이너가 1만 1172자의 글자를 직접 제작하면 4개월 이상 걸리지만 AI를 활용하면 며칠 내로 구현할 수 있다”며 “사람은 기획과 검수에 집중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돌은 자체 개발한 AI 솔루션을 올해 3월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최초 AI 폰트 자동 생성...‘폰트 놀이터’ 첫 공개
간담회에서는 AI 기반 체험형 서비스 ‘폰트 놀이터’ 베타도 처음 공개됐다. 사용자가 소량의 글자만 입력하면 AI가 나머지 글자를 자동 생성해 완전한 폰트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세계 최초의 AI 폰트 자동 생성 기술로 기존 수개월이 걸리던 제작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산돌은 해당 기술을 분기 내 공개하고 AI 기반 서비스 경쟁력을 본격 강화할 계획이다.
신 부사장은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라며 “산돌은 AI 폰트를 통해 콘텐츠 제작 환경의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처럼”...자본 배분형 플랫폼으로
사업 혁신과 함께 산돌이 강조한 또 다른 축은 자본 운용이다. 신 부사장은 산돌이 지향하는 모델로 버크셔 해서웨이를 언급했다. 폰트 사업에서 발생하는 안정적인 현금을 기반으로 본업과 신사업, 유망 투자처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산돌은 주주사인 KCGI와의 협업을 통해 자본 배분과 투자 운용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투자 기준도 명확히 했다. 자본비용 15%를 초과하는 투자 기회에만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ROE 20% 이상을 목표로 한다. 내부 잉여 자산과 부동산 등은 고효율 자산으로 재배치해 단계적으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배당·자사주 소각...MoM 준용 검토
주주환원 정책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산돌은 상장 이후 매년 현금 배당을 실시해 왔고 최근에는 자사주 소각과 무상증자도 병행했다. 올해 역시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지속할 계획이다.
신 부사장은 “주주환원은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인 정책”이라며 “투자 기회가 자본수익률을 넘지 못할 경우 주주환원을 우선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가치가 내재 가치보다 낮을 경우에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배당을 선택하는 원칙도 밝혔다.
거버넌스 고도화도 밸류업 전략의 한 축이다. 산돌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충돌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한국형 선도적 MoM(Majority of Minorities)’ 준용을 검토 중이다.
신 부사장은 “지배주주 한 주의 가치와 소액주주 한 주의 가치는 같다는 원칙을 실제 구현하고자 한다”며 “법적 검토를 거쳐 정관 개정, 거버넌스 위원회 설치, 전자투표 도입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자·환원·재투자의 선순환”...글로벌 인프라 기업으로
산돌은 폰트 사업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미래 성장 자산에 투자하고 그 성과를 다시 주주와 재투자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 부사장은 “ROE 20%, 주주환원율 40%를 통해 동종 업계에서 가장 높은 총주주수익률을 달성하겠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AI 기반 폰트 생산 기술과 자본 배분 전략을 결합한 산돌의 행보가, 플랫폼 기업의 새로운 밸류업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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